ADVERTISEMENT

삼성화재배 준결승 20세, 53세의 '나이 잊은' 도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5~8일 유성서 3번기

불가능에 도전하는 두 사람이 있다. 서봉수 9단과 백홍석 5단. 한 사람은 53세의 노장이고 또 한 사람은 20세의 신예다.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에서 기라성 같은 당대의 고수들을 연파하며 준결승까지 온 이들은 또한번의 기적을 만들어내기 위해 마음의 칼날을 가다듬고 있다. 서봉수 9단의 상대는 중국의 창하오(常昊) 9단이고 백홍석 5단의 상대는 다름아닌 이창호 9단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선 상대가 안 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더구나 이창호 9단은 장장 1년에 걸친 세계대회 무관의 아픔을 씻고자 속으로 절치부심하고 있는 만큼 백홍석이 그를 넘어서기는 더욱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361로 바둑판은 언제나 도전하고 꿈꾸는 사람들의 것이었다. 5~8일 유성 삼성화재 연수원에서 3번기로 펼쳐지는 준결승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직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창호 9단 대 백홍석 5단=이창호 9단은 올해 1월 치러진 10회 삼성화재배 결승전에서 중국의 뤄시허(羅洗河) 9단에게 패배했고(외국기사에게 세계대회 결승에서 진 것은 이것이 생애 처음이다) 이때부터 힘겨운 터널 속으로 빠져들었다. 농심배 최종전에서 요다(依田紀基)에게 지며 상처를 입더니 도요타 덴소배는 4강, LG배와 후지쓰배는 8강에 그쳤다. 다른 기사라면 이만해도 훌륭한 성적이겠으나 이창호에겐 최악의 성적이었다. 수양 깊은 이창호 9단이지만 아무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대회서 크게 이름을 떨친 백홍석 5단은 이 9단에 비하면 레벨이 한참 아래여서 프로생활 6년 동안 이 9단과는 겨우 한 차례 만났고 물론 졌다. 한마디로 체급이 다른 상대인 것이다. 하지만 백홍석은 이번에 전기 우승자 뤄시허를 꺾는 등 승승장구했고 그 여세를 몰아 신예 대회 우승컵마저 차지했다. 지난 몇 달 동안 몰라보게 커버린 백홍석의 승리 가능성을 동료 기사들은 30%로 보고 있다.

◆서봉수 9단 대 창하오 9단=지난해 응씨배에서 최철한 9단을 꺾고 우승하며 중국바둑의 상승세에 불을 붙인 창하오는 올해도 춘란배 결승에 오르며 강자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반면 서봉수는 자력으로는 세계대회 본선에 나설 수조차 없었고 이번 삼성화재배도 주최 측 와일드카드로 간신히 티켓을 얻었다. 그러나 놀라운 정보(?)가 하나 있다. 비록 오래 전의 기록이지만 서9단은 지금껏 세계무대서 창하오 9단과 세 번 대결하여 전승을 거둔 것이다. 중국 기사에게 유독 강한 서 9단은 이번 대회서도 천야오예(陳耀燁) 등 중국이 자랑하는 신예 강자들만 3명을 잇따라 꺾으며 준결승에 올랐는데 이런 모습은 국내 예선전에서 한국 신예들에게 져 잇따라 탈락의 고배를 마시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서9단은 준결승에서 창하오와 만나기를 바랐는데 일단 소원대로 됐다. 과연 결과는 어찌될 것인가.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