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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축하금 300만원 드립니다"…섬마을에 현수막 걸린 사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인 농어촌 학교를 살리기 위해 지자체와 주민, 학교 동문 등이 나섰다. 동문이 직접 학생 유치활동에 나서고 장학금 지급이나 일자리 마련 등 인센티브를 마련, 폐교위기 학교를 살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리 곳곳에 이색 현수막이 걸렸다. 광명초등학교 신입생과 전학생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광명초 통폐합 저지 비상대책위원회’와 ‘광명초·원산초·효자초·원의중 통합동문회’가 설치한 현수막이다. 광명초에 입학하거나 전학을 오는 학생에게 축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 4일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 광명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1학년 신입생들이 교장 선생님의 인사말을 들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광명초]

지난 4일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 광명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1학년 신입생들이 교장 선생님의 인사말을 들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광명초]

섬마을에 현수막이 걸린 사연은 이렇다. 광명초는 1937년 개교했다. 이후 원산초와 원의중, 바로 앞 효자도에 초등학교가 문을 열었지만, 학생 수가 줄면서 모두 문을 닫았다. 광명초는 현재 원산도에 남아 있는 유일한 학교다. 올해 광명초 전교생은 16명이다. 1~6학년 가운데 6학년이 6명으로 가장 많고 5학년이 4명이다. 5~6학년을 제외하고 1~4학년 학생 수가 6명뿐이다. 2학년은 학생이 없다.

원산도 광명초 학생·교직원 16명 동수…폐교 문턱

광명초 교원(교사·직원)은 16명으로 학생 수와 같아, 분교 위기다. 충남교육청이 마련한 기준에 따르면 ‘2년간 학생 수가 교원 수보다 적은 상태를 유지할 경우’ 본교에서 분교로 조정된다.

이에 지난해부터 통합동문회가 나섰다. 비록 졸업한 학교는 다르지만 원산도의 유일한 학교를 살리는 데 4개 학교 졸업생이 참여했다고 한다. 동문은 신입생과 전학생을 유치했다. 다른 지역에서 원산도로 와 입학하거나 전학하면 학생 1인당 300만원을 줬다. 애초 올해 1학년 신입생은 2명이었지만 동문회 유치 활동으로 인천에서 원산도로 거주지를 옮긴 뒤 광명초에 입학했다. 3학년과 5학년도 각각 1명과 2명을 유치했다. 신입·전학생이 4명 합류함에 따라 광명초는 분교 기준인 ‘16명’을 지킬 수 있었다.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의 도로 변에 신입생과 전학생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신진호 기자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의 도로 변에 신입생과 전학생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신진호 기자

전학생 가운데 3학년 학생은 교사가 직접 전학을 권유했다고 한다. 5학년 2명 가운데 1명은 전주에서 원산도로 이사왔다. 5학년 1명은 대천 시내에서 통학하는 데 동문회가 부모에게 전학금 외에도 차량 유지비(연간 500만원)를 지원한다.

동문회, 분교·폐교 막기 위해 축하금(300만원) 지급

당장 급한 불을 껐지만, 통합동문회는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했다. 올해 6학년(6명)이 졸업하고 내년에 신입생이 입학하지 않으면 전교생은 1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학생이 교원 수보다 6명이 적은 상황이 발생한다.

통합동문회는 앞으로 1~2년만 버티면 광명초 명맥을 더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산도에 조성 예정인 대형 콘도에 직원 700여 명이 들어오고 치유센터 유치 등으로 젊은 층의 전입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학생 수도 증가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4일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 광명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마을 주민과 재학생들이 신입생과 전학생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 광명초]

지난 4일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 광명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마을 주민과 재학생들이 신입생과 전학생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 광명초]

광명초 졸업생(30회)인 신세철 통합동문회장은 “13년 뒤면 광명초가 개교한 지 100년이 되는 데 기념비라도 세우고 싶다는 게 동문의 바람”이라며 “전학생을 한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섬 주민과 동문 모두가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충남교육청은 광명초를 당분한 분교로 개편하거나 폐교하지 않을 방침이다.

충남교육청 "섬 특성 고려해 폐교 여부 결정" 

지난 4일 전남 신안군 홍도분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참석한 내빈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신안군]

지난 4일 전남 신안군 홍도분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참석한 내빈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신안군]

전남 신안 흑산초등학교 홍도분교도 폐교 위기에 놓였다가 자치단체와 주민 노력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저출산과 인구 유출로 신입생이 드물었던 홍도분교는 지난해부터 추진한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을 통해 6명이 입학·전학해 기존 학생 2명과 함께 학교에 다니게 됐다. 입·전학생은 목포와 경남 등에서 부모와 함께 이주했다.

신안 홍도분교, '작은 학교 살리기'로 폐교 모면 

1949년 개교한 홍도분교는 학생 수가 10명 미만으로 줄면서 폐교 위기에 직면했다. 분교가 사라지면 남은 학생은 배를 타고 목포까지 등·하교를 하거나 아예 육지로 전학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신안군이 나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안했다. 숙소는 물론 일자리(월급 320만원)를 제공하고 아동 1인당 연간 80만원의 수당도 약속했다.

지난 4일 전남 신안군 홍도분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참석한 내빈들이 종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 신안군]

지난 4일 전남 신안군 홍도분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참석한 내빈들이 종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 신안군]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에서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신안군은 서류 심사와 현장 설명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3가구(학생 6명)의 이주를 결정했다. 신안군은 빈집을 개조해 이주민들에게 제공했다. 홍도 주민도 지난달 27일 이사 온 주민을 환영하며 이삿짐을 날라주고 가구당 200만원 상당의 가전제품 등을 선물했다.

홍도 주민, 이주민 이사 돕고 가전제품 선물

박우량 신안군수는 "우리 군(郡)에는 60명 이하의 작은 학교가 29개로 전체 학교의 70%를 차지한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교육청, 학교, 지역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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