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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121) 제갈탄의 반란도 실패하고 등애는 지략을 뽐내며 연전연승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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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앙과 문호가 투항하자 사마소는 지난날 위군의 원수인 문앙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종회가 나서며 말렸습니다.

잘못은 문흠에게 있습니다. 문흠은 이미 죽었고 두 아들이 궁지에 몰려 귀순해 왔는데, 만약 항복해온 장수를 죽인다면 그것은 성 안의 인심을 더욱 굳게 다지는 일이 됩니다.

사마소는 종회의 말을 따라 문앙과 문호를 다독여 편장군으로 삼고 관내후에 봉했습니다. 이들은 절하며 사례한 후 수춘성을 따라 돌면서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우리 같은 사람도 대장군께서는 죄를 용서하시고 벼슬까지 주셨다. 너희들은 무엇 때문에 항복하지 않느냐?

문앙은 바로 사마씨의 원수다. 그런 사람까지 높은 자리에 등용하는데 하물며 우리야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느냐?

성안의 모두가 투항하려는 분위기였습니다. 제갈탄은 크게 노하여 밤낮으로 직접 순찰을 하며 낌새가 이상한 군사는 죽이는 것으로 위엄을 보였습니다. 종회는 성안의 인심이 이미 변한 것을 알고 즉시 공격할 것을 고했습니다. 위군은 아무런 저항 없이 성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호준이 제갈탄의 목을 베었습니다. 사마소는 제갈탄의 가족을 모두 잡아다가 목 베 죽이고 삼족의 씨를 말렸습니다. 제갈탄의 부하 수백 명도 포박된 채 잡혀 왔습니다.

너희들은 항복하지 않겠느냐?

제갈공과 함께 죽겠다! 결코 너에게 항복하지 않겠다.

끌어내어 차례차례 물으면서 죽여라.

항복하겠다고 하면 살려주겠다. 항복하겠느냐?

오직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어서 죽여라.

항복 대신 죽음을 택하는 제갈탄의 병사들. 출처=예슝(葉雄) 화백

항복 대신 죽음을 택하는 제갈탄의 병사들. 출처=예슝(葉雄) 화백

사마소는 깊이 탄식하며 모두 묻어주라고 했습니다. 오군도 위에 항복했습니다. 여러 사람이 뒷날 화근을 없애기 위해 죽여야 한다고 했지만 종회가 또 반대했습니다. 모두 돌려보내 관대함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사마소는 종회의 말을 따랐습니다. 제갈탄의 반란이 평정되는 장면에서 모종강은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장수란 인자함보다 위엄이 앞서야 한다. 그러나 법을 너무 엄하게 쓰고 사람을 너무 혹독하게 다루면 그것이 또한 패망하는 빌미가 된다. 주이를 죽이지 않았다면 동오 장수들이 모두 위에 항복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문흠을 죽이지 않았다면 제갈탄의 장수들이 와해하는 꼴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나친 위엄과 혹독함에 대한 경계가 아닐 수 없다.’

한편 촉한의 강유는 한중에서 장수 장서와 부첨을 뽑아 날마다 군사훈련을 했습니다. 두 장수는 담력과 용기가 있어 강유가 매우 사랑했습니다. 강유는 제갈탄이 사마소를 토벌하고자 군사를 일으켰고 이에 동오의 손침도 가세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강유는 대사를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크게 기뻐했습니다. 즉시 후주 유선에게 표를 올려 군사를 출정하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중산대부 초주가 탄식하며 말했습니다.

근래에 조정은 주색에 빠져 환관 황호에게 모든 일을 맡기신 채 돌보지 않고 즐기려고만 하시는데, 강유는 계속 정벌만 하려 하며 군사들을 불쌍히 여기지 않으니 국가가 곧 위태로워질 것이다.

강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강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초주는 ‘구국론(仇國論)’을 지어 강유에게 보냈습니다. 초주의 글은 큰 나라와 작은 나라가 원수가 되어 싸우는 것을 대화체로 쓴 것인데, 요약하면 군사는 때가 무르익었을 때 움직여야 단번에 이길 수 있고, 백성들의 노고를 중히 여겨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끝내 무력을 남용하여 정벌을 일삼다가는 불행하게도 어려움이 닥쳐 비록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나라를 구해낼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강유는 크게 노하여 초주의 글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말했습니다.

이것은 썩어빠진 선비들이나 하는 말이다!

즉시 군사를 이끌고 중원을 공격하러 나갔습니다. 위의 장수 사마망이 강유와 대치하며 한바탕 설전을 펼쳤습니다.

지금 사마소는 임금을 군중(軍中)으로 잡아갔다. 틀림없이 이각, 곽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조정의 명령을 받들고 너희들의 죄를 묻기 위해서 왔다. 일찌감치 항복하라. 만약 미련하게 우물쭈물하다가는 온 가족의 목이 달아날 것이다.

너희들은 무례하게도 걸핏하면 상국(上國)을 침범하고 있다. 만일 빨리 물러가지 않으면 갑옷 한 조각도 남겨놓지 않겠다!

먼저 위의 왕진과 촉의 부침이 한 판 붙었습니다. 부침이 왕진을 사로잡자 이붕이 왕진을 구하고자 칼을 휘두르며 달려왔습니다. 부침은 왕진을 땅바닥에 패대기치고 이붕을 죽였습니다. 왕진은 촉군의 창에 찔려 죽었습니다. 사마망은 영채를 버리고 성으로 달아나 굳게 지켰습니다. 강유가 성을 함락하려 할 즈음, 등애의 아들인 등충이 지원군을 이끌고 들이쳤습니다. 강유는 3-40합을 싸웠으나 승부를 내지 못했습니다. 등애는 촉군이 영채를 세운 지형을 살펴보고는 즉시 사마망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 내용은 대강 이러했습니다.

‘우리는 절대로 싸워서는 안 됩니다. 굳게 지키기만 하십시오. 관중의 군사가 돌아올 때쯤이 되면 촉군은 군량이 바닥날 터이니, 그때 삼면에서 공격하면 이기지 못할 리가 없습니다. 이제 장군을 도와 성을 지키도록 큰아들 등충을 보냅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강유는 등애의 영채로 전서(戰書)를 보냈습니다. 등애는 거짓으로 응했습니다. 다음 날, 강유는 포진을 끝낸 채 등애를 기다렸지만 등애의 영채에서는 깃발을 뉘어 놓고 북도 치지 않았습니다. 허탕 친 강유는 다음 날 또 전서를 보냈습니다. 등애는 몸이 불편해서 차질이 생겼다고 핑계를 댔지만 또다시 싸움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하기를 대여섯 번이나 했습니다. 그러자 부침이 강유에게 말했습니다.

등애가 이렇게 하는 것은 분명히 무슨 계략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등애는 관중의 군사가 올 때까지 지연책을 쓰다가 삼면에서 공격하려는 것이 틀림없다. 내 이제 동오 손침에게 편지를 보내 힘을 합쳐 공격하자고 해야겠다.

이러한 계략을 세우고 있을 때 척후병의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사마소가 수춘을 함락하고 제갈탄을 죽였으며 오군은 모두 항복했다고 합니다. 사마소는 군사를 철수시켜 낙양으로 돌아왔는데 즉시 군사를 이끌고 장성을 구하러 오려고 한답니다.

이번 위나라 정벌도 또 그림 속의 떡이 되고 말았구나! 우선 돌아가는 것이 낫겠다.

등애. 출처=예슝(葉雄) 화백

등애. 출처=예슝(葉雄) 화백

강유는 군사를 먼저 퇴각시킨 다음 기병을 이끌고 뒤에서 적의 공격에 대비하면서 후퇴했습니다. 염탐꾼이 이러한 사실을 등애에게 보고했습니다. 모두가 추격할 뜻을 비칠 때, 등애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강유는 대장군의 군사가 온다는 것을 알고 먼저 물러가는 것이다. 추격할 필요 없다. 추격하다가는 그의 계략에 말려들게 된다.

등애는 즉시 사람을 보내 알아보도록 했습니다. 과연 낙곡의 좁은 계곡에 마른 나무와 풀을 쌓아 놓고 추격군을 화공으로 무찌를 준비를 해놓고 있었습니다. 뭇 장수들이 모두 등애의 귀신같은 예측에 감탄했습니다. 강유가 퇴각하자 사마소는 기뻐하며 등애에게 또다시 상을 내렸습니다. 사마의를 뒤이어 등애가 지략을 뽐내며 연전연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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