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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120) 사마소가 찬탈을 노리자 제갈탄이 분연히 반기를 들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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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소. 출처=예슝(葉雄) 화백

사마소. 출처=예슝(葉雄) 화백

사마소는 정권을 장악하고 스스로 천하병마대도독이 되었습니다. 출입할 때는 언제나 3천 명의 철갑효장(鐵甲驍將)이 앞뒤를 에워싸고 호위했습니다. 모든 공무는 황제에게 보고하지 않고 자신의 집에서 결재하고 처리했습니다. 황제 조모는 허수아비였고 사마소가 실질적인 황제나 다름없었습니다. 이로부터 사마소는 늘 황제 자리를 찬탈하려고 흑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사마소의 심복으로 가충이 있었습니다. 건위장군이었던 가규의 아들로 벼슬은 장사(長史)였습니다. 그가 사마소에게 은밀하게 고했습니다.

지금 주공께서 대권을 잡고 계시지만 사방에는 아직도 편편찮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우선 슬며시 알아보신 다음에 천천히 큰일을 도모하소서.

나도 마침 그러려던 참이다. 자네가 나를 위해 출정한 군사들을 위로한다는 구실로 동쪽으로 가서 그들의 마음을 떠보도록 해라.

가충은 곧장 회남으로 와서 정동장군 제갈탄을 만났습니다. 제갈탄은 회수(淮水) 남북의 군마를 총지휘하고 있었습니다. 제갈탄은 주연을 베풀어 가충을 대접하였습니다. 술이 거나해지자 가충이 넌지시 제갈탄에게 말했습니다.

요즘 낙양의 뜻있는 인사들은 모두 ‘주상께서 너무 나약하여 임금감이 못 된다’면서 ‘사마대장군은 삼대에 걸쳐 나라를 다스려 왔고 공덕이 하늘처럼 높으니 위나라의 황제 자리를 대신 물려받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장군의 뜻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자네는 바로 예주자사 가규의 아들이 아닌가? 대대로 위나라 녹을 먹으면서 어찌 감히 그런 망발을 할 수 있는가?

저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공에게 고한 것뿐입니다.

조정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나는 목숨을 바쳐 보답하겠네!

가충이 돌아와 보고하자 사마소는 크게 노했습니다. 사마소는 가충의 의견대로 후환을 없애기로 마음먹고 제갈탄을 사공(司空)에 임명하고 조정으로 불렀습니다. 한편으로 양주자사 악침에게도 은밀하게 밀서를 보냈습니다. 제갈탄은 가충이 일을 저질렀음을 직감하고 조서를 가져온 사자를 죽이고 사마소에게 붙은 악침을 사살하였습니다. 이어 사마소의 죄를 낱낱이 열거하는 표를 써서 낙양으로 보내어 알리는 한편, 회수 남북의 둔전병 10여만 명과 양주에서 항복한 4만여 명의 병사들을 모아서 출정을 마쳤습니다. 또한, 아들 제갈정을 오나라에 볼모로 보내고 지원을 청해서 함께 사마소를 토벌하기로 하였습니다.

악침을 죽이는 제갈탄. 출처=예슝(葉雄) 화백

악침을 죽이는 제갈탄. 출처=예슝(葉雄) 화백

동오는 승상 손준이 병사하고 그의 사촌 동생인 손침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손침은 몹시 경우가 없고 사나운 자였습니다. 그는 대사마 등윤, 표기장군 여거, 장군 왕돈 등을 죽이고 모든 권력을 독점했습니다. 오주 손량은 총명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손침은 제갈탄이 아들을 볼모로 군사 지원을 요청하자 7만 명의 군사를 3개 부대로 나누어 진군토록 했습니다.

사마소도 가충의 의견을 따라 천자와 태후를 대동하고 출정하기로 했습니다. 조모와 태후는 모두 사마소의 위력에 겁을 먹고 그대로 따랐습니다. 사마소는 26만 명의 군사를 일으켜 회남으로 진격했습니다. 먼저 동오의 선봉인 주이가 군사를 이끌고 와서 진을 쳤습니다. 위군에서는 왕기가 맞섰습니다. 주이는 왕기와 3합을 겨루지 못하고 달아났습니다. 오군은 크게 패하여 50리를 후퇴했습니다. 소식을 들은 제갈탄이 직접 정예병을 이끌고 나섰습니다. 모종강은 사마소가 천자와 태후를 데리고 친정(親征)을 떠나려는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사마소가 제갈탄을 치려 하자 가충은 그에게 태후와 천자를 데리고 친정을 떠나라고 권한다. 이런 일은 전에 없었던 일이다. 조조가 남정북벌하면서 언제 헌제를 옆에 끼고 다닌 적이 있는가? 그가 천자를 데리고 간 것은 오직 허전에서 사슴을 쏘아 잡을 때뿐이다. 그러나 태후까지 데리고 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조조가 하지 않은 일을 사마소가 하는 것은 자신의 지지기반이 그만큼 얇았기 때문에 제거될까 봐 두려워서였다. 천자를 남겨두고 떠나면 조모도 조방처럼 자신을 제거하려 하지 않을까 두려웠고, 또한 천자만 데리고 가고 태후를 남겨두면 그의 명령을 받은 무리가 성문을 닫아걸고 일을 꾸밀 수도 있으니 조상이 당한 일을 자신도 당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마음을 놓기 위해서는 천자와 태후를 모두 잡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난신적자는 이전 사람들이 한 일을 본받으려 한다. 그러나 이따금 이전 사람들보다 더욱 악랄하고 더욱 신중하게 대처하는 것을 보게 된다. 아! 사람들이 온갖 수단을 다하여 대권을 차지하려는 것도 실은 마음 편히 뜻을 펼치며 즐기자는 것뿐이다. 그런데 잠시도 마음 편할 날 없이 화를 면하려고 이렇게까지 마음고생을 해야 한다면 사람들은 무슨 낙으로 난신적자가 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사마소는 제갈탄이 오나라 군사와 합류하여 결전을 벌이려고 하자 황문시랑 종회를 불러 계책을 협의했습니다. 종회는 오나라 군사가 제갈탄을 돕는 것은 그들의 잇속을 챙기자는 속셈이니 그 잇속으로 유인하여 물리칠 것을 제안했습니다. 사마소는 그 말을 따라 한편으로는 군사를 매복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상품을 가득 실은 수레를 이끌고 오다가 적군이 공격하면 즉시 버리고 도망치라고 했습니다.

제갈탄은 동오의 군사와 함께 위군 진영으로 쳐들어갔습니다. 위군이 물러나자 상품을 실은 수레와 소, 말, 나귀 등이 널려 있었습니다. 오군은 싸울 생각을 않고 서로 먼저 상품을 잡으려고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이때, 쿵! 하는 포 소리와 함께 위군이 양쪽에서 돌격해왔습니다. 제갈탄은 크게 패하여 패잔병을 이끌고 수춘성으로 들어가서 굳게 지켰습니다. 그러자 종회가 다시 계책을 냈습니다.

지금 제갈탄이 지기는 했지만 수춘성 안에는 아직 군량이 남아 있고, 오군 또한 안풍에 둔치고 기각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 군사가 성을 공격하고 있지만 쉽게 성을 함락시키기 어렵습니다. 혹시 오군이 협공이라도 한다면 우리에게 이로울 것이 없습니다. 남문은 적들이 달아날 수 있도록 남겨두고 세 곳만 공격하면 저들은 그리로 달아날 것이고 이때 들이치면 승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군은 멀리서 왔기 때문에 틀림없이 군량보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경무장한 기병을 이끌고 재빨리 그들의 후방으로 질러가면 싸우지 않아도 제풀에 무너질 것입니다.

자네는 참으로 나의 자방일세!

종회. 출처=예슝(葉雄) 화백

종회. 출처=예슝(葉雄) 화백

동오의 주이가 종회의 계략에 걸려 패하고 오자 손침이 크게 노해 끌어내다 목 베어 죽였습니다. 손침이 건업으로 물러가서 제갈탄을 지원하는 군사가 없자 사마소는 마음 놓고 수춘성을 공격했습니다. 제갈탄은 걱정이 많았습니다. 모사 장반과 초이가 진언했습니다.

성 안에 양식은 적고 군사는 많으니 오래 지탱할 수 없습니다. 성 안의 군사를 이끌고 위군과 한바탕 죽기로 싸워 결판을 내야 합니다.

나는 지키려 하는데 너희들은 싸우려고 하니 딴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니냐? 다시 한번 그런 말을 했다가는 목이 떨어질 줄 알라!

제갈탄도 곧 망하겠구나! 우리도 일찌감치 항복하여 목숨이나 부지하는 것이 낫겠다.

이날 밤, 장반과 초이는 성을 넘어가 위에 항복했습니다. 사마소는 보란 듯이 이들을 높은 자리에 임용했습니다. 시간은 제갈탄에게 점점 불리해지고 성 안에는 갈수록 양식이 바닥났습니다. 문흠이 두 아들과 함께 굳게 지키고 있었지만 군사들이 굶주림을 못 이겨 쓰러지자 어쩔 수 없이 제갈탄에게 고했습니다.

군량이 바닥나서 군사들이 굶어 쓰러지고 있소. 북군을 모두 성 밖으로 내보내 입을 줄이는 것이 낫겠소.

네가 나에게 북군을 모두 버리라니! 나를 죽일 셈이냐? 당장 이 놈을 끌어내다 참수하라!

문앙과 문호는 부친이 피살되는 것을 보고는 단도를 빼 들고 수십 명을 찔러 죽인 다음 성을 넘어 투항했습니다. 사마소는 문앙이 지난날 위군을 물리친 원한이 있기에 죽이려고 했습니다. 순간, 죽음을 무릅쓰고 투항한 문앙과 문호는 정신이 아찔했습니다. 이때 종회가 나섰습니다. 종회는 사마소에게 어떻게 이야기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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