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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119) 등애를 만만히 본 강유, 계략에 걸려 번번이 패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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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소가 정권을 장악한 사실은 촉군의 염탐꾼에 의해 강유에게도 보고되었습니다. 강유는 다시 위나라를 정벌할 기회가 왔음을 직감하고 후주 유선에게 아뢰었습니다.

사마사는 죽고 사마소가 대권을 잡은 초기이기 때문에 섣불리 낙양을 떠나지 못할 것입니다. 신에게 이런 기회에 위로 쳐들어가 중원을 회복하게 해주소서.

후주 유선. 출처=예슝(葉雄) 화백

후주 유선. 출처=예슝(葉雄) 화백

강유는 후주의 허락을 받아 군사를 이끌고 한중으로 왔습니다. 정서대장군 장익이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요충지를 지키며 군사들과 백성들을 사랑하는 것이 나라를 보전하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강유가 받아쳤습니다.

그렇지 않소. 옛날 승상께서 초려에서 나오시기 전에 이미 천하를 삼분할 계획을 세우셨소. 그리고 또 여섯 번이나 기산으로 나가 중원을 빼앗으려 하셨는데 불행하게도 중도에 돌아가셔서 공업(功業)을 이루지 못하셨소. 지금 나는 승상의 유명(遺命)을 받고 있으니 충성을 다해 나라에 보답하려 하신 그 뜻을 이을 수 있다면 비록 죽는다 해도 여한이 없소. 이제 위에는 이용할만한 허점이 생겼소. 이때 치지 않고 다시 어느 때를 기다리겠소.

장군의 말씀이 옳습니다. 경기병(輕騎兵)을 먼저 포한(枹罕)으로 보내 만약 조서(洮西)와 남안(南安)을 얻는다면 여러 군을 모두 평정할 수 있습니다.

하후패도 동의하자 장익도 생각을 바꿔 계략을 말했습니다.

지난번에 이기지 못하고 돌아온 것은 모두 군사들의 출격이 너무 늦었기 때문이오. 병법에 이르길, ‘대비가 없을 때 공격하고, 뜻하지 않을 때 나가라’고 했소. 지금 재빨리 진군하여 위군에게 방비할 틈을 주지 않는다면 틀림없이 전승을 거둘 수 있을 것이오.

장익. 출처=예슝(葉雄) 화백

장익. 출처=예슝(葉雄) 화백

강유는 5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포한으로 향했습니다. 위의 국경을 지키던 옹주자사 왕경이 기병과 보병 7만 명을 이끌고 대치했습니다. 강유는 장익과 하후패에게 계책을 주고 대군을 이끌고 조수(洮水)를 등지고 진을 쳤습니다. 왕경이 강유에게 국경을 자주 침범하는 것에 대해 따졌습니다. 그러자 강유는 사마사가 까닭 없이 임금을 쫓아냈으니 이웃 나라로서 죄를 묻는 것은 당연하다고 대꾸했습니다. 왕경은 한바탕 전투를 치러야 할 것을 알고 장수들에게 말했습니다.

촉군이 배수진을 쳤으니 싸움에 지면 모두 물속에 빠져 죽을 것이다. 강유는 날쌔고 용맹한 장수다. 너희 네 사람이 싸울만할 것이다. 그가 만약 물러가려는 낌새가 보이면 즉각 뒤따라 쳐라.

강유는 왕경의 전략을 꿰고 있었습니다. 이를 역이용하여 위군을 대파하고 승리했습니다. 왕경은 1백여 명의 패잔병을 이끌고 힘을 다해서 적도성으로 달아났습니다. 성문을 굳게 닫아걸고 지키기만 하였습니다. 강유는 승리의 기세를 몰아 적도성을 공격하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장익이 간청했습니다.

전공도 세웠고 위세도 크게 떨쳤으니 여기서 그쳐야 하오. 이제 만약 전진했다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뱀을 그리려다가 다리를 덧붙이는 꼴이 될 것이오.

그렇지 않소. 지난번에는 패전하고서도 오히려 진격하여 중원을 주름잡고 싶었는데, 오늘은 조수 가에서 한판 싸움으로 위나라 사람들의 간담을 싸늘하게 만들었소. 내 생각에 적도는 손쉽게 함락할 수 있을 것 같소. 그대는 스스로 의지부터 꺾지 마오.

장익이 재차 말렸지만 강유는 듣지 않았습니다. 위의 정서장군 진태는 왕경의 복수를 하려고 했습니다. 이때 연주자사 등애가 진태를 도우러 왔습니다. 진태가 등애에게 계책을 묻자 등애가 말했습니다.

촉군이 조수에서 승리를 거두었으니 만약 강인의 무리까지 불러들여 동쪽으로 관중과 농서 일대를 다투면서 격문을 네 군에 전한다면 이것은 우리가 크게 우려해야 할 일입니다. 지금 저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 뜻밖에 적도성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도는 성벽이 견고하여 쉽사리 함락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공연히 군사들의 힘만 빼게 될 터이니, 우리는 지금 항령(項嶺)에 군사를 포진한 후에 진격하면 촉군은 틀림없이 무너질 것입니다.

참으로 훌륭한 계책이오.

등애의 기산 영채를 보고 놀라는 강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등애의 기산 영채를 보고 놀라는 강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강유가 적도성을 에워싸고 며칠을 공격했으나 등애의 예상대로 함락시킬 수 없었습니다. 강유는 하후패가 조심해야 한다고 알려준 등애가 출격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강유는 등애의 계략에 말려들어 한중으로 퇴각하고 말았습니다. 등애는 안서장군(安西將軍)으로 승진하였습니다. 진태가 축하연에서 촉군이 혼쭐났으니 다시는 쳐들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하자 등애는 반대로 다섯 가지 이유가 있어서 틀림없이 쳐들어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진태가 그 이유를 묻자 알려주었습니다.

첫째는 비록 물러가기는 했지만 이긴 기세가 있고 우리에게는 허약한 실체가 있고, 둘째는 제갈량이 훈련한 정예병이라 지휘하기 좋지만, 우리는 장수가 수시로 바뀌어 미숙하기 때문이고, 셋째는 저들은 대부분 배를 타고 이동하여 편하지만 우리는 모두 걸어야 해서 지치기 때문이고, 넷째는 저들은 한 덩어리로 쳐들어오지만 우리는 지켜야 할 곳이 많아 분산될 수밖에 없으며, 다섯째는 저들은 남안이나 농서, 기산 등 어느 쪽으로 오더라도 식량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쳐들어올 것입니다.

강유는 촉군들에게 등애가 말한 다섯 가지 이유를 들어 다시 진격할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하후패가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등애는 비록 나이가 어리지만 지략이 뛰어납니다. 최근에는 안서장군의 직책을 맡았으니 반드시 각 곳에 대비해 두었을 것이오. 전날과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가 어찌 그를 두려워하겠소? 공들은 남의 강점만 열거하면서 우리의 사기를 꺾지 마시오. 내 뜻은 결정되었소. 기필코 농서부터 점령하겠소!

강유가 목청을 돋워 말하자 누구도 더 이상 말하지 못했습니다. 강유는 기산으로 나아갔습니다. 하지만 기산은 이미 위군이 아홉 개의 영채를 세워놓았다는 척후병의 보고가 왔습니다. 강유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직접 산 위로 올라가 확인하였습니다. 과연 아홉 개의 영채가 긴 뱀처럼 늘어서서 머리와 꼬리가 서로를 보호하는 형세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하후패의 말이 정말 거짓이 아니었구나! 저 진영은 절묘하기 짝이 없는 형세를 이루고 있다. 나의 스승인 제갈승상께서나 치실 수 있는 것인데 지금 보니 등애도 우리 스승 못지않구나!

강유는 장수들을 모아 기병의 옷과 갑옷을 바꿔 입고 돌아가며 순찰을 하게 하여 등애군을 속이고 반대로 대군을 이끌고 남안을 기습하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 전략은 곧바로 등애에게 간파되었습니다. 진태가 촉군의 영채를 깨뜨리고, 등애는 앞서 달려가서 강유군을 맞이하기 위하여 매복하였습니다. 강유는 등애의 계략에 걸려 대패하고 목숨마저 위태로운 지경이 되었습니다. 탕구장군 장의가 강유를 구해주고 장렬히 전사하였습니다. 강유는 다시 한중으로 퇴각하고 말았습니다. 마음은 천만번을 중원으로 향하는데 몸은 한중에만 매여 있으니 강유는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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