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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PPING] 요즘 먹거리 코드는 '천연 공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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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김치에 설탕을 넣을까 말까.'

풀무원 기술연구소 김정희 박사는 올 초부터 고민에 빠졌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걱정을 털어놨었다. "집에서 김치를 만들 때는 문제가 없지만 공장김치에서 설탕을 빼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인데…. 단맛이 없으면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그는 일단 설탕은 안 쓰기로 결정했지만 대체 재료를 찾느라 애를 태웠다. 단맛을 내는 수백 가지 원료를 모았다. 한약 재료까지 수집했다. 결국 찾아낸 것이 감초와 매실. 김박사 연구팀은 이 두 재료를 황금비율로 섞는 공법을 개발했다. 설탕을 빼고 김치 판매에 들어간 시점은 올 7월. 김 박사는 "배합 비율은 비밀"이라며 "천연 공법으로 식품을 만드는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천연 공정이 천연 성분 못지않게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유통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Nactory(Natural+Factory.천연 공정) 식품이 뜬다 = 몇 년 전만 해도 누룩곰팡이균으로 천연 발효시킨 양조 간장은 간장 시장의 30%를 밑돌았다. 70% 이상을 산분해간장(대두 원료를 염산으로 분해한 뒤 가성소다로 중화시킴)에 양조 간장을 섞은 혼합 간장이 차지했다. 그런데 지금은 양조 간장이 절반을 넘는다. 대상은 현재 양조 간장만을 선보이고 있다. '청정원 햇살담은간장'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샘표는 '참숯으로 두 번 거른 양조 간장'으로 대상에게 밀린 양조 간장 시장 1위 탈환에 나섰다. 참숯으로 두 번 여과시켜 불순물을 없앤 제품으로, 최근 월평균 매출이 4억~5억원을 넘는다고 한다. 참숯 공법의 원조 격은 진로 참이슬. 지리산과 남해안 청정지역에서 자란 3년생 대나무를 섭씨 1000도에서 구워 만든 대나무숯을 사용한다. 물이 소용돌이치는 작용을 이용, 물과 대나무숯의 접촉 공간을 늘려 천연 미네랄을 효율적으로 추출할 수 있게 하는 공법도 활용했다.

CJ가 지난해 출시한 '백설 행복한 콩 두부'는 재료보다 생산 공정이 더 주목을 받은 제품. 100% 국산콩을 사용한다는 원재료의 차별성을 내세우기보다 집에서 두부를 만드는 전통 방식을 따랐다고 강조했다. 소포제(거품 제거제)도 넣지 않고 거품을 제거하는 공정을 거친다. 두부가 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넣는 유화제도 안 쓴다.

◆천연 공정 공방 가열=요즘 가공 우유보다는 흰 우유가 잘 팔린다. 설탕 등 첨가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GS마트에 따르면 흰 우유의 올 매출 신장세(25%)가 가공 우유(16%)를 앞질렀다. 예컨대 남양유업의 경우 '맛있는 우유 GT'로 쏠쏠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루 200만 개나 팔린다고 한다. 공기와 목장.사료 냄새를 제거한 뒤 텁텁한 뒷맛을 없애 목장에서 방금 짠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두부시장 후발주자 CJ는 천연 공법으로 단숨에 시장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경쟁사들은 "소포제나 유화제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고 포장 두부 선진국인 일본에서도 보편적으로 사용된다"고 맞서고 있다. 진로 마케팅팀 박진석 차장은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갈수록 까다로워져 공정 개발 경쟁이 가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선구 기자

천연공정 사례

풀무원 '천연양념김치'

설탕 대신 '감초+매실' 황금비율 배합 공법 적용

대상 '햇살담은 간장'

콩에 천연 누룩곰팡이균 장기숙성시킨 뒤 자연발효

샘표 '참숯으로 두번거른 양조간장'

참숯으로 두번 여과시켜 불순물 제거

남양 '맛있는 우유GT'

GT공법으로 원유의 목장냄새, 텁텁한 뒷맛 제거

CJ '백설 행복한 콩두부'

전통가정 방식 재현. 소포제.유화제 배제

진로 '참이슬'

대나무숯에 네번 거르고 물 소용돌이작용 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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