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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간호사도 일부 의사업무…의협 “불법 의료”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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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보건복지부는 7일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오늘(8일)부터 간호사들도 응급 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하고, 응급 약물을 투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공개했다.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보건복지부는 7일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오늘(8일)부터 간호사들도 응급 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하고, 응급 약물을 투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공개했다.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7일 간호사들이 일시적으로 의사를 대신할 수 있는 의료행위 98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진료지원(PA) 간호사는 전공의 업무 공백을 메우고 법적으로 확실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언한 데 이은 조치다. 의사단체는 “간호사를 불법 의료행위에 동원해 의료를 몰락시키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보건복지부가 이날 공개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에 따르면, 8일부터 모든(일반·전문·전담) 간호사가 응급상황에서 심폐소생술과 응급 약을 투여할 수 있다. 전문간호사는 추가 자격시험을 통과한 간호사, 전담간호사는 흔히 말하는 PA 간호사다. 이들은 진단서와 수술동의서 초안을 쓸 수 있고, 검사·약물도 처방할 수 있다. X선 촬영과 대리수술, 전신마취, 전문의약품 처방, 사망 진단 등을 제외하고 여러 행위가 가능해진 셈이다. 전문간호사라면 중환자의 기관 삽관, 중심정맥관 삽입, 뇌척수액 채취 등도 할 수 있다. 모두 전공의가 주로 하던 의료행위들이다. 관리·감독 미비로 의료사고가 일어나면 기관장이 최종 법적 책임을 진다.

정부, 월 1882억 규모 건보 재정도 투입

반응은 엇갈린다. 빅5 병원 한 곳은 임상 경력 3년 이상 간호사를 대상으로 전담간호사 공고를 냈다. 반면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는 “일단 가용 인력을 활용하고 안 되면 추가로 (공고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전문·전담간호사 수행 가능 업무 기준이 불명확했는데, 혼선을 줄일 거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한 PA 간호사의 글에는 “무슨 문제가 생기면 보호받을 수는 있을까” “의사도 실수하면 소송당해 몇억씩 물어줘야 하는데 간호사가 실수하면 더 위험할 것” 등의 댓글이 달렸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은 “의료 현장이 불법·저질 의료가 판치는 곳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진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날 1285억원의 예비비를 편성한 데 이어, 이날 “월 1882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 지원을 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전국 200여 개 수련병원 대상 중증환자 입원료 사후 보상이다. 여기에 한 달간 1000억원이 들어간다. 환자가 수술·입원 진료를 받고 퇴원할 때 중증환자로 확인되면 입원료를 100% 추가 지급하는 게 골자다. 사실상 병원에 지급하는 입원료를 두 배로 인상하는 것과 같다.

복귀 전공의 명단 돌자 “구속수사 추진”

정부는 이번 대책을 초고속으로 결정했다. 평소와 달리 복잡한 절차를 생략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 의결만 거쳤다. 본위원회에는 이달 28일 사후보고한다. 국가재난단계 ‘심각’ 상황에서는 이런 식의 ‘묻지 마 지원’이 가능하게 돼 있다. 코로나19 때 이런 절차를 만들었고, 이번에 처음 적용했다.

정부는 이날 또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이 다른 의료기관에서 일하면 “겸직 근무로 징계사유가 된다”고 못 박았다. 최근 일부 개원의들이 ‘후배들을 돕겠다’며 전공의 구인공고를 낸 것을 두고 나온 얘기다.

경찰은 의료 현장에 남은 전공의 명단이 온라인에 공개된 것과 관련해 “엄연한 범죄행위”라며 “중한 행위자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은 의대 교수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어떤 이유든 학생·전공의 복귀에, 또 교수가 복귀를 설득하는 것에 대해 그 누구도 비난하거나 방해해선 안 된다”고 했다. 또 “교수님들이 사직서 대신 국민과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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