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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파업사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4월 9일 서기원 사장의 취임과 노조 측의 취임반대에서 발단된 이 사건은 단순히 노사간 갈등의 문제가 아닌 언론자유·민주화문제가 얽힌 복합적인 성격을 띠었었다.
관제언론이라는 5공 시절의 오명을 씻기 위해 노력하던 KBS노조 측은 정부가 굳이 5공과 관련해 흠집이 있는 서씨를 사장으로 임명한 것은 방송 재 장악 기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 사장퇴진운동을 벌였다.
당사자인 서 사장과 정부측은 그러나 사장임명의 합법성을 강조하며 노조의 행동을『불법이자 최고통치권자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 두 차례나 공권력을 투입하는 등 극약처방을 불사해 사태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KBS노조 측의 37일간에 걸친 제작거부와 MBC·CBS의 연대제작거부투쟁은 방송사상 유례가 없던「대 파업」이었다.
이 과정에서 KBS노조원 김재석씨(51·제작지원국 미술1부)가 장기간 농성으로 탈진해 숨지는 등 희생도 뒤따랐다.
KBS사태로 구속된 KBS노조간부는 김철수 노조위원장(37), 안동수 비상대책위위원장(43) 등 14명이며 엄민형 노조편집국장과 최은 비대의원 등 2명은 수배 중에 있다.
구속 기소된 14명 중 보석으로 풀려난 이형모 비상대책위원(44)을 제외한 13명은 1심 재판이 끝나 현재 항소한 상태다.
이들은 서울지법 남부지원이 1심에서 비록 실정법 위반사실을 지적, 유죄를 내렸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의 행동이 공영방송의 민주화와 자주화를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인정한데 대해 자부심을 갖고있다.
따라서 풀려난 이들 중 신경쇠약·불면증이 심각해 입원중인 차형훈 비상대책위원(33)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회사측이 업무를 주지 않고 휴직 처리한 상태인데도 매일 노조사무실에 나가 구속동료석방과 노조 일에 남다른 열성을 보이고 있다.
복역중인 김·안씨도 면회 가는 노조원이 줄을 잇고 있는 실정.
「방송자 주권 수호투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인식하고 있는 노조 측이 현재 최우선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구속자 석방 및 복직문제.
제작복귀 이후 크게 위축된 노조원들의 사기와 결집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당장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서 사장 퇴진보다 투쟁을 주도했던 구속노조간부들의 복귀가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노조는 이 문제를 단체협약에 명문화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결국 노사가 구속자 석방·복직과 TV등 4개 본부장 3배수 추천문제 등 이른바 방송민주화 문제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하는 한 아직 제2의 KBS사대가 촉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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