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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단 전공의 대표 "대화 또 하자?…정부가 구체안 내놓아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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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이 4일 오후 서울 태평로 중앙일보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이 4일 오후 서울 태평로 중앙일보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정부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의지가 정말 있다면 (업무개시) 명령만 남발할 게 아니라 지금 당장 (개선을) 하면 되지 않나.”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병원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에 들어갔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3년 차 전공의인 박 위원장은 지난달 19일 사직서를 냈고, 정부의 복귀 데드라인(지난달 29일)을 넘긴 뒤에도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전공의'란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해 병원에서 일정 기간의 임상 수련을 하는 의사. 인턴과 레지던트를 이른다. 대체로 대학병원급인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에서 4~5년 동안 수련 받는다.

박 위원장은 “수련 비용을 지원한다거나 근로시간을 개선한다거나 정부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확실하게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는 “각자 사정에 달렸다. 정부의 설득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전공의 공백에 따른 진료 차질에 대해서는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하지 않은 정부와 병원은 책임이 없나”라고 되물었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 문답.

대전협 비대위원장 “정부, 구체적인 대안 있어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이 4일 오후 서울 태평로 중앙일보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이 4일 오후 서울 태평로 중앙일보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정부가 수련환경 개선을 약속했는데. 
대전협이 요구하는 것은 ▶전공의 24시간 연속 근무 제한 ▶주 40시간제 도입 등 구체적인 내용이다. 정부가 개선에 대한 의지가 정말 있다면 지금 하면 되는데 안 하고 있다. 연속 근무 36시간 개선은 시범사업을 한다고 한다. 언제부터 시작한다는 이야기도 없다. 구체적인 계획 없이 그저 ‘믿어달라’는 이야기 아닌가. 
병원장들도 해결을 약속하고 있다.  
말로는 가능하다. 구체적인 건 없다. 정부처럼 ‘하겠다’는 제목만 있고 구체적인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 병원 입장에서도 어떤 게 문제고, 어떤 것을 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해야 한다.
전공의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이란 무엇을 뜻하나.
대전협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성명서에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 위한 기구 설치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주 80시간 수련 환경 개선 등 많은 게 들어있다. 우리가 병원이 싫다고 떠나는 게 아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와 해결 방법을 구체적으로 써놨다. 이 디테일에 대해선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  

박 위원장은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 대화 채널인) 의료현안협의체 등 대화는 그동안 충분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화하자고 하는 것 자체가 너무 모순이다. 구체적인 안과 재정적인 부분을 정부가 설명해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화가 어려운 이유 중 가장 핵심은 정부가 구속수사나 처벌을 이야기하는 등 (전공의에 대한) 탄압을 지속해 강경한 입장만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의료 시스템에 많은 문제의 원인이 정부에 있다는 것인가. 
전공의나 의사는 그 제도 안에서 일하는 개인들이다. 정책에는 의사들의 목소리나 현장의 문제점, 구체적인 계획이 담겨야 하는데, 정부가 (이들을) 잘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2000명 증원’도 문제라고 보는 건가.
정부가 의대 증원 근거로 말한 보고서 3개를 살펴봤을 때 추계 근거가 약하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AI)이나 기술 발달이 점점 진행된다는 것을 계산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전협이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를 설치해달라 한 것이다. 
전공의들은 복귀할 생각이 없나.
돌아갈지 안 돌아갈지는 각자 사정에 달린 것이다. (정부가) 어느 정도 전공의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일단 병원에 복귀하고 대화할 수는 없나.
대화는 지금까지 많이 했다. 저희(대전협 비대위)는 적어도 이런 건 해결돼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내가) 주동자처럼 비치는 게 안타깝다. 내가 ‘나가라’고 해서 전공의들이 나가는 게 아니지 않나. 증원이 이뤄진다면 그만큼 전공의들이 늘어나고, 그들을 싼값에 열심히 굴리는 것만 쉬워지게 된다. 
설득 과정이 필요하단 것인가.
정부가 이렇게 하겠다고 한 다음 제가 ‘돌아가야 한다’고 했을 때 과연 다 돌아가겠는가. 그러니까 정부도 어느 정도 (대안에 대한) 제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료현안협의체에서도 ‘최소한 나를 설득하라’고 요구했지만, 나조차 (정책에 대해) 납득이 안 됐다.

박 위원장은 “정부가 판을 이렇게 만들었으니 전공의에게 그냥 돌아오라고 할 게 아니다”라며 “이런 정책은 잘못됐고, 이런 부분이 부족하니 돌아오면 이렇게 잘하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 그래야 전공의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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