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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의료공백…"인턴 150명 중 3명만 계약" "전임의도 이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의료 현장을 집단 이탈한 전공의 7000여 명에 대한 면허정지 절차에 돌입한 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 옆으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의료 현장을 집단 이탈한 전공의 7000여 명에 대한 면허정지 절차에 돌입한 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 옆으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집단사직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 7000여명이 정부가 제시한 시한(2월 29일)이 지나도 복귀하지 않은 가운데, 3월부터 새로 근무를 시작해야 할 전공의들도 대거 임용을 포기했다. 일부 병원에선 전임의가 이탈하면서 의료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윤동섭 신임 연세대 총장은 이날 오후 서대문구 연세대 총장공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세브란스병원 상황에 대해 “인턴 정원이 150명 정도 티오(TO·정원)가 있는데, 3월 1일부로 계약서를 작성한 분은 세 분 정도”라며 “병원 교수들이 현 상황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외과 전문의인 윤 총장은 지난 2월 말까지 연세의료원장을 지냈다.

대부분의 다른 서울 시내 주요 수련병원들도 세브란스병원과 비슷한 상황을 전했다.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인턴 정원이 130여명인데, 그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극소수의 인원만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다른 빅5 병원 관계자도 “우리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해 병원에서 수련받는 의사인 인턴(1년)·레지던트(3~4년)를 뜻한다. 인턴과 레지던트 1년차는 통상 3월 1일부로 새로운 수련 연도가 시작되는데, 임용 예정이던 이들이 대거 계약을 거부하면서 병원 입장에선 매년 들어오던 신규 인력에 구멍이 생긴 셈이다.

일부 병원에서는 전임의들도 집단 이탈했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획득한 이후에도 대형병원에 남아 세부 분야에 대해 추가 수련 과정을 밟는 의사를 뜻한다. 이들은 전공의가 떠난 병원을 교수들과 함께 지켜온 핵심 인력이었으나, 속속 이탈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인턴 101명이 임용을 포기한 전남대병원은 신규 임용 예정이었던 전임의 52명 중 21명이 계약을 포기했다. 조선대병원은 전임의 정원 19명 중 13명이, 천안 단국대병원도 전임의 14명 중 5명이 임용을 포기했다.

서울 시내 대형병원들은 아직 집단 유출이 가시화되고 있지 않지만, 우려할 만한 상황인 곳도 있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전임의는 전공의처럼 수련 시작일이 명확히 정해진 것은 아니다 보니 아직은 일자를 열어 놓고 설득 중인데, 계약하겠다는 의사를 가진 분이 절반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까지 사실상 전임의들이 의료 현장을 지켰는데, 이들 중 절반이 빠져나가면 진료나 수술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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