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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통일' 지우다 '김일성 찬양' 구호 훼손…北, 바위 통째 부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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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일성을 추모하는 시가 새겨진 바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RFA캡처, AFP=연합

북한 김일성을 추모하는 시가 새겨진 바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RFA캡처, AFP=연합

‘반민족’, ‘반통일’ 노선에 박차를 가하는 북한이 최근 바위에 새겨진 ‘조국통일’ 구호를 지우려다 김일성 찬양 구호까지 함께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일 보도했다.

RFA는 이날 북한 양강도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혜산-삼지연 도로에 세워진 ‘구호 바위’에 빨간색으로 새겨진 ‘조국 통일’ 구호를 지우다가 ‘김일성 장군 만세’라는 구호까지 훼손했다고 전했다.

이후 양강도 구호 문헌 관리국은 구호를 지우는 데 사용했던 굴착기로 잔해를 치우고 바위 흔적도 부숴버렸다고 한다.

이 바위는 지난 1967년 6월 4일 ‘보천보 전투 승리’ 30주년을 기념해 세워져 백두산 혁명전적지를 찾는 답사생과 주민들이 볼 수 있었다. 바위 양쪽에 조국 통일과 김일성 장군 만세라는 구호가 새겨져 있어서 구호 바위라고 불렸다고 RFA는 설명했다.

RFA는 구호를 새길 때부터 생겼던 균열이 세월이 흐르면서 더 심해진 상태에서 구호를 지우다가 바위가 부서진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 바위는 높이가 3.5m 정도이고 둘레가 1.5m 정도로 작은 바위여서 구호가 크고 웅장하게 새겨진 것은 아니었다”며 “하지만 양강도 구호문헌 관리국에서 해마다 주변의 나무와 풀을 제거하고 글자에 빨간색을 입혀 멀리서도 눈에 잘 띄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식통은 “그 바위는 구호를 새길 때부터 이미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균열이 많이 생겼던 것 같다”면서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균열이 더 심해졌는데 다시 글자를 지우려고 하니 이를 견디지 못한 바위가 무너져 버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월 초부터 전국 각지의 구호와 선전물에서 조국통일, 하나의 민족, 삼천리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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