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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개탄한다"며 통일 꺼낸 尹…"3·1운동 통일로 비로소 완결"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3·1절 기념사에서 “3·1운동은 모두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통일로 비로소 완결되는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모든 국민이 주인인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광복절이나 3·1절 등 주요 기념식에서 통일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이같이 밝힌 뒤 “통일은 비단 한반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며 “북한 정권의 폭정과 인권유린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으로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통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통일 노력이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이 되고 등불이 되어야 한다”며 “국제사회가 책임 있는 자세로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불멸의 주적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와 인권에 근거한 윤 대통령의 통일 메시지는 전임자들이 민족을 내세우며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했던 모습과 차별된다.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요구하는 점 역시 과거와는 다른 지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3·1절 기념사에서 “하나 된 민족, 통일된 한반도는 민족의 독립과 자존을 외쳤던 3·1운동 정신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기념사에서 “남북이 함께 새로운 평화협력의 질서를 만들어 통일을 준비해갈 것”이라며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웠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통일관은 3·1운동에서 시작해 건국을 거쳐 현재의 대한민국으로 이르는 과정을 ‘자유를 향한 여정’으로 바라보는 윤 대통령의 역사관에서 비롯된 것이라 설명했다. 공산 전체주의 체제인 북한에 자유가 보장되는 통일이 올 때 자유를 향한 독립운동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도 “1919년 기미독립서의 뿌리에는 자유주의가 있었다”며 “자유를 확대하고 평화를 확장하며 그 길 끝에 있는 통일을 향해 모두의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번 기념사는 보편적 가치에 근거해 청년 세대와 국제사회에 통일의 당위성을 설득해 가겠다는 윤 대통령의 고심이 담긴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무장독립 외에 외교와 교육·문화 분야의 독립운동도 높게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무장독립운동가를 투사라 표현한 뒤 “세계 각국에서 외교독립운동에 나선 선각자들도, 교육과 문화독립운동에 나선 실천가들도 있었다”며 “어느 누구도 역사를 독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다큐멘터리 ‘건국 전쟁’으로 주목을 받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으나, 윤 대통령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 고속도로를 내고 원전을 짓고 산업을 일으켰다”며 이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상기시켰다.

1일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 영상에 등장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1954년 미국 의회 연설 모습. KTV유튜브 캡처

1일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 영상에 등장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1954년 미국 의회 연설 모습. KTV유튜브 캡처

지난 22일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원자력의 미래를 내다봤던 이승만 대통령께서 1956년 한미 원자력 협정을 체결했다. 실로 대단한 혜안이 아닐 수 없다”고 극찬했다. 기념식 행사 영상에도 외교 독립운동의 사례로 1954년 7월 미국 의회에서 연설했던 이 전 대통령의 모습이 등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진보 정부에선 무장 독립운동만을 진정한 독립운동으로 평가하고 다른 분야는 외면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기념사와 마찬가지로 일본은 “협력 파트너”로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관계에 대해 “자유, 인권, 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는 파트너가 됐다”고 말했다. 과거사와 관련해선 언급을 최소화하며 “양국은 아픈 과거를 딛고 새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다”며 “교류와 협력을 통래 신뢰를 쌓아가고 역사가 남긴 어려운 과제를 함께 풀어간다면 더 밝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을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을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의 올해 기념사는 2434자 분량으로 지난해 1300자에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과거(1회)와 기억(1회) 대신 자유(17회)와 협력(5회), 미래(4회)와 같은 단어들이 주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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