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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증원보다 수가 높여야” 시민 “의료현장 돌아가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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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일 오후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여의대로 집회장 옆으로 구급차가 지나가고 있는 모습. [뉴스1]

3일 오후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여의대로 집회장 옆으로 구급차가 지나가고 있는 모습. [뉴스1]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거리로 나온 의사들은 “정부의 필수의료 살리기 정책이 오히려 필수의료를 죽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일 서울 여의도광장 인근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 주최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 참가자들은 ‘의대정원 확대추진, 국민건강 위협한다’ ‘의대정원 확대추진, 의료체계 위협한다’ 등이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정부를 규탄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사가 절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정책을 의료개혁이라는 이름하에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며 “정부가 의사의 노력을 무시하고 오히려 탄압하려 든다면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집회는 오후 2시 시작했다. 시작 30분 전부터 지역별 의사회 깃발 아래 자리 잡은 의사들은 500m가량의 도로를 가득 메웠다. 참가 인원은 주최 측이 4만 명, 경찰이 1만2000명으로 추산했다. 참가자는 40대 이상 개원의·봉직의가 많았지만, 20~30대 의대생·전공의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2000명 의대 증원이 필수의료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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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과 2년 차 전공의 김모(34)씨는 “환자 수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의사만 강제로 2배가 되면 의사들 수술 경험치는 절반이 되고 그만큼 초보 의사가 많아져 의료의 질은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계약직인 우리가 계약 연장을 안 하겠다는 건데, 강제로 일하게 하는 건 반헌법적이지 않으냐”고 말했다. 인천의 신경외과 개원의 장모(61)씨는 “의사들을 지방·필수의료에 가도록 하려면 수가를 5배 이상 대폭 올려 수익을 인기 분야와 비슷하게 만들어 주고, 나라가 공공병원에 투자하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은 강경했지만 집회는 전반적으로 평화로웠다. 피켓을 든 채 함께 사진을 찍거나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온 가족 참석자 등도 눈에 띄었다. ‘We are not criminals(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 ‘Korea government ejects vital doctors(한국 정부가 필수 의사들을 내쫓았다)’ 등 외신의 관심을 의식해 영어 피켓을 들고 나온 이도 보였다.

집회를 목격한 시민들은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목동에 사는 70대 서모씨는 “의사가 환자 생명을 볼모 삼아 거리로 나선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도 “정부가 2000명이나 늘리니까 서로 타협이 안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집회용품을 팔던 한 상인은 집회 참석자 손을 잡고 “의사 선생님들, 오늘까지만 나오시고 빨리 의료 현장으로 돌아가 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이날 현장에는 경찰 병력 3200명이 배치됐고, 조지호 서울경찰청장도 현장을 지켰다. 한편, 지난 1일 의료법 위반 교사·방조 혐의 등으로 의협 관계자들을 압수수색한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김택우 비대위원장 등 간부 4명을 출국금지했다고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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