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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 넘긴 전공의 8945명…경찰, 의협 압수수색 '초강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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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9호 01면

정부·의료계 강대강 대치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복귀 시한(지난달 29일)을 넘기자마자 정부의 ‘강공’이 시작됐다. 경찰은 1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된 대한의사협회 전·현직 간부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보건복지부도 이날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공시송달했다. 의협과 전공의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부딪히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갈등은 다음 주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의료법 위반 교사·방조 및 형법상 업무방해 등 혐의로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등 5명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은 이날 오후 5시쯤까지 7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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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의협 비대위는 즉각 성명을 내고 “전공의들의 자발적인 의사로 이뤄진 사직서 제출을 의협 비대위가 교사했다는 누명을 씌우고, 의협 회원이기도 한 전공의들의 어려움을 돕고자 한 행동을 집단행동 교사 및 방조로 몰아가는 정부의 황당한 행태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반박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까지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는 전날보다 271명 늘어난 565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여전히 전국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8945명은 복귀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의협, 압수수색에 반발 “국민께 불편 끼쳐드릴 수도 있다”

1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의사회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의사회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경찰의 압수수색은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사건이 배당된 지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3·1절 공휴일에 압수수색에 나서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아직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게 ‘연휴가 끝나기 전에는 돌아오라’는 압박을 담은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29일을 전공의 복귀 시한으로 제시하고 3월부터 면허정지 처분과 사법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황이다.

복지부도 이날 홈페이지에 장관 명의로 된 ‘의료법 제59조 2항에 따른 업무개시명령 공시송달’을 공개했다. 해당 조항은 ‘복지부 장관 등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한 의료인 등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공고문에는 “업무개시 명령서를 직접 교부 또는 우편(등기)으로 발송해야 하나 폐문부재(문이 닫혀 있고 사람이 없음) 및 주소 확인 불가 등의 사유로 교부송달 또는 우편송달이 곤란해 행정절차법에 따라 공시송달(공고)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공시송달 대상자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과 ‘빅5’로 불리는 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병원 전공의 등 13명으로 파악됐다. 복지부는 공고문에 이들의 소속과 의사 면허를 공개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는 경우 의료법 제66조와 88조에 따라 처분 및 형사 고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시송달의 효력은 공고 즉시 발생한다.

복지부는 이날 공시송달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의 송달 효력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공시송달은 폐문부재 등으로 송달되지 못한 전공의에 대해 먼저 실시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등기발송이 불가한 경우 추가로 공시송달을 하는 등 법과 원칙에 따라 후속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3·1절 연휴가 끝나는 오는 4일부터 미복귀 전공의 등에 대한 행정 처분과 고발 조치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공의들은 반발하고 있다. 공시송달 대상자인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1년 과정의 인턴이 끝났을 뿐”이라며 “인턴을 1년 더 하라는 것인지 계약도 안 한 병원으로 출근하라는 것인지, 복귀할 곳이 없는데 이런 명령을 받으니 황당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사직했다는 서울 ‘빅5’ 병원의 한 전공의도 “개별적 자유 의지로 사직했는데 왜 문제를 삼느냐. 병원이 완전 셧다운(기능 마비)된 것도 아니잖느냐”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의협 비대위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대통령은 3·1운동의 정신인 자유의 가치를 지키겠다고 강조했지만 대한민국 의사들은 자유가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주장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현 정부가 MZ세대를 너무 모르는데, 누가 시킨다고 하는 세대가 아니다”며 “의사들도 한 명의 자유 시민으로서 인정받기 위한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는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주 위원장은 “오늘 압수수색과 공시송달 등으로 많은 회원이 분개해 궐기대회 때 예상 참석 인원 2만 명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참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정부가 ‘이래도 돌아오지 않을 거냐’는 식으로 전공의를 압박하려는 것 같은데, 이로 인해 의료계는 더욱 결집할 명분만 생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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