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우리들의 선생님”(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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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참교육운동에 애쓰다 쓰러진 우리의 선생님을 구합시다.』
23일 오후4시 세종대 대양홀에서는 투병중인 한 해직교사 이기주씨(34)의 수술비 마련을 위한 모금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올들어 가장 추운 날씨속에 난방조차 되지 않았지만 전날에 이어 5백여명의 중고생·동료 교사들로 꽉찬 객석에서는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 땅의 참교육과 민족·민주·인간화교육을 위해 앞장서신 선생님을 왜 빼앗아 가려합니까.』
노래·연극·슬라이드 등으로 이어진 공연은 전교조 활동으로 교단을 떠나는 해직교사의 모습을 끝으로 3시간여만에 막을 내렸다.
이교사는 83년 대학졸업과 함께 모교인 서울 D고 교사로 부임했으나 교육현실에 모순을 느껴 전교조활동을 주도하다 지난해 8월 동료교사 10명과 함께 해직됐다.
해직후 임시직 학원강사를 전전하기도 하고 때론 현직 교사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전교조 기금으로 한달 20만원의 생계비를 받아 다섯가족이 연명하기도 했다.
그러다 해직 1년만인 지난 8월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라는 무서운 선고를 받았던 것.
골수이식 수술을 받으면 70%의 완치가능성이 있다지만 의료보험이 안되는데다 7천여만원의 수술비가 문제였다.
이번 공연은 동료 해직교사들과 고교 및 대학의 민주동문회 선후배들이 이교사를 위해 마련한 것으로 입장권 판매대금 1백여만원이 그동안 모금한 6백여만원에 보태졌다.
『이 사회의 병을 대신 앓고 있는 선생님을 구하고 참교육이 이룩되는 날까지 함께 힘을 합칩시다.』
공연이 끝난뒤 참석자들은 사회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교사 돕기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김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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