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 더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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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는 내년에 노원정보도서관의 개방 시간 연장 문제를 놓고 고민 중이다. 노원구가 운영하는 이 도서관은 현재 자료실은 오후 8시, 열람실은 오후 10시에 문을 닫는데 이를 각각 10시, 11시로 연장하려면 2억원가량의 추가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가 지원하는 예산은 1억5000만원이어서 나머지 5000만원을 구청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원구는 내년도 방문보건사업 활성화 사업과 장애인주민자치센터 도우미 지원사업을 하지 않기로 이미 방침을 정했다. 두 사업에는 각각 1억2000만원과 1억79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고보조는 50%, 75%에 그쳐 노원구가 6000만원, 4500만원씩 부담해야 한다. 방문보건소 활성화는 거동이 불편한 저소득층 환자를 집으로 찾아가 진료하는 사업이고, 장애인주민자치센터 도우미 지원은 주민자치센터에 장애인 도우미를 두는 사업으로 주민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사업이다.

이노근 노원구청장은 29일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복지정책을 구청이 적극적으로 따라갈수록 재정 상태가 열악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여건과 재정 상황을 따져 국고보조금을 줄이거나 늘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문제라는 것이다.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노원구가 강남구보다 복지 예산이 훨씬 많은 것은 대상자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노원구의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는 2만1125명인데 반해 강남구는 8224명이다.

노원구는 장애인.자활사업 대상자 등 9개 종류의 복지 대상자가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다. 저소득층이 많아 살림이 빠듯한데 중앙정부는 복지 관련 사업 보조금을 획일적으로 지급해 구청의 재정이 나빠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구청이 자체적으로 벌이는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노원구의 예산 절약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현조 기획예산과장은 "인건비 빼고 줄일 수 있는 것은 다 줄인다"고 말했다. 업무 추진비의 경우 행정자치부 지침에 따르면 최대 14억7000만원까지 책정할 수 있지만 올해 7억8900만원으로 25개 구청 가운데 가장 적다.

중랑구.도봉구 등 강북의 다른 구청도 사정은 비슷하다. 재정자립도 23위인 강북구는 올해 전체 예산 1611억원 중 519억원(32.3%)이 복지 예산이다. 김형환 기획예산팀장은 "강북구는 아직도 하수도관 중 토관이 남아 있을 정도로 낙후된 주택이 많은데 획일적인 국고보조사업으로 예산 압박이 심해 정작 필요한 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 안상렬 서기관은 "서울 시내라 하더라도 구청에 따라 입장이 다른 만큼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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