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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117) 강유가 곽회를 죽이고 조방은 밀지가 발각돼 폐위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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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과 삼국연의 읽기도 어느덧 마지막 권이 되었습니다. 소설을 읽어본 독자라면 초반의 흥미진진하던 내용은 관우와 제갈량을 비롯한 영웅호걸들이 사라지면서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아집니다.

게다가 사마의마저 사라지고 나면 더욱 읽을 재미가 줄어들고 마지막 권은 읽는 둥 마는 둥 스쳐보게 됩니다. 하지만 시작했으니 끝마무리도 잘하여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좋겠지요? 이제 결승점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힘을 내어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주에는 제갈각이 동흥에서 승리한 후 위나라를 공격하면서 촉에게 협공하자는 편지를 보냈다고 했습니다. 오늘은 촉의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강유는 20만 명의 군사를 소집하고 요화와 장익을 좌우선봉으로 삼았습니다. 하후패를 참모에, 장의를 운량사에 임명하고 양평관으로 나왔습니다. 강유가 하후패와 상의를 했습니다.

지난번에 옹주를 공격하여 이기지 못하고 돌아왔으니 지금 만약 다시 나간다면 반드시 또 대비할 것이오. 공에게 무슨 좋은 생각이 없소?

농서 쪽 여러 군 중에는 남안의 전량(錢糧)이 가장 많으니 만약 먼저 점령한다면 밑천으로 삼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지난번에 이기지 못하고 돌아온 것은 강병(羌兵)이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강인들에게 사람을 보내 농우에서 만나기로 한 다음 진군하여 석영(石營)으로 나가고 동정(董亭)길을 따라 곧장 남안으로 쳐들어가소서.

공의 말이 매우 훌륭하오.

사마사. 출처=예슝(葉雄) 화백

사마사. 출처=예슝(葉雄) 화백

강유는 각정을 사자로 삼아 황금과 비단을 가지고 강왕(羌王)과 우호관계를 맺도록 했습니다. 강왕 미당은 예물을 받자 즉시 5만 명의 군사를 일으키고 아하소과를 대선봉으로 삼아 남안으로 출발했습니다. 곽회가 사마사에게 이러한 전황을 보고했습니다. 사마사는 보국장국(輔國將軍) 서질이 지원하자 기뻐하며 사마소를 대도독으로 삼아 함께 농서로 보냈습니다.

촉군과 위군이 동정에서 만났습니다. 요화와 장익이 서질과 겨뤘지만 패하고 돌아왔습니다.

서질은 용맹이 대단했소. 무슨 수를 써야 잡을 수 있겠소?

내일 내가 거짓 패한 체하며 군사를 숨겨 놓은 곳으로 끌어들이면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사마소는 사마의 자식인데 어찌 병법을 모르겠소? 만일 지형이 복잡한 것을 보면 틀림없이 쫓아오지 않을 것이오. 내 생각에 위군은 여러 번 우리 군량수송로를 끊었으니 이제 그런 계책을 써서 유인하면 서질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소.

강유는 요화와 장익에게 계책을 알려주고 길에는 철질려(鐵蒺藜)를 뿌리고 영채 밖에는 녹각을 배설하는 등 장기대책을 세우는 것처럼 꾸몄습니다. 서질은 날마다 군사를 이끌고 와서 싸움을 걸었지만 촉군은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위의 기마 순찰병이 촉군의 상황을 보고했습니다.

촉군은 철롱산 뒤편으로 목우와 유마를 써서 군량을 수송하고 있고, 장기대책을 세우면서 강병과 협동작전을 벌이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날 촉군을 이겼던 것은 그들의 군량수송로를 끊었기 때문이다. 지금 촉군이 철롱산 뒤편에서 군량을 수송하고 있다. 너는 오늘밤 5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가서 그들의 군량수송로를 끊어라. 그러면 촉군은 저절로 물러갈 것이다.

서질은 사마소의 명령을 받고 철롱산을 기습했습니다. 촉군은 군량을 버리고 모두 달아났습니다. 서질은 군사를 나눠 빼앗은 군량을 옮기는 한편 촉군을 추격했습니다. 하지만 10리를 못가서 함정에 빠졌습니다. 위군은 대패하고 서질은 겨우 빠져나와 혼자서 달아나다가 강유와 정통으로 만났습니다.

서질이 소스라치게 놀라 경황이 없을 때 강유의 창이 날아왔습니다. 서질은 그 자리에서 난도질을 당한 채 죽었습니다. 하후패는 군량을 빼앗아 가던 위군을 모두 사로잡았습니다. 하후패는 촉군을 위군의 옷과 갑옷으로 무장시키고 위군의 영채로 들어가 공격했습니다. 사마소는 달아날 길이 없어 철롱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나마 물이 풍부하여 버틸 수 있었습니다.

곽회가 이 소식을 듣고 구하러 가려고 할 때 진채가 말렸습니다. 대신 강병을 먼저 제압하면 철롱산의 포위는 풀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곽회는 그 말을 따라 진태를 강왕에게 보내 항복하는 척했습니다. 결국 이를 그대로 믿은 강왕은 사로잡히고 곽회는 그를 풀어주며 철롱산의 포위를 풀도록 했습니다.

강왕과 함께 들이닥친 위군의 공격으로 강유와 촉군은 도망가기 바빴습니다. 곽회가 강유를 추격해왔습니다. 강유는 무기도 없이 활만 가지고 산속으로 달아났습니다. 곽회는 강유가 화살이 없는 것을 알고는 자신이 화살을 먹여 쏘았습니다. 강유가 피하면서 날아오는 화살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활시위에 얹어 쏘았습니다. 순간 곽회가 말에서 떨어져 나갔습니다. 위군이 곽회를 영채로 데려가 활촉을 뽑자 피가 멈추지 않았습니다.

곽회가 쏜 화살을 잡는 강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곽회가 쏜 화살을 잡는 강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마침내 곽회가 죽었습니다. 강유도 패잔군을 이끌고 한중으로 돌아왔습니다. 비록 패했지만 곽회와 서질을 죽였으니 위군의 기세를 꺾은 셈이었습니다. 사마소도 낙양으로 돌아갔습니다.

사마사와 사마소 형제는 정사를 함께 주물렀습니다. 뭇 신하는 누구 하나 감히 거역하지 못했습니다. 조방이 조회를 마치고 물러나자 태상 하후현, 중서령 이풍, 광록대부 장집 세 명만이 모실 뿐이었습니다. 조방은 장인인 장집을 붙잡고 울며 말했습니다.

사마사는 짐을 어린애처럼 대하고 조정 백관을 쓰레기 취급하니 사직은 조만간 그의 손으로 넘어가고 말 것이오.

폐하! 걱정하지 마소서. 신 중서령이 비록 재주 없지만 폐하의 명조(明詔)를 받들고 사방의 영걸을 모아 역적들을 섬멸하겠습니다.

오직 불가능하지 않을까 염려될 뿐이오.

신들이 맹세코 마음을 합쳐 역적들을 토벌하여 폐하께 보답하겠습니다.

조방은 용봉한삼(龍鳳汗衫)을 벗어 손가락을 깨물어 흐르는 피로 조서를 써서 장집에게 주며 당부했습니다.

짐의 할아버지 무황제께서 동승을 죽이셨던 것은 기밀이 잘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소. 경들은 꼭 면밀히 조심하여 밖으로 새나가지 말게 하오.

이들이 어전을 나오자마자 사마사가 다그쳤습니다. 조방이 우려했던 일이 궁궐 밖을 나가지도 못하고 발각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마사가 조방의 밀조를 펼쳐보았습니다.

‘사마사 형제가 함께 대권을 틀어쥐고 장차 반역을 도모하려 하고 있다. 행해지고 있는 조칙은 모두 짐의 뜻이 아니다. 관군 각 부대의 장수와 사병들은 함께 충의를 따라 역적을 토벌해 없애고 사직을 바로잡아 세우라. 일이 성공하면 큰 벼슬과 상을 내리겠다.’

조방의 밀지가 탄로나 처형되는 장황후. 출처=예슝(葉雄) 화백

조방의 밀지가 탄로나 처형되는 장황후. 출처=예슝(葉雄) 화백

사마사는 즉시 세 사람을 저잣거리에서 허리를 잘라 죽이고 삼족의 씨를 말리라고 했습니다. 조방은 일이 탄로 나자 용서를 빌었습니다. 사마사는 장황후를 끌어내 목을 매어 죽였습니다. 이어 신하들을 소집하고 말했습니다.

지금 주상께서는 주색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시며 추잡하게 창우(娼優)들이나 가까이하시고 아첨하는 말이나 믿으시며 어진 신하를 멀리하시니 그 죄가 한나라 창읍왕보다 더하여 천하의 주인이 되실 수 없겠소. 내가 이윤과 곽광이 한 일을 본받아 다른 새 임금을 세워 사직을 보전하고 천하를 안정시키고자 하는데 어떻게들 생각하시오?

결국, 태후의 명에 의해 조방은 옥새를 반납하고 고귀향공 조모가 황제가 되었습니다. 위나라의 운명도 이제 바람 앞에 등불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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