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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美와 우주 핵무기 논의…진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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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러시아의 우주 핵무기 개발을 둘러싼 미·러 간 신경전이 불붙은 상황에서 양국이 이 문제와 관련해 비공개 대화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최근 핵무기 우주  배치 문제로 미국과 대화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11일 러시아 달 탐사선 루나-25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발사되는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해 8월 11일 러시아 달 탐사선 루나-25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발사되는 모습. AFP=연합뉴스

다만 랴브코프 차관은 “(미국과 접촉에서) 진전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이 문제에 관한 소통은 완전히 비생산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우리가 우주에 핵무기 체계를 배치할 계획이라는 터무니없는 비난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러 대화와 관련, 월스트리저널(WSJ)은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각각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과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과 접촉했다고 23일 전했다. 앞서 백악관은 “미·러 간에 러시아의 대(對) 위성 능력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면서도 구체적인 채널에 대해선 언급하진 않았다.

신문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과 우샤코프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핵무기 및 대량살상무기(WMD) 사용 가능성 등을 놓고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다. 이번 대화에선 설리번 보좌관이 “대위성 핵무기를 우주에 배치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태는 최근 미 언론이 “러시아가 우주에서 인공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위성 형태의 핵 전자기파(EMP) 무기 개발 가능성”을 보도하면서 일파만파 커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인도 외교장관과 회담에서 “러시아가 새로운 핵무기를 배치하지 못하도록 나서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해 1월 6일 우크라이나군 스타링크 부대가 최전방 지역에서 위성 정보 수신용 안테나를 설치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월 6일 우크라이나군 스타링크 부대가 최전방 지역에서 위성 정보 수신용 안테나를 설치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 사이에선 “그간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의 상업용 위성 체계인 ‘스타링크’를 이용해 러시아군에 타격을 입힌 만큼 러시아가 이에 대응할 무기 체계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광범위하게 펼쳐진 수천 개의 소형 위성으로 이뤄진 스타링크를 무력화하기 위해선 사실상 핵 EMP 공격이 가장 효과적이란 점에서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0일 “러시아는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데 반대한다”며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또 러시아는 우주에서의 핵무기 및 WMD 배치를 금지한 유엔 우주조약(1967년 발효)을 계속 준수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24일 랴브코프 차관은 우주조약에 대한 탈퇴 가능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쏘아올린 타국의 위성 수가 90% 이상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35기 수준이었는데, 2022년엔 2기, 지난해엔 3기에 그쳤다고 한다. 이에 따라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가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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