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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우주에 핵무기 배치 안 해"…'핵EMP 개발' 美첩보에 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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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는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데 반대한다”고 20일(현지시간) 말했다. 앞서 미국에서 “러시아가 우주에 배치할 새로운 핵무기를 개발 중”이란 보도가 나오고 백악관이 이를 사실상 인정하는 반응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회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회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회의하면서 “최근 미국 등 서방에서 우주 핵무기 배치를 두고 잡음이 제기되지만, 우리의 입장은 명확하고 분명하다”며 이처럼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미국 등이 우주에서 하는 일만 한다”며 “우린 (우주 분야의) 모든 협정 준수를 촉구하며 협력을 강화하자고 수차례 제안했는데, 오히려 서방은 격앙된 듯 이 문제를 끄집어내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쇼이구 장관도 “우리가 그런 무기가 없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다”며 “그런데도 그들은 잡음을 내고 있다”고 맞장구쳤다.

CNN은 지난 17일 정보 소식통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우주에서 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위성 형태의 핵 전자기파(EMP) 무기 개발 가능성을 보도했다. 이에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 같은 의혹과 관련해 “아직 배치되진 않았다”면서도 “(러시아가 개발 중인 무기는) 대(對)위성 역량과 관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연내 우주 핵무기를 배치할 것"이란 내용의 보도도 나왔다. 20일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은 러시아가 이르면 올해 안에 핵무기 또는 모의 탄두를 우주에 배치 할 수 있다고 동맹국들에게 알렸다" 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15일 러시아 니즈니타길의 한 방위산업체 공장을 방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15일 러시아 니즈니타길의 한 방위산업체 공장을 방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6~17일 중국·인도 외교장관과 회담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며 “우주에서 핵폭발이 일어나면 미국 위성뿐 아니라 중국·인도 위성도 피해를 볼 수 있으니, 러시아와 가까운 양국이 나서서 말려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직접 러시아를 설득하려고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미 정부 관계자와 소식통을 인용해 "미 정보 당국과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CNN 보도가 나오기) 1주일 전쯤 러시아 측과 접촉하는 등 외교적인 노력을 했다"고 20일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인도가 중재자로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미국의 움직임과 관련, 쇼이구 장관은 “백악관이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하도록 미 의회를 압박하고, 러시아가 전략적 안정 대화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이런 얘기를 지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과) 전략적 안정을 논의하는 데 반대한 적이 없다”며 “하지만 서방이 러시아의 패배를 원하는 상황에선 전략적 안정에 대한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월스트리저널(WSJ)은 “미 정부가 민간 우주기업인 스페이스X와 2021년 18억 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의 비밀 계약을 체결하고 미 정보·군사 당국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18일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에서 스페이스X의 스타십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8일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에서 스페이스X의 스타십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페이스X는 지난해 8월엔 미 국방부와 ‘스타실드(Starshield)’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스페이스X는 수천 개의 소형 위성으로 이뤄진 상업용 위성 체계인 ‘스타링크(Starlink)’를 운영하고 있는데, 스타실드는 보안을 강화한 정부기관용 위성망으로 통신·데이터 서비스는 물론 지구관측 임무까지 수행한다. 사실상 군사위성 체계를 민간에 수탁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핵 EMP 무기 개발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미국의 위성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핵 EMP가 하나의 위성이 아닌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소형 위성군을 공격하기에 효과적인 무기체계이기 때문이다.

그간 우크라이나군은 전장에서 스타링크를 활용한 포격전과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러시아군에 큰 피해를 줬다. 그런 만큼 러시아가 핵 EMP 무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는 게 미 정보 당국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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