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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엔 나물? 별미 김밥 '복쌈' 드셔보셨나요 [쿠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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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아의 저탄수 균형식 ⑥ 안초비 냉이 김밥

저탄수 잡곡밥과 제철 냉이, 안초비, 달걀말이로 만든 김밥. 사진 윤지아

저탄수 잡곡밥과 제철 냉이, 안초비, 달걀말이로 만든 김밥. 사진 윤지아


2월 24일, 오늘은 음력으로 1월 15일, ‘정월 대보름’입니다. 이날은 그해의 풍요로운 농사를 기원하며 지신밟기, 쥐불놀이, 더위팔기 등 다양한 놀이를 즐겼죠. 빠짐없이 챙기던 절기 음식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오곡밥’과 ‘묵은 나물’입니다. 오곡밥에 호박오가리, 가지고지, 시래기, 묵나물, 취나물 등 9가지 묵은 나물들을 삶아 함께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안 탄다는 말도 있지요.

묵은 나물과 오곡밥을 배춧잎이나 취·김 등으로 쌈 싸 먹으면 ‘복쌈’, 혹은 명(命)을 길어지게 한다 하여 ‘명쌈’이라고 불렀습니다. 저는 정월 대보름 하면 이 ‘복쌈’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정월 대보름상을 차린 엄마는 팥과 검은콩, 기장, 수수 등을 넣은 간간한 찹쌀밥에 여러 가지 나물을 넣고 김으로 돌돌 말아 김밥을 싸 주셨거든요. 어릴 때는 그게 복쌈인 줄 모르고 콩과 나물이 들어간 김밥이 싫기만 했습니다. ‘이런 김밥 말고 햄이랑 맛살 넣은 김밥을 만들어 달라’고 투정부렸던 기억도 납니다. 요즘은 대보름마다 매년 복쌈을 싸준 엄마 덕분에 건강하게 잘살고 있구나 생각하지만요.

그 시절 가족들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수고스러움을 마다치 않았던 엄마의 노고와 사랑을 떠올리며, 오늘은 세 가지 잡곡으로 밥을 짓고 제철 맞은 냉이를 맛있게 무쳐 만든 ‘안초비 냉이 김밥’ 소개합니다. 이름 그대로 냉이와 안초비가 들어간 이 김밥은 낯설면서도 단순한 맛들이 잘 어우러지면서 정월대보름의 ‘복쌈’으로 손색 없을 만큼 영양적으로도 훌륭하니 꼭 만들어 보길 추천합니다.

우선 김밥을 만들기 전 현미보리밥을 만들어야 합니다. 현미는 깨끗이 씻어 8시간 이상 물에 담가 충분히 불렸다가 사용합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현미는 백미보다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건강한 탄수화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현미로만 밥을 지으면 소화기관이 약한 분들에게는 무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때는 백미와 섞어서 밥을 지어보세요. 저는 소화를 잘하는 편이라 이번 레시피는 현미 50%, 백미 25%, 다른 잡곡 25%로 구성했습니다. 하지만 소화 기능이 떨어져 있다면 백미 50%, 현미 25%, 다른 잡곡 25% 정도로 조절해보세요.

안초비 냉이 김밥은 흰 쌀밥보다 탄수화물 양이 적은 현미 보리밥을 사용한다. 사진 윤지아

안초비 냉이 김밥은 흰 쌀밥보다 탄수화물 양이 적은 현미 보리밥을 사용한다. 사진 윤지아

현미와 백미 외에는 눌린 보리(압맥)를 사용했습니다. 눌린 보리는 보리를 가열 압착한 것이라 일반 보리보다 잘 익습니다. 따로 불릴 필요 없이 쌀과 비슷한 속도로 조리되니 바로 씻어서 밥을 지어도 됩니다. 또한 특유의 탱글탱글한 식감 덕분에 씹는 시간이 길어져 식사를 천천히 유지할 수 있습니다. 눌린 보리가 없다면 같은 양의 카무트나 귀리를 사용해도 좋습니다. 다만 카무트나 귀리를 사용할 때는 충분히 물에 불려 사용하세요. 완성된 현미보리밥은 8인분 정도 되는 양이니 충분히 식힌 뒤 120g씩 나누어 냉장실에 5시간 정도 두었다 드세요. 냉장에서 보관되는 동안 전분이 노화되어 당질저감의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래 두고 먹을 예정이라면 냉장보관 이후에 냉동으로 옮겨 보관하면 됩니다.

잡곡밥에 양념은 참기름 대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과 소금으로 맞춥니다. 핵심 재료인 안초비와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거예요. 김밥에 저런 재료들이 어울릴까 싶지만, 안초비는 멸치를 염장한 식품으로 고소하면서도 짭조름하고 감칠맛이 나 냉이 특유의 향과 무척 조화로워요. 멸치젓갈과 달리 생으로 먹어도 비리지 않아요. 주의해야 할 점은 안초비는 제품에 따라 간이 약간씩 다르지만 대체로 짭짤하니 냉이나물과 달걀말이, 잡곡밥의 밑간을 삼삼하게 맞춰주세요.

냉이는 뿌리와 잎을 나누어 손질합니다. 뿌리와 잎 사이에 흙이 많이 끼어있기도 하고, 냉이를 데칠 때 뿌리 쪽은 섬유질이 더 질기고 단단해서 익히는 시간을 길게 잡아야 하므로 나누어 조리하는 게 좋습니다. 뿌리는 1분 이상 충분히 데치고 잎은 3~5초 정도만 살짝 데쳐요. 찬물에 헹구어 식힌 후 물기를 짜고 굵은 뿌리에는 칼집을 넣어 가늘게 찢어서 준비합니다. 그러면 간이 골고루 스며들고 나물을 접시에 담을 때도 모양새가 얌전합니다.

김밥에 냉이만 듬뿍 넣어 말아 먹는 것도 맛있지만, 영양 균형을 생각해 단백질 재료인 달걀말이도 들어갑니다. 달걀은 곱게 풀어서 지단팬에 김밥용 김의 길이에 맞춰 달걀말이를 만듭니다. 달걀말이가 어렵다면 얇게 지단을 부쳐서 채 썰어 넣는 것도 좋습니다. 그것도 어렵다면 스크럼블드 에그를 만들어도 됩니다. 1인분인 김밥 1줄에 달걀 2개를 기준으로 하면 한 끼에 섭취하는 양으로 적당합니다.


Today's Recipe 윤지아의 안초비 냉이 김밥 

냉이의 뿌리가 두껍다면 칼집을 넣고 가늘게 찢어 준비한다. 사진 윤지아

냉이의 뿌리가 두껍다면 칼집을 넣고 가늘게 찢어 준비한다. 사진 윤지아

“냉이나물을 무칠 때 사용하는 들기름은 향이 옅은 생 들기름을 추천해요. 생 들기름을 사용하면 잡곡밥에 사용한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의 향과 부딪히지 않아요.”

재료 준비
현미보리밥(8인분): 현미 2컵, 눌린 보리 1컵, 쌀 1컵, 물 4와 1/4컵
안초비 냉이 김밥(2인분): 현미보리밥 240g,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1작은술, 소금 2꼬집, 김밥용 김 2장, 안초비 6조각
냉이나물: 냉이 150g, 다진 마늘 1/2작은술, 소금 1꼬집, 들기름 1/2작은술
달걀말이: 달걀 4개, 소금 2꼬집, 맛술 1/2작은술, 들기름 1/2작은술

현미보리밥 만드는 법
1. 현미는 깨끗이 씻은 뒤 8시간 불려서 물기를 뺀다.
2. 눌린 보리와 쌀은 밥을 짓기 15분 전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3. 전기압력밥솥에 ①과 ②의 잡곡을 넣고 분량의 물을 부어 잡곡 모드로 40분간 밥을 짓는다.
4. 밥이 다 지어지면 골고루 섞어 완전히 식힌 후 120g씩 소분한다.

안초비 냉이 김밥 만드는 법
1. 냉이는 뿌리와 잎을 나누어 손질하고 여러 차례 헹구어 씻은 뒤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뿌리 부분은 1분간, 잎은 3~5초 동안 데친다.
2. 데친 냉이는 찬물에 헹구어 물기를 꾹 눌러 짜고 두꺼운 뿌리는 칼집을 내서 잘게 찢어 소금과 들기름, 다진 마늘로 양념한다.
3. 달걀을 풀어 소금과 맛술, 들기름을 넣고 잘 섞는다.
4. 사각 코팅팬을 달구어 약불로 줄이고 아보카도 오일을 살짝 두른 후 키친타월로 닦아낸다.
5. 팬에 달걀물의 절반을 붓고 돌돌 말아 접어 도톰한 달걀말이를 만든다. 같은 과정을 반복해 달걀말이를 1개 더 만든다.
6. 현미보리밥에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과 소금으로 밑간하여 한 김 식힌다.
7. 김밥용 김에 현미보리밥 120g을 얇게 펼친다. 김의 2/3가 밥으로 골고루 채워지면 냉이나물과 달걀말이, 안초비 3조각을 얹어서 돌돌 만다.
8. 한입 크기로 썰어 접시에 담아낸다.

윤지아 요리연구가 cook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COOKING과 SSG는 곡물을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잡곡으로 차리는 건강 식탁〉기획전을 준비했습니다. SSG에서 ‘안초비 냉이 김밥’을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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