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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 세우고픈 사람은 없다" 그 두 달 뒤 베를린장벽 세워[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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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 너머
카트야 호이어 지음
송예슬 옮김
서해문집

“장벽을 세우고 싶은 사람은 없지요.” 1961년 6월 15일 동독 통치자인 발터 울브리히트 독일사회주의통일당(SED) 제1 서기는 장담했다. 동독 정부가 수립된 지 12년 된 당시는 동독인 300만 명이 이미 ‘노동자와 소작농의 국가’를 버리고 떠난 때였다.

하지만 두 달도 채 지나지 않는 그해 8월 13일 아침 서베를린에 인접한 동베를린 미테구 킬러슈트라세 3번지에 살고 있던 게르다 란고슈는 밤새 ‘반파시스트 방벽’이 둘러쳐진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그날 밤 서베를린을 동베를린 및 동독의 나머지 지역과 구분하는 170km의 분계선에 전격적으로 장벽이 설치되기 시작한 것이다. 동독 정권은 국민을 장벽 안에 가두고 그 벽을 넘으려는 사람들에게 총질을 해댔지만, 결국 그 국민들에 의해 장벽과 함께 붕괴되고야 말았다.

지난해 11월 9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 장벽 붕괴' 34주년 기념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베를린 장벽 잔해 틈에 장미를 놓아두는 모습. [EPA=연합뉴스]

지난해 11월 9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 장벽 붕괴' 34주년 기념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베를린 장벽 잔해 틈에 장미를 놓아두는 모습. [EPA=연합뉴스]

동독에서 태어난 영국인 역사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카트야 호이어가 펴낸 『장벽 너머』(부제 '사라진 나라, 동독 1949-1990')는 나치독일이 2차대전에서 패전한 1945년 ‘슈툰데 눌’(Stunde Null, 제로시간)부터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이듬해 1990년 독일이 통일될 때까지 동독의 역사를 재조명한 책이다. 울브리히트, 에리히 호네커 서기장과 슈타지 수장인 에리히 밀케 등 동독의 주요 인물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동독 시절 실제 생활과 증언들을 광범위하게 수집해 다각도로 동독 역사를 재구성했다. 동독이 서독에 흡수통합돼 소멸한 역사를 굳이 되돌아볼 필요가 있느냐는 물음도 있지만 지은이는 눈물과 분노뿐 아니라 웃음과 자부심도 있었던 동독의 역사는 어엿한 독일 역사의 일부로 다루어져야 마땅하다고 강조한다.

동독 역사는 어찌 보면 해방 후 북한의 역사와도 닮은 점이 많다. 특히 정부 수립 초기의 소련과의 밀접한 관계 등이 유사하다. 이 책은 장벽 건설을 비롯해 동독인을 옭아맸던 슈타지의 활동, 끝내 자유와 통일을 쟁취한 동독인들의 저항 등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한국의 독자들로서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한 동독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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