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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간 친구 부르니 눈앞에 ‘두둥’…차원이 다른 ‘6G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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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G 전문가’ 카츠 교수가 본 미래형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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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날아오는 통신요금 청구서를 보면 드는 의문 하나. LTE보다 비싼 5G, 꼭 써야 하나? 지난해 3월 이후 LTE 가입자 수가 증가추세(과기정통부)로 전환한 건,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기도. ‘그래서 LTE와 뭐가 다르냐’는 질문에 5G는 상용화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IT업계에선 불쑥불쑥 ‘6G’라는 단어가 튀어나온다. 5G도 모르겠는데, 벌써 6G? 도심항공교통(UAM)도, 원격 로봇 수술도 6G가 있어야 제대로 가능하다는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첫 경영 행보를 시작한 곳도 반도체 공장이 아닌 6G 개발 연구소.  그래서 6G가 상용화되면 뭐가 달라지는지, 마르코스 카츠 핀란드 오울루대 무선통신센터 교수에게 물었다.

영화 ‘킹스맨’의 홀로그램을 이용한 회의 장면. [유튜브 캡처]

영화 ‘킹스맨’의 홀로그램을 이용한 회의 장면. [유튜브 캡처]

카츠 교수는 노키아와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던 통신기술 전문가다. 세계 최초 6G 연구 프로그램인 ‘6G 플래그십’의 핵심 멤버이기도 한 그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6G 기술교류 협력을 맺기 위해 방한했다.  지난달 11일 서울 종로구 핀란드대사관에서 만난 카츠 교수는 5G와 6G의 세대 차이에 대해 “6G 시대엔 사람까지 연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6G의 이론상 속도는 1Tbps(1테라비트, 1000Gbps)다. 이론적으로는 5G 최고속도인 20Gbps(기가비트)보다 50배 빠르다. 이론대로라면 125GB 대용량 데이터를 1초 만에 옮길 수 있다.

마르코스 카츠

마르코스 카츠

1Tbps 속도 구현의 의미는.
“3G, 4G, 5G와 같이 통신의 세대를 나눌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데이터를 옮기는 속도다. 기존엔 통신 네트워크에 스마트폰만 연결해도 됐다. 그런데 앞으로는 여러 사물, 나아가 사람까지 연결(HCI)하는 ‘만물 인터넷’이 필요하기 때문에 5G보다 속도가 빨라야 한다. 또 빠른 속도를 감당하려면 5G보다 더 넓은 주파수 대역도 필요하다. 숫자로 설명하면 어려우니 6G에서만 가능한 것에 관해 얘기해 보자. 대표적인 게 ‘홀로그램 통신’이다.”
홀로그램 통신이 뭔가.
“미래형 통신 중 하나다. 현재 통신 환경에서는 2차원 평면 영상만 전송할 수 있다. 하지만 6G가 도입되면 실물처럼 부피감이 있는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입체 통신’이 가능해지는 거다. 예를 들어 친구와 전화할 때 3차원(D) 이미지가 나오게 할 수 있다. 물론 구현이 복잡하고, 전력을 많이 쓴다는 문제도 있지만, 미래엔 가능할 것이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5G와는 어떻게 구분되나.
“앞서 말한 데이터 전송 속도 외에 6G의 또 다른 특징은 ‘저 지연성(low latency)’이다. 실행과 반응 사이에 지연이 아주 적은 것을 말한다. 현재 네트워크상에선 이 정도 빠른 반응은 불가능하다.”
저 지연, 어디에서 쓰나.
“헬스케어 분야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체내에 삽입해 건강상태를 계속 모니터링하는 장비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데이터를 병원 시스템에 전달하고, 의사나 인공지능(AI)이 분석하게 하려면 연결이 아주 중요하다. 특히 심장질환같이 치명적인 질병에 모니터링 기술을 적용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연결 상태가 담보돼야 한다.”
6G에서만 가능한 것, 또 뭐가 있을까.
“6G에서는 기존 무선 네트워크뿐 아니라 빛을 활용한 통신도 가능할 거라고 본다. 아주 빠른 속도의 빛을 활용해 모스부호(점과 선을 배합해 문자를 전달하는 전신 부호)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빛은 문을 닫으면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보안성이 뛰어나다.”

“그런데 ‘빠른 속도, 저지연성’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거 같은데. 맞다, 2019년 ‘세계 첫 상용화’라며 5G를 홍보할 때 동원됐던 단어다. 당시만 해도 5G 시대가 오면 마치 LTE(4G) 때와는 다른 ‘홀 뉴 월드’가 펼쳐질 것만 같았건만. 5G는 아직도 과대광고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통신사를 비롯한 국내 기업이나 정부가 6G에 투자한다고 할 때 소비자 반응이 차가운 이유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6G 투자에 대한 불만, 한국만의 문제인가.
“전 세계적으로 아직 6G 투자를 열렬히 반기는 분위기는 아닌 걸로 안다. 5G도 이제 시작인데, 6G는 왜 개발해야 하느냐는 불만이다. (네트워크 상용화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5G, 6G 이렇게 세대를 넘어갈 때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그러기 위해 제일 중요한 건 속도를 높이고, 킬러 앱을 만드는 거다.”
킬러 앱이 나오려면 거기에 맞는 디바이스도 필요할 것 같다.
“6G 시대에 실현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미래엔 디바이스가 필요 없게 될 거다. 디바이스가 환경에 통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테이블에 앉아있는 상태에서 전화한다면 지금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같은 디바이스를 꺼내야 한다. 그런데 디바이스가 환경에 통합된 미래엔 테이블에서 스크린, 마이크, 카메라 등이 자동으로 실행돼 바로 통화를 시작하면 된다.”
공상과학(SF) 영화 같다.
“현재 내가 연구 중인 주제 중에 사물인터넷(IoT)을 가능하게 하는 ‘스티커’가 있다. 우리가 생활할 때 많은 표면에 둘러싸여 살지 않나. 인쇄와 IT 기술을 통합해서 지능형 장비를 프린팅할 수 있다. 컵이나 화분, 인형같이 우리가 생활할 때 쓰는 모든 물건에 부착할 수 있다. 그러면 이 스티커끼리 연결해 IoT가 가능해진다.”
6G의 상용화 시점,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향후 1~2년 안에 6G 표준이 개발될 거다. 2030년이 되면 6G를 조금씩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10년 내엔 상용화될 거라고 본다.”

“다가올 6G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글로벌 경쟁은 이미 진행 중이다. 전 세계 6G 시장 규모는 2030년 74억7000만 달러에서 2035년 1595억4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인사이트에이스 애널리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새해 첫 경영 행보로 연구센터인 삼성리서치를 찾아 6G 기술개발 현황을 챙긴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국가 대항전도 활발하다. 미국은 지난해 4월 백악관 주도로 6G 기술 구축 전략회의를 열고 기업과 학계 전문가가 모여 차세대 네트워크 국제표준을 앞당기기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유럽연합(EU)도 2018년부터 세계 최초로 ‘6G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카츠 교수는 플래그십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핵심 멤버다.”

6G 기술패권 전쟁, 어느 나라가 우위를 점하게 될까.
“수십 년 전 2G가 개발됐을 땐 각 국가, 대륙별로 기술 발전이 양분됐다. 그러나 현재는 네트워크가 복잡해져서 6G 통신의 발전을 위해선 각국의 노력이 필요하다. 6G에 더 적극적인 국가가 물론 있지만, 어느 한 국가나 기업이 선도할 것 같지는 않다. 한국과 핀란드 등도 선도 국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세대(G)를 넘어가면서, 네트워크 기술도 빠르게 발전했다. 어떤 세대 변화가 가장 유의미했나.
“첫 번째 중요한 변화가 있었던 건 아날로그 형태의 단순한 1G에서 디지털 기반 통신이 가능해진 2G로 넘어갔을 때다. 문자메시지(SMS)도 이때부터 보낼 수 있게 됐다. 기술적으로는 3G에서 4G로 넘어간 게 중요하다. 효율적으로 통신할 수 있는 ‘패킷 분할 통신’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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