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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비명학살' 하위 20% 평가…'이재명 성남시' 업체들 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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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더불어민주당 의원 평가 ‘하위 20%’ 통보가 시작된 가운데 공정성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이날 박 의원은 현역 의원 하위 10%에 속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오늘의 이 과하지욕을 견디고 반드시 살아남겠다”고 밝혔다. 2024.2.20/뉴스1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이날 박 의원은 현역 의원 하위 10%에 속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오늘의 이 과하지욕을 견디고 반드시 살아남겠다”고 밝혔다. 2024.2.20/뉴스1

19일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하위 20% 통보에 반발하며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지 하루만인 20일 박용진ㆍ윤영찬 의원이 연달아 ‘하위 10%’ 통보 사실을 밝히며 “비(非)이재명계 공천 학살”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평가 결과에 대해 “근거를 알 수 없는 채점표”(박용진), “친문, 비명계가 무더기로 포함된 특정인 찍어내기 공천”(윤영찬)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선출직공직자평가는 현역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법안실적 ▶당 기여도 ▶지역활동 등을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로, 민주당 시스템 공천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하위평가자 0~10%는 30%, 하위 10~20%는 20%를 경선 득표 숫자에서 감산하는 페널티를 준다. 특히, 당에선 하위 10% 통보는 사실상 컷오프(공천 배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크게 의정활동(380점)ㆍ기여활동(250점)ㆍ공약이행(100점)ㆍ지역활동(270점) 등 총 1000점 만점의 평가 기준 중 변별력을 가르는 건 각 항목의 수행평가(의정활동 중 70점, 기여활동 중 50점, 지역활동 중 130점) 점수다. 당 관계자는 “입법 수행실적, 국회 본회의 출석률 등 ‘정량평가’ 항목에선 점수 차이가 미미하다”며 “결국 평가위원의 판단이 개입되거나 여론조사에서 변별력이 생기는 수행평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중 가장 배점이 높은 지역활동 수행평가(130점)는 권리당원 대상 여론조사(50점)와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80점)를 합산한다.

논란이 커지자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민주당 평가위원회는 활동 실적을 평가하기 위해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에 의뢰해 다면평가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정치적 고려로 평가가 이뤄졌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중앙일보 취재 과정에선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됐다. 지난해 말 진행된 선출직공직자평가 지역활동 수행평가에 참여한 4곳의 여론조사 업체 가운데 2곳이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성남시와 관련된 업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공개입찰에 참여한 7개 업체 가운데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 리서치디앤에이, 우리리서치, 티브릿지 등 4개 업체가 PPT(프레젠테이션)와 면접을 거쳐 선정됐다.

이 가운데 리서치디앤에이는 ‘한국인텔리서치’라는 사명을 쓰던 2013년 ‘성남시 시민만족도 조사’ 용역을 수행한 업체다.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을 준비하던 시점이었다. 리서치디앤에이는 최근 당원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로 진행되는 민주당 총선 경선 ARS 투표 시행업체로도 추가로 선정됐다.

지난 17일 이인영ㆍ홍영표ㆍ송갑석 등 비명계 의원들의 지역구에서 실시돼 논란을 빚었던 ‘현역배제 여론조사’도 리서치디앤에이의 옛 사명인 한국인텔리서치 명의로 이뤄졌다. 리서치디앤에이 대표 김모씨는 앞서 중앙일보 통화에서 “리서치디앤에이는 법인이고 한국인텔리서치는 개인회사로 제가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21대 국회의원 평가(선출직공직자평가) 시행세칙. 총점 1000점 가운데 의정활동 수행평가(70점)ㆍ기여활동 수행평가(50점) 등 정성평가와 여론조사 항목인 지역활동 수행평가(130점)가 변별력을 가르는 항목으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 21대 국회의원 평가(선출직공직자평가) 시행세칙. 총점 1000점 가운데 의정활동 수행평가(70점)ㆍ기여활동 수행평가(50점) 등 정성평가와 여론조사 항목인 지역활동 수행평가(130점)가 변별력을 가르는 항목으로 꼽힌다.

여론조사업체 KSOI에는 지난해 10월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장형철 전 경기연구원 경영부원장이 컨설팅본부에 합류했다. 민주당에서 조사기관 모집 공고를 내기 직전이었다. 장 전 부원장은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 비서관을 지낸 ‘성남 원년 멤버’로, 2021년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자 정진상 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과 함께 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을 지냈다.

당에선 선출직공직자평가 여론조사를 한 업체 절반이 성남시 관련 업체인 점을 두고 “‘친명’ 업체를 넣어서 계획적으로 비명계를 학살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친문재인계 홍영표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공천 과정에선 ‘비선’, ‘밀실’, ‘사천’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며 “정체불명의, 불법성이 굉장히 높은 여론조사가 나오니까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이 무너졌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론보도] <[단독] ‘비명학살’ 하위 20% 평가…‘이재명 성남시’ 업체들 참여> 관련

본 신문은 지난 2월 21일 〈[단독] ‘비명학살’ 하위 20% 평가…‘이재명 성남시’ 업체들 참여〉라는 제목으로 민주당 공천여론조사 네 업체 중 2곳인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리서치디앤에이(舊 한국인텔리서치)가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성남시와 관련된 업체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KSOI와 한국인텔리서치는 조사 용역을 담당했던 업체로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 관련 업체가 아니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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