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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원 반대’ 전공의 6415명 사직…윤 대통령 “2000명 증원은 최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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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체 전공의(인턴·레지던트)의 절반가량인 6000여 명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면서 전국 곳곳에서 수술 취소·연기 등 환자 불편과 혼란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고 말했다.

20일 보건복지부는 1만3000명 전공의 중 95%가 소속된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지난 19일 오후 11시 기준 6415명(55%)이 사직서를 냈고, 이 중 1630명이 출근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 전공의들이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내고 20일 오전 6시부터 진료를 중단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정부는 또 신촌세브란스·한양대·한림대성심 등 10개 수련병원에 직접 나가 점검하고 출근하지 않은 전공의 72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이로써 20일까지 누적 831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발령됐다. 이 명령이 내려지면 즉시 복귀해야 하고 불응할 경우 최대 면허 정지 행정처분이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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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2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역·필수 의료를 포함한 의료 붕괴 상황을 막기 위해선 의대 증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의료 개혁 필요성을 설명하며 2022년 7월 발생한 간호사 사망 사건을 예로 들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져 이 병원 응급실에 갔으나 전문의를 찾지 못했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진 사건이다. 윤 대통령은 “필수의료의 심각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으로, 우리 국민은 늘 일상에서 마주하고 있다”며 “이런데도 역대 어떤 정부도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30년 가까이 지났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27년간 정원 1명 못 늘려…필수의료 심각한 상황”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의료 현장의 주역인 전공의와 미래 의료의 주역인 의대생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의대 2000명 증원은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의료 현장의 주역인 전공의와 미래 의료의 주역인 의대생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의대 2000명 증원은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7년 동안 의대 정원을 단 1명도 늘리지 못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실패와 좌절을 거듭해 왔다”며 의료 서비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또 정부가 내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과도하다며 허황한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0명 증원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고 덧붙였다. 의료계와 협상한 뒤 정원을 조정할 것이란 일각의 예측을 일축한 것이다. 언론에 사전 배포한 모두발언 초안엔 없던 현장 발언이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증원으로 의학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서울대 의대 정원은 현재 한 학년 135명이지만 40년 전인 1983년엔 무려 260명이었다”며 “정원이 더 많았던 그때 교육받은 의사들 역량이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같은 예로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 의대인 경북대·전남대·부산대도 언급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역 의사들을 두고는 “중증 고난이도 치료와 수술에 탁월한 성과를 보인 분들이 많다”며 “앞으로 이분들의 성과와 실적을 정부는 널리 홍보해서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또 의료인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사법 리스크 경감 등 정부의 지원 대책을 거론하며 “여러분이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책임지고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에 의료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20일 전국 82개 수련병원의 임상강사·전임의들은 처음 공동 입장문을 내고 “잘못된 정책을 강행해 의료 혼란과 공백을 초래한 복지부는 의료인에 대한 협박과 탄압을 중단하고 의사들과의 진정한 소통을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또 전국 7개 의과대학에서 총 1133명(19일 오후 6시 기준)의 의대생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 휴학계를 제출했다. 전국 40개 의대 학생대표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의대협)가 20일 동맹휴학을 결의함에 따라 의대생들의 휴학 신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동맹 휴학은 휴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편, 정부가 운영하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로 공식 확인된 환자 피해는 34건(19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집계됐다. 수술 취소가 25건으로 가장 많고 진료 예약 취소 4건, 진료 거절 3건, 입원 지연 2건이다. 다만 인터넷 환자 커뮤니티 등에는 수술이 취소되고 입원이 제한되는 등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어 신고되지 않은 사례까지 더하면 피해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1년 전부터 예약된 자녀의 수술을 위해 보호자가 회사도 휴직했으나 갑작스럽게 입원이 지연된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며 “치료에 공백이 없도록 신속히 지원하고 필요한 경우 소송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공공병원과 군병원 등을 의료 공백에 동원키로 한 데 이어 추가 비상 진료 대책을 내놨다. 전공의 대신 입원환자를 보는 전문의에게 보상금을 주고 응급의료 전문의 진찰료 수가를 100% 올려주기로 했다. 인턴이 응급실·중환자실에 투입되더라도 해당 기간을 수련으로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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