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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손잡지 않고는 살아남은 생명 없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77호 20면

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지음
열림원

사회생물학자이자, 미국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해 서울대를 거쳐 이화여대에 재직 중인 저자의 책은 100권이 넘는다고 한다. 1999년 나온 『개미제국의 발견』, 2년 전 베스트셀러가 된 『최재천의 공부』

같은 저서는 물론 역서·공저·편저까지 합쳐서다. 이번 신간은 그의 전공에 대해 이렇다 할 배경 지식이 없는 독자에게도 쉽고 편하게 다가온다. 2013년부터 약 10년 간 곳곳에서 대중에게 들려준 강연을 구어체로 정리한 결과다.

이를 통해 삶의 이력이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대학 입시에 두 번 낙방한 끝에 간신히 2지망으로 합격해 처음에는 열의가 없었다거나, 실험실 대신 한국의 개울물에 뛰어드는 미국인 노교수와의 만남 덕에 생물학자의 삶을 다시 보게 되었다든가 하는 것을 포함해서다. 미국에서 만난 스승들을 비롯해 학문적 혹은 직업적 지향의 계기가 된 경로들에 대한 여러 이야기도 흥미롭다.

물론 개미나 박쥐처럼 본업이라고 할 동물 얘기가 빠질 리는 없다. 이런 이야기들은 경쟁·협동·희생 등 대개 인간 사회에 대한 그의 시선과 맞물린다. 이른바 ‘자연주의적 오류’, 즉 “자연이 이러니까 우리도 이래야 한다”는 식의 관점을 경계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의 지혜’라는 것은 하루 이틀 새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한편으로 적극적으로 자연을 모방하고 표절하자고도 주장한다. 표절은 불법이지만 “자연을 표절하는 건 합법”이라면서다. 찍찍이라고도 불리는 벨크로는 자연을 본뜬 기술의 쉬운 예. 저자는 이런 영역을 발전시킬 학문에 ‘의생학’이란 이름도 만들어 놓았다. 여기서 의(擬)는 의성어나 의태어에 쓰이는 것과 같은 한자다.

이 모든 이야기를 아울러 공생을 강조하고, 기후변화 못지않게 생물다양성 문제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약 1만여 년 전에는 지구의 모든 포유동물과 새의 전체 무게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가축의 무게가 96~99%의 비중을 차지한단다.

저자는 인간이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공생인 혹은 ‘호모 심비우스’로, “다른 생명체들과 이 지구를 공유하겠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렇게 적었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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