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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쿠바 수교 다음날…김여정 “기시다, 평양 올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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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5일 최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북·일 정상회담 추진 발언과 관련해 “(일본이) 관계개선의 새 출로를 열어나갈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김 부부장의 담화는 전날 밤 정부가 1960년 수교 이후 북한의 ‘형제국’이었던 쿠바와의 수교를 발표한 뒤 22시간 만에 나왔다.

통신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일본이 이미 해결된 납치 문제를 양국 관계 전망의 장애물로만 놓지 않는다면 두 나라가 가까워지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기시다) 수상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그간 핵·미사일 개발과 일본인 납치 문제를 의제로 삼지 않으면 북·일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는데, 김 부부장이 직접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일본 수용 힘든 조건 내걸었지만북, 기시다 대화 메시지에 호응

다만, 김 부부장은 이 같은 입장을 “개인적 견해”라며 “우리 국가지도부는 조일(북·일) 관계 개선을 위한 그 어떤 구상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접촉에도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북·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한 입장을 확정하지 않았으며, 향후 일본의 태도 여하에 따라 이를 검토할 수 있다는 유보적 태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앞으로 기시다 수상의 속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일본이 보다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 달라는 요구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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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 9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북·일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한 질문에 “작금의 북·일 관계 현상에 비춰 봐 대담하게 현상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며 나 자신이 주체적으로 움직여 정상끼리 관계를 구축하려 한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일본 내에서도 북·일 정상회담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는데, 김 부부장이 사실상 화답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지진 피해가 발생하자 김 위원장이 직접 기시다 총리에게 위로 전문을 보내고 ‘각하’라며 깍듯한 호칭까지 썼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출구전략을 모색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일본 측이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내걸었지만, 기본적으로 대화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기시다 내각이 국내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대화 가능성에 호응해 줌으로써 3국 공조를 느슨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부부장 담화가 기시다 총리의 발언이 나온 지 6일이나 지난 시점, 그것도 오후 8시를 넘긴 늦은 시각에 담화를 낸 것으로 볼 때 정부의 한국-쿠바 수교 발표에 대한 맞대응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북한이 애국가의 가사 중 한반도 전체를 지칭하는 ‘삼천리’라는 표현을 ‘이 세상’으로 바꾼 사실이 15일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 관계, 교전국 관계”라고 선언한 것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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