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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쿠바, 북한과 의리보다 한국과 실리 택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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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1986년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기념 촬영을 한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의장(오른쪽). [사진 노동신문]

지난 1986년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기념 촬영을 한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의장(오른쪽). [사진 노동신문]

한국과 쿠바의 수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강도 높은 제재와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극심한 경제난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 외면은 경제난을 부채질했고, 이로 인해 최근 수년 동안 막대한 인구 유출은 쿠바 공산당에 대한 민심 이반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회주의 형제국 북한과의 ‘의리’보다는 잠재력이 큰 경제 파트너인 한국과의 ‘실리’를 택한 셈이다.

지난해 9월 KOTRA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쿠바 중앙은행은 2021년 이후 해마다 40%를 넘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 연구기관들은 실제 인플레이션 수치는 공식 발표의 10배까지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쿠바 공산당은 심각한 경제 침체 속에 페소화 가치가 하락하자 현금 사용 제한 조치, 달러와 유로화의 병용 인정 등의 조치를 취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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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된 외화 수입원이던 관광산업도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다. 기본 생필품 수급조차 되지 않고, 의료품 부족과 전력난도 심각한 수준이다. 쿠바 국민은 월급으로 생계유지가 안 돼 해외 가족의 송금에 의존했고, 급기야 반정부 소요마저 일어났다.

인구 유출도 급증해 1965~73년 쿠바 이민자를 미국으로 실어 나르던 이른바 ‘프리덤 플라이트(Freedom Flight)’ 시기를 능가할 정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가족 단위의 이민이 주를 이뤘던 당시와 달리 젊은 고학력자들의 탈출이 70% 이상이라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훨씬 컸다. 2022년 인구의 3%가 해외로 떠났다는 통계도 나왔다.

외교가에서는 강력한 한·미 동맹도 쿠바의 결단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쿠바 입장에선 결국 미국의 제재가 풀려야 경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데 향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협상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북한의 거센 반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수교를 결단한 배경에는 혁명 세대의 퇴장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쿠바는 카스트로 형제가 퇴장한 후 혁명 이후 세대인 1960년생 미겔 디아스카넬 국가주석 겸 공산당 제1서기가 이끌고 있다.

최근 쿠바 내 한류 영향도 한국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고 한국과 수교하는 데 대해 국민적 반감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여기에는 한국 드라마와 K팝 등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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