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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한 경제계(지자제열풍:4)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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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비 못들어도 3조원… 돈줄 대기등 걱정/「공약」 남발 부동산투기 불지를 가능성도
지자제 실시에 대한 경제계의 반응은 그다지 곱지 않다.
지방자치제도 자체의 장점이나 필요성에는 공감을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선거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사실 재계는 일단 선거라면 부담스러워하는 게 사실이다.
선거란 필연적으로 「돈」을 필요로 하며 선거과정에서 뿌려진 돈이 경제에 적잖은 후유증을 남기고,또 일단 당선이 된 후에는 경비벌충을 위해 직·간접으로 손을 벌려온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지자제 실시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꺼리고 있다.
전경련의 유창순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자제선거가 기업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며 『실시시기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완곡하게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에 비해 지자제 실시와 보다 밀접한 관계가 있는 중소기협중앙회는 황승민 회장이 지난 9월 각당과 정부에 지자제 실시 연기를 건의한 바 있다.
황 회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한 평민당 의원 등의 질의에 대해 『지자제선거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고 선거를 내년에 치르면 국회의원선거 등으로 계속 이어져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을 우려,국회의원선거와 같은 시기에 치르자는 주장이었다』며 『지자제 자체는 지방기업육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바 있지만 내심으로는 그리 탐탁지 않게 느끼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자제에 대해 경제계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은 선거과정에서 뿌려질 막대한 자금이 초래할 부작용이다.
누구도 밝히지 않는 선거자금을 정확히 추계하기는 어렵지만 경험상(?) 계산 가능한 면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대체로 3조원 정도의 선거자금이 뿌려질 것으로 추산한다.
그는 작년과 올 연초에 걸쳐 실시된 농협조합장선거 때 최소 1억원은 들었다는 세론과 일부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초의회선거에는 1인당 평균 1억원,광역의회에는 1인당 평균 3억원이 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기초의회에서 4천2백77명을 뽑는데 평균 4대1의 경쟁률을 보인다 칠 때 약 1조7천억원,광역의회는 8백66명에 평균 5대1 경쟁률로 칠 때 약 1조3천억원 등이 각각 쓰여 전체로 3조원 가량의 돈이 풀려나간다는 계산이다.
이런 돈은 대부분이 음식·여행 등 소비성 경비로 지출되며 방대한 돈이 일시에 소비성분야에 돌려짐으로써 제조업 생산분야는 자금애로를 겪게 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처럼 풀려난 통화는 물론 인플레 압력으로 전가된다.
선거가 갖는 문제는 인력난의 심화에도 있다.
기최의회선거의 입후보자 1명당 10명씩 운동원이 붙는다 해도 약 17만1천명,광역의회에는 15명씩이라면 약 6만5천명,결국 이를 합해 23만∼24만명의 인력이 선거철에 산업현장에서 빠져나간다.
이같은 인구공동화는 노임단가를 급격히 끌어올리며 산업현장에서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악영향을 미친다.
이번 지자제협상은 기초의회는 정당추천을 배제했지만 광역의회는 정당공천을 하기로 합의했다.
이같은 정당공천은 과거 수없이 나타난 지역개발공약의 남발이 재연될 것으로 보이고 이는 선거철의 자금살포와 함께 부동산투기를 또다시 불붙이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도 배제키 힘들다.
그러나 선거의 부작용이 크다고 해서 지방자치제를 실시치 말자거나 또는 연기하자는 것은 그야말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그 동안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된 지역간 불균형과 지방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성은 「지방정부와 지역주민(또는 그 대표로 구성된 지방의회)이 실질적인 개발주체가 되는 구조적 전환」으로서만 극복 가능하다는 것은 누누이 강조되어 왔다.
이같은 전환은 지자제 실시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따라서 지자제선거는 과거 국회의원선거 등에서 보였던 과열·타락상을 없애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는 데 노력이 모아져야 한다.
지자제선거가 끝나고 본격적인 지자제가 실시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지방의 재정자립도를 어떻게 끌어올리느냐는 것이다.
어떤 사업이든 예산의 뒷받침 없이는 이뤄질 수 없고 이는 필연적으로 증세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반면 선거에 이기기 위해선 감세공약이 유리하다는 것은 누구든 알고 있다. 이 부분 또한 기업들이 크게 걱정하는 대목이다.
50개 지역상의를 거느리고 지자제선거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상의의 한 관계자는 『지방기업 등은 지자제가 실시될 경우 기업의 세금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자제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시행되기 위해선 지방재정의 확충이 최대의 과제며 앞으로 지자제선거과정에서는 이에 대한 분명한 비전제시가 당락의 기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다.<박태욱 기자>PN J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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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 고르비 측근 또 사의/정책참모 야코블레프도 “물러난다”
TX ◎일지들 보도
【동경=연합】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유력한 브레인인 야코블레프 대통령위원회위원이 곧 대통령위원회가 폐지되는 것을 계기로 은퇴할 뜻을 밝혔다고 일본 신문들이 22일 소련 인민대의원대회 대의원 부니치의 말을 인용,모스크바발로 보도했다.
부니치의 이야기가 사실일 경우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최고 정책입안의 참모역을 맡고 있는 야코블레프를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에 이어 잃게 돼 정권의 중추부가 붕괴 위기에 직면하는 중대 사태를 맞게 된다.
야코블레프는 특히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주변 인물 가운데서도 자유주의파로 알려져 있는 만큼 그의 은퇴는 앞으로 소련 외교노선에도 미묘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일본 신문들은 분석했다.
야코블레프는 소련 최대의 두뇌집단으로 알려진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의 소장 출신으로 비스탈린화·탈이데올로기를 추진,사실상 「신사고 외교의 어머니」로 알려지고 있다.
셰바르드나제 장관이 외교무대의 주인공이라면 야코블레프는 크렘린에 깊숙히 들어 앉아 지모를 짜내는 철저한 참모로 전해지고 있다.
과감한 군축으로 대미·대 서구관계의 개선,장기간에 걸친 이데올로기 투쟁에 종지부를 찍음으로써 중국과 이룩한 관계 정상화,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의 군대 철수,동구 민주화 용인 등 고르바초프 외교의 설계도는 야코블레프와의 공동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코블레프가 어떠한 이유로 정계 은퇴를 결심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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