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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데 천재 머리 만들기? ‘분홍색 차선’ 윤차장 봐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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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창의력,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hello! Parents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의 ‘창의력 강의’입니다. AI 시대를 맞아 김 교수는 “인류 역사상 기계와 경쟁해 이긴 인간은 없다”고 말합니다. 자동차와 달리기 시합을 하는 인간은 없겠죠. AI를 활용해 더 창의적인 걸 만들어야 합니다. 천재들이나 가능하다고요?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리처드 파인만의 IQ는 125입니다. 창의력은 IQ로 잴 수 있는 게 아니죠.

창의력,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창의력,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효모를 가지고 음식을 발효시키던 인류는 유전자를 재조합하고 생명을 복제한다. 전기 진동으로 소리를 전달하던 최초의 전화기는 스마트폰이 됐다. 새로운 생각은 이제 인공지능(AI)까지 만들어 냈다.

인류 역사상 기계와 경쟁해 이긴 인간은 없다. 자동차보다 빠른 인간은 없고, 방직기보다 더 옷감을 잘 짜는 사람도 없다. 핵심은 ‘기계를 얼마나 잘 쓸 수 있나’인데 창의적인 사람만이 AI를 활용해 더 창의적인 걸 만들 수 있다. 창의력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창의적이 될 수 있는지를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한 번도 창의력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숨 막히는 입시 경쟁 속에서 시험 점수를 잘 받기 위한 공부만 해왔다. 우리 사회엔 창의력이 천재에게만 있는 능력이라는 오해가 만연해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김세직 교수는 18년째 창의력을 키우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열린 질문’을 중심에 둔 수업이다. 이를 통해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을 터득했다. 무한 상상하라! 너무 추상적일 수 있다. 그래서 ‘창의력을 키우는 7가지 방법’ 칼럼을 통해 구체적으로 소개하려고 한다. 먼저 창의력에 대한 오해부터 바로잡는다.

창의력은 타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백한 오해다. 학부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수업은 ‘열린 질문’을 과제로 내고, 학생들에게 답을 가져오도록 한다. 처음엔 비슷한 답을 한다. 그러다 강의 중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흥미롭고 독창적인 답을 제시한다. 마지막 강의에선 학생들에게 처음과 지금의 창의력을 10점 만점으로 평가하도록 하는데 90% 이상의 학생이 커졌다고 평가한다. 사람은 누구나 창의적인 잠재력이 있다. 다만 꺼내볼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하지만 생각하는 방법만 터득하면 짧은 시간에도 얼마든지 창의력을 끄집어낼 수 있다.

창의력은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오해가 가장 안타깝다. 자신의 무한한 창의력을 끄집어낼 시도조차 하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 사례는 많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입·출구의 색깔 유도선을 만든 사람은 한국도로공사 안성·용인건설사업단의  윤석덕 설계차장이다. 헷갈리는 고속도로 분기점 때문에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윤 차장은 대책 마련 지시를 받았다. 어느 날 그는 8세 딸과 4세 아들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고 도로에 색깔을 칠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목적지에 따라 도로를 분홍색과 연두색으로 표시하자 안산분기점에서 연간 25건 발생하던 교통사고가 3건으로 줄어들었다. 사고 발생률을 85% 줄인 이 아이디어는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가 떠올린 게 아니다.

사람들은 모방하다 보면 어느 순간 창의력을 갖게 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따라 하기만 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어렵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암기 중심의 모방형 교육을 받는다. 과거 우리는 선진국의 기술이나 제도를 본떠 고도성장을 했지만, 기술 격차가 줄어든 지금, 대한민국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모방이 아니라 창조를 해야 한다. 축구를 잘하려면 축구 연습을 하고 피아노를 잘 치려면 피아노 연습을 해야 하듯, 창의력을 키우려면 창의력 훈련을 해야 한다.

창의력은 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가 있다. ‘양자 전자기학’ 이론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다. 사람들은 파인만이 천재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IQ는 120 수준이다.

파인만이 세계적인 물리학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그는 자서전 『남이야 뭐라 하건!』에서 아버지 덕분이라고 말한다. 주말마다 아들과 숲을 산책했던 아버지는 어느 날 새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저 새가 보이지? 이름이 스펜서 휘파람새라고 한단다.” 그 이름은 아버지가 마음대로 지어낸 것이었다.

아버지는 사물의 ‘이름’을 아는 것과 ‘본질’을 아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파인만은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아버지에게 물었지만, 무엇 하나 명확히 대답해 주지 않고 아들이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 파인만은 이런 대화를 하면서 과학에 심취했다. 아버지 덕분에 생각하는 즐거움을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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