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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칠불사 ‘아자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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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위성욱 기자 중앙일보 부산총국장
위성욱 부산총국장

위성욱 부산총국장

경남 하동군 화개면 범왕리 칠불사에는 지은 지 1000년이 넘은 ‘전설의 구들’이 있다. 구들은 우리나라 전통 한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난방시설로 온돌로도 불린다.

쌍계사에서 11㎞를 더 올라가면 칠불사가 나타나는데, 대웅전 왼쪽에 이 구들이 있는 아자방지(亞字房址)가 있다. 아자방지는 스님이 수행하던 온돌방과 방 구들에 열을 공급하는 아궁이, 연기가 빠져나가는 굴뚝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곳이 지난해 말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면서 관심이 더 커졌다.

7일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아자방 내부 모습. [사진 하동군]

7일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아자방 내부 모습. [사진 하동군]

아자방은 신라 효공왕(897∼912년) 때 ‘구들 도사’라 불리던 담공선사가 이중 온돌 구조로 처음 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자방이라는 이름은 독특한 방 모양 때문에 붙었다. 방은 길이가 8m인 직사각형 모양이다. 여기에 바닥에서 45㎝ 높이 좌선대가 마련돼 있다. 이 구조가 ‘아(亞)자’를 닮아 아자방이라 불린다. 방을 왜 이런 모양으로 만들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다만 스님들이 좌선대에 올라 면벽 수행을 하다 바닥으로 내려와 다리를 풀고 쉬기 위해 고안한 것으로 짐작한다.

도응 주지 스님은 “아자방은 대웅전에서 온돌방만 보면 버금 아(亞)자 모양이지만 방 왼쪽에 입구(口)자 모양의 큰 아궁이(부엌 부분)가 있어 벙어리 아(啞)자로 보이기도 한다”며 “이 방에서 수행하는 스님이 묵언하며 올곧게 정진하라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에선 조능·벽송·서산·부휴·초의·월송 선사 등 수많은 고승이 수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곳을 수행하는 스님들이 ‘꿈의 수행처’라 부르는 이유다.

특히 아자방은 한 번 불을 때면 ‘석 달 열흘’ 즉, 100일간 온기가 골고루 유지된다고 알려져 그 신비감을 더하고 있다. 『천 년의 비밀, 아자방 온돌』이라는 책을 쓴 김준봉 국제온돌학회 회장은 “아자방 아궁이는 서서히 오래 열기를 공급하고 구들과 고래(불길과 연기가 움직이는 길) 두께나 형태 등도 다른 온돌과 달라 오랫동안 열기를 품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자방은 우리 온돌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지만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기까지 수난도 많았다. 아자방 건물은 1949년 불에 탄 뒤 1982년 대부분 복원됐지만, 온돌 바닥은 복원이 되지 않았다. 그 뒤 3차례 문화재청 등의 발굴 조사를 거쳐 지난 2015년부터 온돌 등 아자방지에 대한 복원 공사가 시작됐고 최근에야 옛 모습을 되찾았다.

칠불사 측은 아자방이 국가민속문화재가 된 것을 기념해 7일부터 부처님 오신 날(5월 15일)까지 약 3개월간 내부를 개방한다. 아자방 내부를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곳이 ‘면벽’(面壁)과 ‘묵언’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한국 사찰의 대표적인 수행처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