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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지역 의대 의사’ 늘린다는 정부…관건은 ‘지역 남을 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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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역의료 붕괴’ 해결 가능한가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카드를 제시한 것은 세계 최고의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 때문이다. 소득 증가로 인해 의료 수요도 덩달아 증가한다. 소아과 문이 열리길 기다리다 황급히 진료받는 ‘오픈런’과 ‘응급실 뺑뺑이’ 같은 용어가 일상화된 이유도 있다. 지역 의료 붕괴는 말할 것도 없다. 2021년 한국의 임상의사(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6명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7명)보다 훨씬 적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이번에 늘리는 정원은 비수도권 의대에 집중 배정한다. 지역 의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졸업 후 지역에 남을까. 정부는 이번에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최소 40%에서 60%로 높이기로 했다. 지역 고교 출신을 뽑는 것인데 효과가 어느 정도 검증됐다. 동아대는 2024학년도 입시에서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80%에서 89%로 높였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고3 학생이 대상이다. 동아대 의대 강도영 학장은 “비율을 올린 게 성공적이라고 자평한다”고 말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지역에서 100% 뽑아도 좋다”고 말한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중학교·고교를 해당 지역에서 나온 학생으로 자격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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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입학 때부터 지역 근무를 조건으로 선발하는 지역의사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의 예를 보면 지역인재 선발 의사는 졸업 후 80%, 지역의사제는 90%가 해당 지역에 남는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늘린 정원이 필수 의사로 갈지는 미지수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일 발표한 필수의료 4대 패키지를 잘 추진해 의사가 유입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필수 분야 전공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 일본은 지역별 전문과목 쿼터를 설정해 인기 분야 진입을 막는 방법으로 필수 분야로 유도한다. 신영석 교수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이런저런 조건을 붙이지 않아도 (기피 과로) 인력이 흘러갈 것”이라고 말한다. 조승연(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 인천시의료원장은 “인력을 늘리는 기본적인 일을 했으니 디테일 정비가 필요하다”며 “늘린 인력이 미용 쪽으로 못 가도록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갑작스러운 증원을 의대가 감당할지도 관건이다. 한 지역 의대 학장은 “지금도 학생이 많다”며 “의대는 현장 수업이 중요한데 해부학·임상 실습 강의실이나 교수진 등이 따라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신찬수(서울대 의대 학장)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은 “의사 수를 증원하려면 교육 자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데, 정부가 국립대는 지원하겠다지만 30개 사립대는 선을 그었다”고 지적했다.

당장 발등의 불은 의료계의 집단행동 대응이다. 정부엔 여론의 전폭적 지지가 힘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의대 증원은 국민의 80%가 지지한다. 게다가 외국의 예도 정부에 유리하다. 일본·미국·독일·영국 등 상당수 선진국은 지난 20년간 의대 정원을 23~50% 늘렸다. 이 과정에서 의사 단체가 반대하며 파업을 벌인 적은 없다.

정부는 대형 병원 인력의 핵인 전공의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이 병원을 박차고 나가면 대책이 없다. 2000년, 2020년 의사 파업 때 익히 경험했다. 정부 수단이란 게 업무복귀명령밖에 없다. 일각에서 업무방해죄 같은 걸 검토하고 있는데 쉬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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