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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재용, 무죄 선고 다음날 UAE행…'반쪽 글로벌 경영' 정상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아랍에미리트로 출국하기 위해 김포공항에 들어오고 있다. 윤성민 기자

6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아랍에미리트로 출국하기 위해 김포공항에 들어오고 있다. 윤성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일 오후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 글로벌 현장 경영을 시작한다. 전날인 5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의 행보다.

이 회장은 김원경 글로벌공공업무 실장(사장) 등과 함께 이날 오후 전세기 편으로 UAE 수도 아부다비로 출국했다. UAE 방문 후에는 인근 중동 국가들과 말레이시아를 연달아 방문하는 장기 출장 일정이다. 7년간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수행한 ‘반쪽 글로벌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이날 김포공항에서 기자를 만난 이 회장은 전날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아무 답 없이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다만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무죄 선고를 받고도 굳은 얼굴이었던 것과 달리, 이날은 미소를 띤 밝은 표정이었다.

UAE는 이 회장이 ‘회장 첫 해외 방문지’로 택했던 곳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회장 승진 후 UAE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현장을 찾았다. 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 프로젝트로, 삼성물산이 시공에 참여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월 대통령 UAE 국빈 방문에도 동행했었다.

이 회장은 그간 재판을 받는 중에도 설·추석 등 법원의 재판 휴정 기간에는 해외 현장을 찾았다. 지난해 추석에는 삼성물산의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건설 현장과 삼성전자 이집트 TV·태블릿 생산공장, 삼성전자 이스라엘 연구개발(R&D) 센터 등을 찾아 현지 상황을 살피고 직원들과 소통했다. 이번 UAE 출장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설 명절을 앞두고 해외에서 근무하는 현장 직원들을 만나 격려하는 일정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가동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부총리 겸 대통령실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월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가동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부총리 겸 대통령실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 M&A 시작하나 

총수의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면서, 삼성전자는 규모 있는 인수합병(M&A)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80억 달러에 하만을 인수한 이후로 10억 달러 이상의 굵직한 인수 합병이 멈춘 상태다.

이 기간 경쟁사들은 M&A를 발판 삼아 도약했다. 인텔은 지난 2017년 이스라엘 자율주행 기업 모빌아이를 153억 달러(약 20조원)에 인수했고, 퀄컴은 2021년 스웨덴 자율주행 업체 비오니어를 45억 달러(약 6조원)를 불러 인수했다. 이후 이들 기업은 전장과 디지털 콕핏(디지털화된 자동차의 내부 운전공간) 사업에 성큼 진입했다.

AI용 반도체와 컴퓨팅도 마찬가지다. 퀄컴은  2021년 애플 출신 엔지니어들이 세운 반도체 스타트업 누비아를 14억 달러(약 1조8500억원)에 인수했고, 이들의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한 ‘AI PC’용 고성능 칩을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2019년 데이터센터 전용 기술을 갖춘 이스라엘 스타트업 멜라녹스와 AI 기반 딥러닝 데이터플랫폼 기업 스위프트스택을 인수, ‘AI용 고성능 컴퓨팅 데이터센터’ 구축 기반을 다졌으며, 지난해도 AI 경량화 기술을 보유한 옴니ML을 인수했다.

CB인사이츠 등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생성AI 스타트업이 유치한 금액의 3분의2는 아마존, MS, 구글, 엔비디아에서 나왔다. 반면 일찌감치 AI에 관심을 뒀던 삼성은 AI 투자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상태다.

지난 2022년 12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찾아 삼성물산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지난 2022년 12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찾아 삼성물산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책임 경영’ 위해 사내이사 복귀할까

이 회장이 무죄 선고를 받으며 삼성전자 이사회의 등기이사에도 복귀가 가능해졌다. 삼성의 주요 계열사는 이달 중순 이사회를 열고, 다음달에는 정기주주총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10월 삼성전자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나, 재판 중이던 지난 2019년 10월 재선임 없이 임기를 마쳤다. 이번에 등기이사로 복귀하면 5년 만에 공식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며 책임 경영이 가능해진다. 현재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 이사는 이 회장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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