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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2년째 신년 회견 회피 윤 대통령, 이래서 소통 되겠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8월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 회견이 윤 대통령의 마지막 공개 기자회견이다. [중앙포토]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8월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 회견이 윤 대통령의 마지막 공개 기자회견이다. [중앙포토]

“김건희 여사 문제 의식, 공개 회견 피한다” 지적 나와

지지율 회복하려면 국정운영 방식 획기적 변화 절실

윤석열 대통령이 결국 이번에도 신년 기자회견을 건너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한 생중계 회견 대신 7일 KBS와의 단독 대담 형식으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한다. 그나마 KBS 대담도 생중계가 아니라 4일 촬영해 내보내는 녹화 방송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신년 회견을 조선일보 인터뷰로 대체했다. 여러 언론사들과 공동회견을 하게 되면 난처한 돌발 질문이 나올 수 있으니 윤 대통령이 ‘편한 언론사’만 고른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회견 이후 18개월째 오픈된 방송 회견을 하지 않고 있다. 기자들과의 공개 문답도 2022년 11월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한 번도 없다. 지난해 5월 취임 1주년 때도 공개 기자회견은 생략했다. 단순 수치만 비교하면 재임 시절 야당으로부터 ‘불통정권’으로 맹공을 받았던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보다도 언론 공개 접촉 빈도가 적다.

특히 이번에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건너뛴 이유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 불편한 질문이 나올까 봐 그랬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배우자나 자녀의 껄끄러운 문제는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싶지 않은 게 인지상정이어서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의 자세가 이렇듯 보통사람들처럼 소극적일 수는 없다.

이미 ‘김건희 특검법’ 문제가 정치이슈화되고 선거 쟁점으로 떠오른 이상 윤 대통령은 방송 마이크 앞에 서서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국민들에게 용서와 이해를 구하는 길이 정수였다. 김 여사 논란은 윤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공개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한 해소되기 어려운 사안일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지난 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례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29%(부정평가 63%)로 대폭 떨어졌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아래로 무너진 건 2023년 4월 둘째 주 이후 9개월 만이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물가’(19%) 문제가 가장 크지만 ‘소통 미흡’(11%), ‘독단적·일방적’(7%), ‘김건희 여사 문제’(6%) 등이 눈에 띈다.

경제 문제야 대통령도 어쩔 수 없는 요인이 많다고 쳐도, 소통 방식이나 부인 문제는 얼마든지 대통령이 마음먹기에 따라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대통령 지지율은 핵심 국정동력이다. 지지율 하락은 국정 방향의 문제보다는 국정 운영 방식의 문제가 훨씬 크다고 본다. 대통령이 자신이 편한 길만 걸으면 지지율을 회복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듣고 싶은 소리만 들을 게 아니라 열린 자세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때 국정 성공의 길이 열린다. 때론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는 게 국가지도자다. 지금 민심은 국정 운영 방식의 획기적 변화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