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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 사망전 “집은 딸 가져라”…그 합의 무효시킨 오빠의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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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형제자매의 상속분쟁은 남 얘기인 줄만 알았다. 김미영(가명)씨네 4남매는 몇 년 전 추석에 모여 미리 합의서도 써 뒀다. 돌아가신 아버지 명의 7273㎡(2200평) 땅은 장남인 오빠가, 어머니 명의 집은 모시고 살던 미영씨가 갖기로 모두가 동의한다는 내용이었다. 합의서대로 부동산 등기 이전도 다 끝냈다.

그 몇년 후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미영씨의 오빠와 언니가 미영씨를 상대로 ‘엄마 집 지분을 나눠갖자’며 소송을 냈다. 이제 와서? 싶었지만, 미영씨는 1·2심 재판에서 지고 오빠와 언니에게 각각 지분 1/8씩을 나눠줄 처지가 됐다.

상속은 법적으로 ‘사망 후 개시’되므로 ‘상속 포기 합의’ 역시 상속 개시 이후에 했어야 유효하다. 4남매의 경우 어머니 생전 ‘집은 미영씨에 양보할게’라고 미리 쓴 합의서는 효력이 없었던 것이다. 오빠와 언니가 문제 삼는 경우 법대로 민법상 상속권자별로 일정 비율을 보장한 ‘유류분’ 만큼은 나눠줘야 한다는 게 1·2심 판결이었다.

다만 대법원에선 한 가지 더 짚었다. 큰오빠가 어머니 생전 물려받은 아버지 땅도 ‘실질적으론 어머니가 양보한 상속분’이니, 이 부분을 포함해 상속분을 다시 계산하라는 거였다. 오빠는 이미 땅을 아버지 사망 이후 어머니로부터 양보받은 것이고, 따라서 그만큼 가액을 빼고 나머지만 달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

변화는 대한민국, 진화하는 상속 분쟁

나눌 재산이 없던 가난한 나라에서 1인당 3만5000달러 부자 나라가 되면서 상속 분쟁도 다양하게 진화했다. 장남에 몰아주던 호주상속 개념은 20년 전 폐지됐고 딸·아들 평등한 상속 시대로 바뀌면서 법원을 찾는 이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또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부모 세대가 자식과 다투는 경우도 많다.

상속 분쟁을 피하려고 생전에 유언장을 썼더라도 법적 요건에 맞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 유언장에 따라 상속을 적법하게 다 끝냈다고 생각한 순간 어디선가 또 다른 상속인이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상속 재산은 없는 데 큰 빚을 상속받게 된 경우, 부양료만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중앙플러스 ‘당신의 법정’ 상속편에선 가족간 상속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실제 다양한 상속 판례들과 전문 변호사의 자문을 통해 제시해준다.

[당신의 법정] 가족간 ‘상속 분쟁’ 대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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