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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로만 보면 ‘도시’ 허물어진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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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6호 21면

도시논객

도시논객

도시논객
서현 지음
효형출판

다시 ‘땅따먹기’의 계절이다. 총선을 앞두고 ‘메가 시티’나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연장’을 비롯해 국토의 틀을 다시 짜는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거명된 지역 땅값이 치솟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사업의 이름과 규모만 다를 뿐, 선거 때마다 익숙하게 보아온 풍경이다.

물론 도시의 경계와 연결을 바꾸는 건 중요하다. ‘터’가 바뀌면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본말이 전도된 경우다. 도시를 ‘삶터’가 아니라 ‘부동산’으로만 보는 시선은 씁쓸하다.

『도시논객』은 이런 문제 의식을 담은 책이다. 도시란 무엇인가. 그 정체성을 진지하게, 때론 위트와 해학을 섞어서, 하지만 치밀하고 집요하게, 묻고 또 묻는다. 최근 뉴스들이 나오기 전 쓴 글들을 모았지만, 읽다 보면 곳곳에서 요즘 이슈들이 겹쳐 보인다. “(도시를) 정치로만 보았을 때 그 도시는 허물어 진다. 도시 정책이 조심스러운 것은 실행의 뒷감당이 다음 세대의 몫으로 남기 때문”이라거나 “대한민국에 지금 필요한 것은 전 국토 균등 도시화가 아니고 경쟁력 있는 국토 조성”이라는 등의 대목에서다.

저자에게 도시는 “우리를 담고 있는 실체”, 곧 “공간으로 구현한 사회”이자 “거대한 유기체”다. 그 도시를 만드는 건축은 “인문학으로 출발해서 공학으로 완성되며 예술작품으로 남기를 열망하는 작업”이다. 저자는 이런 맥락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토건 공약”이 낳은 새만금, 행정 수도, 한반도 대운하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과거 국방부 청사였던 용산 대통령 집무실은 “소비에트 관청사” 같다고,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대한민국 최고 흉물”이라고, 지자체장들이 개발하는 ‘관광도시’는 “세트장이나 도박장”일 뿐이라고 꼬집는다.

크고 무거운 얘기만 하진 않는다. 빗살무늬토기부터 십자가까지, 주유소에서 예식장까지, 아파트 발코니부터 화장실까지, 흥미로운 ‘역사로 읽는 건축’ ‘공간으로 읽는 일상’ ‘주거로 읽는 사회’ 얘기도 풍성하다. 모두 “일상의 관찰을 문장으로 번역한” 글이란 게 건축가이자 서울대 교수인 저자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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