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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명이 헛간에서 창업한 회사, 반도체산업 '낭중지추'되기까지[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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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 모든 것의 마이크로칩
제임스 애슈턴 지음
백우진 옮김
생각의힘

반도체는 한국을 먹여 살리는 정보통신(ICT) 산업의 쌀이다. 한데 한국 반도체업체는 설계‧제조‧판매를 함께하는 종합 반도체 제조업체(IDM)가 대부분이다.

그동안 반도체산업은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지적재산권(IP) 기업과 설계만 하고 제조는 외부에 위탁하는 팹리스, 주문 생산에 치중하는 파운드리 업체 등 다양한 업종의 상호반응 속에서 도약해왔다. 이 가운데 IP기업들은 창의성과 기술력, 그리고 도전과 혁신 정신을 바탕으로 반도체를 통한 세계 경제의 혁신을 주도하면서 미래를 열어온 산업의 두뇌다.

영국 중견 언론인인 지은이는 이처럼 마이크로칩이 현대지식경제의 진화와 혁신의 용틀임을 주도하면서 인류를 새로운 경지로 이끌어낸 드라마를 영국 반도체 IP기업 ARM을 주연으로 그려낸다. 1990년 창업해 지난해 26억8000만 달러의 매출과 6억7100만 달러의 세전 이익을 낸 ARM은 반도체 IP기업 중에서도 ‘낭중지추’다. ARM이 개발한 새로운 반도체와 응용시스템은 비디오 게임 발달과 휴대전화 탄생을 가능하게 했으며 이제는 더욱 도전적인 인공지능(AI) 시대를 여는 주역이 되고 있다.

지난해 가을 ARM의 미국 뉴욕 나스닥 상장 행사에 CEO 르네 하스가 참석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가을 ARM의 미국 뉴욕 나스닥 상장 행사에 CEO 르네 하스가 참석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는 손정의가 이끄는 일본의 스타트업 투자업체 소프트뱅크가 2016년 320억 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ARM을 인수한 배경이기도 하다. 2020년에는 미국의 엔비디아가 ARM을 40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환율로 우리돈 약 48조원, 반도체업체 인수 금액으론 역대 최대다. 하지만 이는 유럽연합(EU)의 반독점 승인을 얻지 못해 무산됐다. 고객사에 공평하고 중립적으로 지적재산 라이선스를 제공해야 하는 업체의 특성 때문이었다. 삼성전자가 2022년 ARM 인수를 고려하다 접은 이유의 하나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승전만 기록하지 않는다. 케임브리지대 출신이 중심이 되어 13명이 헛간에서 창업한 일화부터, 동료의 비극과 슬픔 같은 인간드라마도 그린다. 글로벌 IT 혁명을 주도한 인텔‧애플‧노키아, 그리고 지진과 중국의 압박 속에서도 꿋꿋하게 성장해온 대만의 TSMC‧UMC 등의 ‘열국지’는 덤이다. 쏟아지는 테크 업계의 일화 속에서 반도체를 보는 눈이 넓어진다. 원제 The Everything Blue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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