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이 전날 다른 밭에서 일해 주고 받아온 고구마 한 부대까지 마당에 쏟아놓았습니다. 그 중에서 실하고 굵은 놈으로만 고른다고 골라 도시에 사는 친척들에게 보냈습니다. 며칠 후 고구마를 받았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집사람은 태풍 때문에 고구마 농사가 잘 안됐다며 미안해했습니다.
우리 몫으로 남은, 올망졸망한 고구마를 한 솥 삶아놓고 아이들과 둘러 앉았습니다. 고구마 생김새 탓하지 않고 쭉쭉 찢은 김치를 척 올려놓고 호호 불며 먹는 아이들. 시골 사는 맛을 벌써 알아버린 아이들과 고구마 같이 달고 구수한 시골 사람들과 함께 맛난 겨울을 맞고 있습니다.
<'저구마을 편지'의 시인 이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