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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세기에도 담긴 공학적 발명 여정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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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5호 21면

볼트와 너트, 세상을 만든 작지만 위대한 것들의 과학

볼트와 너트, 세상을 만든 작지만 위대한 것들의 과학

볼트와 너트, 세상을 만든 작지만 위대한 것들의 과학
로마 아그라왈 지음
우아영 옮김
어크로스

요즘 신혼살림 장만의 인기품목이자, 3대 신가전 중 하나라는 식기세척기. 조지핀 코크런(1839~1913)은 그 개발의 역사에 등장하는 이름이다.

이전에도 식기세척기를 만들려고 시도한 이들이 있었지만 이런 남성들의 제품은 사람이 물을 부어야 하는 등 신통치 않았다고 한다. 19세기 미국에서 태어나 일찌감치 결혼하고 두 아이의 엄마이자 사교계 명사로 살던 코크런은 엔지니어 집안 출신이기도 했다. 집에서 파티를 열 때마다 소중한 그릇들을 깨지 않고 세척할 방법을 궁리한 끝에 직접 설거지 기계 설계에 나선다. 조지 버스터라는 정비공을 고용해 만든 그의 시제품은 1893년 시카고 산업박람회에서 호평을 받았다. 여성이 설계한 유일한 출품작이기도 했다.

그 사이 남편과 사별하고 빚에도 시달렸던 그는 여성이 투자를 받기 쉽지 않던 그 시절에 호텔 등 식기세척기 판로 개척에도 나섰다. 사후인 2006년 미국 국립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이 책의 저자는 “엔지니어링은 본질적으로 사람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썼다. 이 책은 못, 바퀴, 스프링, 자석, 렌즈, 끈, 펌프 등 7가지 사물에 초점 맞춰 그 역사적 기원과 과학적·공학적 원리, 언뜻 단순해 보이는 각각의 사물들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복잡하게 변용되는 모습, 그리고 코크런 같은 사람 이야기를 전한다. 중세에 새로운 광학이론을 제시한 이슬람 학자 이븐 알하이삼, 일본에서는 텔레비전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발명가 다카야나기 겐지로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들이다.

만드는 사람만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도 중요하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사용자를 고려하고 논의에 참여시키는 것이 당연한 듯싶지만, 이 책이 전하는 역사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난다. 영국의 구조공학자인 저자는 어렵게 임신해 아기를 낳은 자신의 경험 역시 책 곳곳에 녹였는데, 그중 하나인 유축기 얘기도 그렇다. 멀리 우주정거장이나 우주복은 물론 식기세척기에서 보듯 엔지니어링이 우리 생활과 밀접한 영역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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