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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두려움 교차하는 AI 거대 물결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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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4호 20면

더 커밍 웨이브

더 커밍 웨이브

더 커밍 웨이브
무스타파 술레이만 지음
마이클 바스카 정리
이정미 옮김
한스미디어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새롭고 두려우며 거대한 흐름이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AI)의 도도한 물결이다. 이 책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유명한 AI기업 딥마인드의 공동창업자로, 딥러닝 기술의 개발을 주도한 지은이의 인류에 대한 충고다.

AI는 이미 스마트폰(통역통화장치 삽입)·뉴스(AI 기자·앵커)·주식거래·웹사이트 등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왔다. “우리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미래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미래 사이에서 선택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이 책 서문도 AI가 썼을 정도다. 대규모 언어모델을 사용해 모든 주제에 대해 AI와 유창하고 자연스러운 언어로 유익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챗GPT가 그중 하나다.

세계경제포럼이 열린 스위스 다보스에 전시된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의 인공지능 작품과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모습. [EPA=연합뉴스]

세계경제포럼이 열린 스위스 다보스에 전시된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의 인공지능 작품과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모습. [EPA=연합뉴스]

지은이는 AI의 확산이 가사·행정·농업·건설·경찰 등 폭넓은 분야와 생명공학·양자컴퓨팅·신에너지를 비롯한 다양한 첨단 기술의 도약도 함께 촉진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를 통해 생명공학·신약개발·교통통제·핵융합 등 기존의 고난도 과제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PwC는 AI가 2030년까지 세계 경제에 5조 7000억 달러의 가치를 더할 것으로 전망했다. 맥킨지는 같은 기간에 생명공학 부문에서만 4조 달러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AI가 가져올 거대한 물결에 대해 지은이는 신화 속에서 신이 세상을 멸망시킨 대홍수나 공룡을 멸종시키고 진화의 흐름마저 바꿔 놓은 소행성의 지구 충돌과 비교한다. 각종 기술의 진보와 확산으로 세상을 바꿔온 ‘호모 테크놀로지쿠스(기술적 인간)’는 지금 AI라는 핵심기술로 세상을 다시금 바꾸려고 하고 있다. 지은이는 AI가 몰고 오는 거대한 물결 덕분에 인류의 다음 10년은 역사상 가장 생산적인 시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인간 능력과 인류 사회에 거대한 변혁을 가져올 물결이다.

세계적인 기업과 부자 나라들이 최첨단 AI 모델 개발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도 전혀 낯설지 않다. AI 기술은 국가적 자부심을 높이고 국가전략에 필수적이며 군비경쟁에서 우위에 서게 해주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개발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야심만만한 나라일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이는 국제질서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반도체·배터리를 넘어서는 미래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지은이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본다. 이 기술이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류에게 부와 여유라는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혼란·불안정·재앙이라는 위험과 윤리적 딜레마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AI는 실직자 양산, 사생활 침해, 잘못된 정보로 인한 혼란, 비윤리적 신무기 개발, 네트워크 보안 무력화 등 다양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누군가 AI를 이용해 자연에서 나온 역병보다 더욱 치명적이고 전염성 높은 세균이나 박테리아를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유전공학의 디스토피아는 상상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DNA 가닥을 마음대로 합성해 생명체의 유전자를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는 DNA 신시사이저는 AI 덕분에 이미 더욱 싼 값에 시장에 나오고 있다. 생명을 재단하는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나 DNA·효소·단백질 등 생체 고분자를 찍어내는 DNA 프린터는 AI에 힘입어 합성생물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문제는 AI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희망과 두려움이 동시에 다가오고 있는 ‘용감한 신세계’는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자율성이 있는 AI가 어디로 튈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인류를 불안하게 하는 AI의 최대 위험 요소다.

지은이는 따라서 인간이 AI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통제하며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AI 연구자인 스튜어트 러셀은 이를 ‘고릴라 문제’라고 부른다. 고릴라는 인간보다 육체적으로 강하고 튼튼하지만 멸종위기 동물이 되어 동물원이나 보호구역에 갇혀 지낸다. 인간이 고릴라를 우리에 가두듯, AI를 통제가능 범위 안에 둘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인간이 할 수 있는 어떤 지적 업무도 해낼 수 있는 ‘일반(범용) 인공지능(AGI)’이나 인간의 정신을 능가하는 ‘초지능’ 연구가 촉진되면 이런 억제나 통제가 아예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인류가 이 강력한 AI 기술의 도전에 어떻게 맞서며 인간의 안전과 번영을 도모할 것인지는 인류사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통제 불능의 시대가 오기 전에 국제적인 대합의와 대응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지은이의 권고다. 인간이 기술의 먹이사슬에서 최상위를 계속 지키면서 AI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원제 The Coming Wave: Technology, Power, and the Twenty-first Century’s Greatest Dilemma.

채인택 전 중앙일보 전문기자 tzschaei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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