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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걸린 게 타투∙피어싱 때문이라고? 대체 무슨 일이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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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염 오해와 진실

간암은 폐암에 이어 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하는 치명적인 암이다. 한국인 간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간염 바이러스 감염이다. 간을 파괴하는 간염 바이러스는 술로 인한 간 손상보다 흔하고 치명적이다. 간에 만성적인 염증을 유발하는 B·C형 간염 바이러스는 20여 년에 걸쳐 서서히 간세포를 손상하면서 간경변증·간암으로 진행한다. 한국인의 간 건강을 위협하는 간염에 대한 건강 상식을 짚어봤다.

술 안 마시면 간암에 걸리지 않는다 (X)

대표적인 오해다. 술이 간 손상을 유발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간암 환자 10명 중 6명은 술이 아닌 간염 바이러스를 방치하다 간암으로 진행했다. 대한간학회에서 발표한 간질환백서에 따르면 간암 환자의 58.1%는 B형 간염 바이러스, 8.2%는 C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암의 원인이었다. 알코올이 간암을 유발한 경우는 16.8%다.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나도 모르는 새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간이 손상될 수 있다. B형 간염은 출산 과정에서 수직 감염되는 비율이 높다. C형 간염은 타투, 피어싱, 사혈침, 주사 찔림 등 일상 속 침습적 행동으로 감염된다. 한림대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김성은(대한간학회 홍보이사) 교수는 “40세 이상 성인이면 건강검진 때 B·C형 간염 검사를 추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간염 예방 백신을 맞았다면 안전하다 (X)

간염 바이러스는 원인 바이러스의 혈청형에 따라 A·B·C·D·E형 간염으로 구분하는데, 국내에는 A·B·C형 간염 발생이 흔하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송병근 교수는 “예방 백신이 있는 것은 A·B형 간염뿐”이라고 말했다. C형 간염은 아직 예방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어렸을 때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다른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한국에서 모든 신생아에게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한 것은 1995년이다. 전염력이 강한 급성 A형 간염 백신이 이보다 더 늦은 2015년에야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됐다. 활발한 사회활동으로 A형 간염에 취약한 2040대 성인은 A형 간염의 국가예방접종 사업 대상이 아니다. 술잔 돌리기, 오염된 음식물 섭취 등을 통해 전파되는 A형 간염은 성인이 됐을 때 걸리면 전격성 간부전 등 심각한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40세 이상으로 A형 간염 항체가 없다면 6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는 것이 권장된다.

완치 가능한 간염도 있다 (O)

C형 간염이다. 예방 백신은 없지만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약으로 완치 가능하다. 항바이러스 치료 8~12주 만에 무려 98~100%의 완치율을 보인다. 이를 통해 간경변증·간암으로 진행하는 것을 차단한다. 다만 완치를 위해서는 간 섬유화가 누적돼 나타나는 간경변증이 나타나기 전에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치료가 늦으면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없애더라도 간 손상이 남아 간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최종기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C형 간염 선별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건강검진 때 C형 간염 검사를 추가하는 등 내 건강을 스스로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간 수치 정상인 비활동성 B형 간염도 치료해야 한다 (O)

새롭게 주목하는 개념이다. 간염 보균자는 바이러스 증식이 거의 없는 비활동성이고 간 수치가 정상 범위 이내라도 간이 딱딱하게 변하는 간 섬유화가 있으면 간 관련 사망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보고됐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조영윤 교수는 “간 섬유화 등이 확인되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적극적 약물치료로 추가적인 간 손상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B형 간염은 항바이러스 치료로 간경변증 발생 위험은 65%, 간암 발생률은 절반가량 낮출 수 있다. 참고로 간 수치가 정상이라고 간에 염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간 섬유화 등 간 손상이 심한 상태라면 더는 파괴할 간세포가 없어 간 염증 반응이 줄면서 간  수치가 낮게 나타난다.

비만인 사람은 간암 발생 위험이 더 크다 (O)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의해서다. 노원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안상봉 교수는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간에 지방이 축적돼 간에 염증이 생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대한 위험 역시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비만·당뇨병 등으로 간세포에 지방이 침착돼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고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가 늘어나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데도 간세포가 파괴된다. 대규모 추적 관찰을 통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앓고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간암 위험이 무려 17배나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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