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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미일에 현지 연구소 설립 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국내기업들의 해외연구소설립이 가속화하고 있다.
신기술개발이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여는데 급선무로 등장하고 있으나 선진국의 기술이전 기피경향과 기술보호 장벽은 높아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거처럼 첨단 두뇌의 국내유치도 힘들어져 이왕이면 현지에 직접 연구소를 열어 기술우회도입창구로 이용하자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업체들로서는 이밖에 현지시장수요 조사나 마키팅전략을 수립하는데도 현지사무소·연구소의 역할을 높여 비중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금성사·대우전자 등 전자업체를 비롯,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등 10여개 기업이 2∼3개씩의 해외현지연구소를 설립, 신기술개발에 따른 정보수집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지난81년 일본동경에 현지연구소를 설립한 금성사의 경우 84년에는 미 캘리포니아에도 현지법인의 형태로 연구소를 세워 반도체 및 퍼스널컴퓨터 관련기술 수집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미국연구소는 96명의 인력을 배치, 금성이 내놓은 각종 퍼스널컴퓨터의 핵심부품들을 개발하는 등의 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형이상의 컴퓨터개발을 위한 정보·연구활동을 추진중이다.
미국 전자업계의 경우 자금은 부족해도 기술을 갖고 있는 조그만 회사들이 워낙 많아 미 현지 연구소는 로열티를 준비하고서도 마땅한 기술선을 찾기 힘든 국내기업들로는 상품기술개발에 적지 않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성보다는 한발 늦었지만 본격적인 연구소로는 최초로 미 캘리포니아주에 반도체 연구소를 설립한 삼성전자의 경우 이곳 말고도 미국에 3개의 연구소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인 해외연구소망을 구축해놓고 있다.
특히 삼성의 반도체연구소는 16메가 D램 등 첨단반도체의 개발에 큰 공헌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1년의 라이프사이클을 가진 반도체개발에 있어 일본과의 기술격차를 6개월 여로 줄여 놓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이밖에 대우전자도 일본과 미국에 연구소를 설치해놓고 있으며 중소기업으로는 맥슨전자가 84년에, 삼보컴퓨터가 지난해에 현지 판매업무도 하는 연구소를 각각 설립했다.
전자업체들의 해외연구소가 주로 기술습득에 중점을 두고있다면 자동차업체의 해외연구소는 까다로운 현지 안전도기준검사와 새로운 디자인개발 등 정보활동에 주력하고있다.
지난 86년부터 디트로이트 시와 LA에 연구소를 두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경우 디트로이트연구소는 미 자동차업계의 동향과 안전도 및 배기가스 검사 등에 대한 실험을 전담하고 있으며 LA연구소는 주로 새차 디자인 문제를 집중 연구하고있다.
기아자동차도 88년과 지난해에 일본과 미국에 연구소를 만들어 자동차 엔진 등의 성능부분과 디자인 부분으로 나누어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제약업종으로는 유일하게 제일제당이 지난 83년부터 미 뉴저지 주에 현지연구소를 운영, 각종 약품개발과 유전공학 등을 집중 연구하고 있으며 인터페론개발에 많은 성과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의 이 같은 해외연구소·사무소 설립에 장애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현지연구소 운영에 필요한 개발비용 등은 외국환 관리 규정 때문에 송금이 용이치 못하고 연구소 설립을 위한 땅을 사려해도 5·8부동산 규제 조치가 해외부문에도 적용돼 곤란을 겪고있다.
따라서 해외연구소설립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행 외국환관리규정의 개정외에도 연구개발비의 지원 등 금융·조세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기업들의 지적이다. <이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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