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떠오르는 동북아 안보의 키…유엔사 깃발, 요코스카에 펄럭 [신년기획-평화 오디세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신년기획 - 평화 오디세이 ①

미 7함대 사령부 게양대에 펄럭이는 미국 성조기와 유엔기. 요코스카가 주일미군 기지이자 유엔사 후방기지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상조 기자

미 7함대 사령부 게양대에 펄럭이는 미국 성조기와 유엔기. 요코스카가 주일미군 기지이자 유엔사 후방기지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상조 기자

일본 도쿄(東京)에서 남쪽으로 1시간 달려 도착한 요코스카(横須賀) 해군 기지. 미군의 안내를 따라 기지로 들어서자 거대한 군함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CVN 76)과 7함대 기함 블루리지함(LCC 19)이 돋보였다. 로널드 레이건함은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삼고 있다.

‘평화 오디세이’가 요코스카 해군 기지를 찾았다. 한반도평화만들기 재단(이사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2015년 닻을 올린 평화 오디세이는 지난해 12월 5, 6일 요코스카를 비롯해 일본에 배치된 유엔군사령부(유엔사) 후방기지를 돌아보면서 동북아시아에서 평화가 뿌리내릴 수 있는 지혜를 모았다. 6·25전쟁을 계기로 1950년 창설된 유엔사는 정전 체제를 유지하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함으로써 전쟁 재발을 막고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 7함대 사령관(해군 중장)이 탑승하는 7함대 기함 ‘블루리지함’은 해병대 상륙작전을 지휘한다. 우상조 기자

미 7함대 사령관(해군 중장)이 탑승하는 7함대 기함 ‘블루리지함’은 해병대 상륙작전을 지휘한다. 우상조 기자

이를 지원하기 위한 유엔사 후방기지가 일본에 자리 잡고 있다. 유엔사 측이 코로나19 이후 외국 민간인에게 유엔사 후방기지를 개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엔 모두 7곳의 유엔사 후방기지가 있다. 평화 오디세이는 그중 요코스카와 요코타 기지를 돌아봤다. 유엔사 측은 일부 군사보안을 제외하고는 기지의 여러 시설을 전면 개방했다. 북한·중국·러시아가 긴밀하게 손잡는 국제 정세 속에서 유엔사의 역할을 제대로 알리고자 했다.

미 7함대 항모·함정 80척 등 “Any time 한반도 투입대기”

지난달 6일 일본 요코스카 미국 7함대 사령부 내 정박 중인 미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지난달 6일 일본 요코스카 미국 7함대 사령부 내 정박 중인 미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특히 유엔사 후방기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일본과의 안보 협력이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일본의 7곳에 거점을 둔 유엔사 후방기지가 한·일 및 한·미·일 안보협력의 핵심 고리가 되면서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유사시 한국을 돕기로 한 유엔사 회원국들의 병력과 장비가 집결하고, 지속적으로 후방 지원을 하는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요코스카에는 이런 목적을 뒷받침하는 막대한 전력이 배치돼 있다.

요코스카는 1853년 7월 8일 미국의 매슈 페리 제독이 흑선(黑船·대형 증기선)을 이끌고 처음 도착한 곳이다.

요코스카에는 미 해군의 11척 항모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에 전진배치된 로널드 레이건함이 있다. 미 해군은 1973년 미드웨이함(CV 41)을 시작으로 키티호크함(CV 63), 조지 워싱턴함(CVN 73) 등 항모를 요코스카에 배치했다. 로널드 레이건함의 요코스카 전진배치는 2015년부터였다. 로널드 레이건함은 지난해 10월 제주도 동남쪽 공해상에서 열린 한·미·일 해양차단 및 대(對)해적 훈련 참가와 부산 입항을 마친 뒤 그해 11월 모항 요코스카로 돌아왔다. 7함대 관계자는 “로널드 레이건함은 1년의 절반 이상을 일본과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초계·훈련을 나간다”고 귀띔했다. 로널드 레이건함은 현재 정비를 받고 있었다. 로널드 레이건함에서 뜨고 내리던 제5 항모비행단 항공기들은 아쓰키(厚木) 해군 비행장으로 이동했다.

미 해군 상륙지휘함이자 7함대 사령관 기함인 블루리지함. 기함 공개는 흔한 일이 아니다.

미 해군 상륙지휘함이자 7함대 사령관 기함인 블루리지함. 기함 공개는 흔한 일이 아니다.

로널드 레이건함은 93.5% 고농축우라늄(HEU)을 사용하는 원자로 2기가 내장된 핵추진 항모다. 원자로에 연료봉을 넣으면 최소 20년간 배를 움직일 수 있다. 방문 당시 로널드 레이건함엔 미 워싱턴주 퓨짓 사운드 해군 조선소에서 나온 핵 전문인력이 원자로를 점검하고 있었다. 미 해군에 따르면 내년에 조지 워싱턴함이 로널드 레이건함을 대신해 요코스카에 둥지를 튼다.

블루리지함은 7함대의 기함이다. 7함대 사령관(해군 중장)이 탑승해 해병대 상륙작전을 지휘한다. 각종 지휘·통신 장비를 실으려고 선수부터 선미까지 특수하게 설계됐다. 불룩 튀어나온 현측이 독특했다. 7함대 관계자는 “안테나 등 장비 탑재 공간을 많이 늘리려고 개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구축함 등 7함대의 각종 함정이 부두에 즐비했다. 미 해군의 순양함과 구축함은 모두 이지스함이다. 이날 핵추진 잠수함은 작전을 수행하러 나갔기 때문에 요코스카에서 볼 수 없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7함대는 날짜 변경선을 기준으로 태평양을 반으로 가른 뒤 그 서쪽에서부터 인도양의 중심까지를 작전구역으로 삼는다. 7함대는 ‘Any given time(언제라도)’ 함정 70~80척, 항공기 275대, 병력 3만7000명을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췄다. 필요할 경우 미 본토와 전 세계 미군 기지로부터 증원을 받아 전력을 키울 수 있다.

전날 방문한 요코타(横田) 공군 기지는 여의도 면적의 2배가 넘는 7㎢ 규모에 이른다. 이곳엔 주일미군 사령부와 미 공군의 제5공군 사령부가 있다. 기지 중심엔 3㎞ 넘는 활주로를 갖췄다. 곳곳에서 수송기와 지원기, 헬기가 보였다. 요코타엔 제374 공수비행단이 주둔했고, 전투·폭격기 부대는 없다고 한다. 헬기처럼 이착륙하고, 프로펠러기처럼 비행하는 틸트로터 수송기 CV-22 오스프리도 볼 수 있었다. 5공군 관계자는 “요코타는 인도·태평양의 허브”라며 “미 본토에서 이곳을 거쳐 태평양 구석구석으로 인원과 장비, 물자를 보낸다”고 말했다.

요코타 기지는 평화 오디세이 2023에 C-130J-30 수퍼 허큘리스 전술 수송기를 공개했다. C-130J-30은 1956년부터 생산하고 있는 C-130 허큘리스의 최신형이다. 길이 35m, 높이 12m, 날개폭 40m다. 6엽(날개 6개) 프로펠러 4개를 달았고, 콕핏(조종석) 계기판을 디지털로 바꿨다. 최대 20t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으며, 1㎞ 남짓 활주로만 있으면 이륙할 수 있다.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은 “한반도 유사시 작전의 의미를 알수록 유엔사의 중요한 역할을 알게 된다”며 “유엔사 후방기지를 매개로 한국·미국·일본이 안보에서 긴밀히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