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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부터 ‘바베트의 만찬’까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72호 23면

맛있는 소설

맛있는 소설

맛있는 소설
이용재 지음
민음사

먹는 일과 읽는 일을 두루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눈길이 갈 수밖에. 제목부터 『맛있는 소설』이니까. 그런데 첫 챕터에서 다룬 『작은 아씨들』 속 절인 레몬부터 마지막 챕터의 『바베트의 만찬』 속 프랑스 코스요리까지, 다 먹고 난 뒷맛은 왠지 혼란스럽다.

저자는 이 책의 기획 의도를 “소설 속 음식을 탐구하기”라고 밝혔는데, 음식보다 저자 자신 및 인용된 소설 속 등장인물의 삶에 좀 더 무게를 둔 느낌이다. 예컨대 챕터3은 비스킷과 스콘을 설명하지만, 실은 노예 해방 후에도 삶이 신산했던 소설 『컬러 퍼플』의 흑인 주인공 얘기다. 챕터6은 콘플레이크를 통해 소설 『아메리카나』의 나이지리아 출신 주인공과 저자 자신 등 유학생의 미국을 향한 이중적 시선을 다뤘다. 음식 평론가인 저자는 미국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소설 『노인과 바다』의 챕터13, 『모비딕』의 챕터20에서는 참치나 고래 고기 등을 먹는 문제를 매우 비판적으로 거론한다. 형식적 일관성을 기대했다면 그 기대를 거스르는 접근 방식이다. 소설 속 음식만을 일목요연하게 다룬 책을 원한다면 정은지의 『내 식탁 위의 책들』(엘리스, 2012) 쪽이 마음에 들 수도 있다. 인용한 소설 중에 겹치는 것도 있어 비교하면서 읽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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