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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가 뭐죠?" 수능 최초 만점자의 해명…유재석 빵터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9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만점을 받아 1968년 예비고사부터 국가주관 대입시험이 시작된 후 30년 만에 처음 나온 만점자 오승은 씨. 사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199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만점을 받아 1968년 예비고사부터 국가주관 대입시험이 시작된 후 30년 만에 처음 나온 만점자 오승은 씨. 사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모르는 문제가 없었다.”
“H.O.T.가 뭐죠?”

199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서울 한성과학고 오승은 학생의 말은 지금까지도 ‘만점자 어록’으로 회자된다. 오승은 씨는 1968년 예비고사부터 국가 주관 대입 시험이 시작된 후 30년 만에 처음 나온 만점자였다.

오씨는 지난 3일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수능 만점 당시 일화, 수능 만점 이후 서울대 물리학과에 진학해 공부했던 이야기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로 유학을 떠났던 이야기, 그리고 현재 근황에 대해 밝혔다.

“H.O.T. 뭐죠?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그가 26년 만에 내놓은 해명이다. 오씨는 “왜 그렇게 알려졌는지 모르겠다. H.O.T.가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알고 있었고, 맥락이 와전된 게 있는 것 같다”며 “좋아하냐고 질문하신 것 같은데, ‘대단한 분들인 거 알고 있고 친구들이 노래방 가면 노래를 부르지만 잘은 모른다’고 했을 뿐이다. H.O.T. 여러분 죄송하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199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만점을 받아 1968년 예비고사부터 국가주관 대입시험이 시작된 후 30년 만에 처음 나온 만점자 오승은 씨. 사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199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만점을 받아 1968년 예비고사부터 국가주관 대입시험이 시작된 후 30년 만에 처음 나온 만점자 오승은 씨. 사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H.O.T. 해프닝’ 이후 그는 1999년 서울대 물리학과에 진학했다. 보통 ‘수능 만점자라면 당연히 의대에 가겠지’라고 생각하는 건 그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친구의 편지 한 통에 물리학과를 선택했다고 한다. 친구의 편지에는 “너 같이 공부 잘하는 애가 인류지식의 최전선에서 순수 학문을 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 편지 이후 정해진 물리학과에 대한 신념은 수능 만점을 받은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서울대 물리학과는 3년 6개월 만에 조기 졸업했다. 이후 2003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로 유학을 갔다. 유학 밑천은 책 ‘오승은의 수능노트’로 번 돈이었다.

‘오승은의 수능노트’는 고3 겨울방학 내내 직접 정리한 수능 노트다. 오씨는 “인세를 정말 분에 넘치게 받았다. 고등학생 신분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MIT에서의 유학 생활은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전환점이 됐다. 한국에서만 있었다면 잘난 줄 알고 살았을 수 있지만, 큰 세계에서 더 뛰어난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을 성장시켰다고 오씨는 회상했다.

그는 “수업은 1~2년이면 다 패스할 수 있지만, 한 연구실에서 교수님이 제시한 가설을 푸는 데 7년이 걸렸다. 처음엔 ‘6개월이면 풀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 가설이 틀렸다는 걸 밝히는 데 7년이 걸렸고 그때 졸업했다”고 밝혔다.

 199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만점을 받아 1968년 예비고사부터 국가주관 대입시험이 시작된 후 30년 만에 처음 나온 만점자 오승은 씨. 사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199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만점을 받아 1968년 예비고사부터 국가주관 대입시험이 시작된 후 30년 만에 처음 나온 만점자 오승은 씨. 사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당시 연구 주제는 ‘신경세포 활동전위의 라벨 프리 광학적 측정’이었다. 오씨는 “좋은 훈련이었다”고 했다. 그는 2010년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하버드대 의대로 옮겨 생명물리학을 공부하는 연구원으로 7년을 지냈다. 2013년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에 성장판 연골 세포가 뼈를 길어지게 하는 원리를 밝힌 논문을 싣기도 했다.

오씨는 현재 UC샌디에이고에서 테뉴어 트랙을 밟고 있다. 테뉴어는 대학에서 교수의 종신 재직권을 보장해 주는 제도다. 테뉴어 트랙은 조교수로 임용돼 종신교수가 되기 위해 심사받는 과정이다. 오씨는 “물리와 생물학을 반반 섞어서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199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만점을 받아 1968년 예비고사부터 국가주관 대입시험이 시작된 후 30년 만에 처음 나온 만점자 오승은 씨. 사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199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만점을 받아 1968년 예비고사부터 국가주관 대입시험이 시작된 후 30년 만에 처음 나온 만점자 오승은 씨. 사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의대 애들은 큰 항아리 여섯 개에 든 물을 먹어 치우면 되는데, 넌 지금 태평양에 들어가서 뭘 잡아야 할 줄도 모르면서 자맥질하고 있는 거 아니니?”

그가 MIT 유학길에 오르기 전, 아쉬움에 어머니가 했던 말이다. 의대는 6년이라는 정해진 과정이 있지만, 연구는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르지 않느냐는 뜻이었다.

하지만 오씨의 아버지는 “항아리 물 퍼먹는 것보다 자맥질이 재미는 훨씬 더 있다”며 유학 생활을 응원해줬다고 한다. 오씨는 “지금껏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는 부모님의 지원이 컸다. 잔소리도 안 하고, 그냥 믿어주셨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물리를 이렇게 오래 공부할 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다 즐겁게 하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열린 가능성을 놓고 재미있는 연구, 의미 있는 연구를 계속해 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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