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2)북경대회「금」183개 집안잔치|중국의 탈아시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북경아시안게임은 중국이외의 여타국가들에게 만리장성의 파고가 얼마나 높고 두꺼운가를 확인시켜 주었으며 14억 중국인들에겐 아시아가 이제 경쟁을 벌이기엔 너무나 비좁은 무대임을 보여주었다.
개막 6일만에 1백개의 금메달 고지를 돌파한 중국은 총3백10개의 금메달(사격·체조 공동우승 2개 포함) 중 60%에 가까운 1백83개를 휩쓸어 덩치만큼이나 왕성한 식욕을 보였다.
특히 심판이나 홈의 이점을 덜 받는 기록종목에서만 1백30개의 금메달을 거머쥐어 앞으로의 아시안게임 대결구도를 중국아성에 대한 기타 아시아국가 연합의 도전으로 바꿔 놓았다.
그러나 「들러리대회」 「중국체전」 「집안잔치」였다는 따가운 비난과 전 종목 금메달을 휩쓴 여자수영의 경우 「약물복용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긴 했지만 이제 중국스포츠의 거대한 용트림은 아시아가 아닌 세계를 향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북경대회 수영첫날 대회 신에 그친 남자자유형 2백m 우승자 셰쥔(사군)에게 던져진 『왜 다른 선수들처럼 아시아 신기록을 작성치 못했느냐』는 중국관영 신학통신기자의 힐난조 질문은 「탈아시아」를 지향하는 중국의 높은 콧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최근 폐막된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말레이시아)에는 왕다오, 류웨이 등 신진들을 파견, 여유를 보인 중국이 비슷한 시기의 파리오픈대회에 에이스 천룽찬과 덩야핑등을 대거 출전시킨 점 또한 2000년 올림픽 개최를 노리는 중국의 다음 의도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세계무대를 목표로 한 중국의 야심찬 행보가운데 여자 선수들의 두드러진 활약이 한층 눈길을 끈다.
북경대회출전 중국의 여자와 남자선수비율은 4대6이었지만 금메달 수에서는 여자 선수들이 1백9개를 획득, 6대4의 우위를 지키며 거센 우먼파워를 과시했다.
여자역도의 경우 세계기록 29개 가운데 21개를 싱핀(형분·44㎏급)을 비롯한 중국여자 역사들이 들어 올렸을 정도로 그 위세가 엄청나다.
88올림픽에서 금메달의 실력을 확인 받은 스프링다이빙의 가오민과 하이다이빙의 쉬옌베이 등은 중국이 낳은 불세출의 여자다이버들.
여자수영 자유형50m 세계챔피언인 양원이, 체조 이단평행봉 세계 선수권자 판디, 「꼬마요정」천추이팅, 사격여자 스키트의 「미녀총잡이」장산 등 세계정상급선수들이 수두룩하다.
북경대회에선 사이클여자 1㎞독주에서 저우링메이(주령미)가 1분13초899로 세계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비인기, 새로 개발된 종목에 주력하는 인내심 많은 여자선수들의 분발 외에도 치밀한 선수발굴·육성이 세계를 향한 중국스포츠의 원동력이 되고있다.
중국은 56개 소수민족과 광대한 땅덩어리를 최대로 이용, 종족별 특성이나 지역적인 우수성을 살려 종목별메달전략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유목생활을 영위, 말과 친숙해 폴로경기를 즐기는 몽골 족들은 승마·하키선수로 집중 육성된다.
사격이나 양궁도 북방수렵민족의 주 종목으로 정책적인 지원을 받는다.
또 밀을 주식으로 해 키가 큰 북방사람들에 비해 쌀을 주로 먹어 신체가 작고 다부진 남방사람들은 역도 경량급이 최 적격.
광동성 동완시 석용진(촌)은 「역도의 마을」로 지정됐을 정도다.
전국 3천여 개에 달하는 체육인재 양성학교인 업여체육학교의 운영에다 선발된 새싹들이 대표로 발탁되면 담당 코치가 자연히 대표코치로 뽑혀 끝까지 돌봐주는 완벽한 코치 전담제도 등이 중국체육의 특징이다.
현대스포츠 성패의 핵심변수인 스포츠과학에서도 중국은 「국가체육과학연구소」를 58년부터 설치·운영, 중국 탁구를 세계정상에 올려놓는데 큰 기여를 한 로봇탁구 서브 장치를 개발하는 등 정책적인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공산권의 스포츠 최강국들인 소련과 동독 등이 개방과 민주화의 물결 속에 뒤뚱거리며 있는 동안 중국의 세계 체육 열강 진입은 바야흐로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유상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