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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101) 제갈량이 조진의 공격을 역이용하고, 위연은 철군 중에도 왕쌍을 죽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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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은 비요가 자신을 대신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후회했지만 이미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조예에게 표를 올려 형세의 위급함을 알렸습니다. 표를 본 조예는 사마의를 불렀습니다. 사마의가 제갈량을 물리칠 계책을 아뢰었습니다.

신은 일찍이 제갈량이 진창으로 나올 것을 알고 학소에게 지키게 하였는데 과연 그대로였습니다. 저들이 진창으로 나오면 군량 운반이 매우 용이합니다. 하지만 지금 다행히 학소와 왕쌍이 지키고 있으니 감히 그 길로 군량을 운반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나머지 소로들은 군량 운반이 극히 어렵습니다. 신이 추측건대 촉군의 군량은 한 달 치뿐일 것이므로 빨리 몰아치며 서두를 것입니다. 우리는 굳게 지키면서 지구전을 펴야 합니다. 조진에게 조서를 내려 여러 곳의 관애(關隘)를 굳게 지키기만 하고 나가 싸우지 못하게 하소서. 한 달이 못되어 촉군은 제풀에 물러갈 것입니다. 그때 허점을 타고 공격하면 제갈량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조예는 사마의의 선견지명을 칭찬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군사를 이끌고 가서 촉군을 쳐부수지 않는 것이 궁금했습니다. 그러자 사마의가 대답했습니다.

신이 몸을 아끼고 목숨을 중하게 여겨서가 아니라 실은 이 군사를 남겨 두었다가 동오의 육손을 막으려는 것뿐입니다. 손권은 오래잖아 반드시 주제넘게 황제 자리에 오를 것입니다. 만일 황제 자리에 오르면 폐하께서 정벌하지 않을까 하여 먼저 쳐들어올 것이 분명합니다. 신은 그래서 군사를 갖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조예는 태상경(太常卿) 한기에게 절(節)을 가지고 조진에게 가서 ‘절대로 나서서 싸우지 말고 굳게 지키기만 하다가 촉군이 물러갈 때 공격하라’고 했습니다. 조진은 한기가 가져온 조서를 받고 곽회, 손례 등과 계책을 논의했습니다. 곽회는 사마의의 계책임을 알았습니다. 손례가 계책을 내었습니다.

제가 기산으로 가서 군량 운반병을 가장하여 수례 가득 장작과 마른 풀을 싣고 유황과 염초를 들이부은 다음, 농서(隴西)에서 운반해 오는 군량이라고 헛소문을 내어 촉군의 귀에 들어가게 하겠습니다. 만일 그들이 군량이 떨어졌다면 촉군은 반드시 뺏으러 올 것입니다. 그들이 함정 속으로 들어오면 수례에 불을 지르고 매복해 있던 병사가 일제히 뛰어나가 밖에서 들이치면 승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진은 매우 기뻐하며 손례의 계책대로 지시했습니다. 이어 왕쌍과 곽회에게 요충지를 지키게 하고, 장요의 아들인 장호를 선봉으로 삼고, 악진의 아들인 악침을 부선봉으로 삼아 영채를 지키기만 하고 나와서 싸우지 못하게 했습니다. 제갈량은 기산 영채에게 매일 군사를 시켜 싸움을 걸었지만 위군은 굳게 지키기만 하고 싸우지 않았습니다. 제갈량은 위군의 속셈을 간파하고 강유를 불러 상의하고 있을 때, 손례가 양곡을 운송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제갈량은 운량관이 손례인 것을 알고는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이것은 위군 장수가 우리의 군량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계책을 쓰는 것이다. 수레에 실린 것은 필시 마른 풀과 인화물질일 것이다. 내가 평생 써온 것이 화공(火攻)인데, 그들이 바로 이 계책으로 나를 유인하려 들고 있구나! 그들은 우리가 군량을 뺏으러 간 줄 알면 반드시 우리 영채를 기습하러 올 것이다. 그들의 계략을 역이용해야겠다.

제갈량은 마대와 마충, 장의를 불러 불을 지르고 위군을 협공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관흥과 장포에게는 위군의 영채를 기습하라고 하고, 오반과 오일에게는 위군의 퇴로를 막도록 하였습니다. 촉군은 제갈량의 계책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습니다. 위군도 촉군이 군량을 빼앗으러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손례의 계책대로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위군의 대패였습니다. 조진은 굳게 지키면서 다시 싸우러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제갈량은 위연에게 은밀하게 사람을 보내 계책을 전하고, 일제히 영채를 거두어 길 떠날 채비를 서두르라고 일렀습니다. 양의는 대승을 거둔 후 내린 제갈량의 명령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양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양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이제 큰 승리를 거두어 위군의 사기가 여지없이 꺾였는데 왜 군사를 철수시킵니까?

우리는 갖고 온 군량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속전속결이 이로운데 저들은 굳게 지키며 나오지 않으니 우리만 애를 먹고 있네. 저들이 지금 잠시 패했지만 중원에서는 반드시 지원군이 올 것이고, 만일 경기병을 써서 우리의 군량 수송로를 기습한다면 그때는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게 될 것이야. 지금 위군은 막 패한 끝이라 촉군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할 터이니 미처 예상도 못 할 이런 기회를 이용하여 물러가야 하네. 위연에게는 왕쌍을 죽이도록 은밀한 계책을 주었으니 위군은 감히 추격하지 못할 것이네.

제갈량은 그 밤으로 징과 북을 치는 사람만 밤새 시간을 알리게 하고, 나머지 군사들을 철수시켰습니다. 날이 새자 군사들은 모두 물러가고 빈 영채만 남았습니다. 한편, 조진은 영채에서 걱정하고 있던 차에 좌장군 장합이 군사를 거느리고 도착했습니다. 장합이 막사 안으로 들어와 조진에게 말했습니다.

사마의는 우리 군사가 이기면 촉군은 반드시 물러가지 않을 것이고, 만일 우리 군사가 패하면 촉군은 반드시 즉각 물러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 군사가 졌는데 도독께서는 촉군의 정황을 알아보셨습니까?

조진은 즉시 사람을 보내 알아보도록 했습니다. 과연 영채는 텅 비어 있고, 수십장의 깃발들만 꽂혀 있었습니다. 촉군은 이미 이틀 전에 떠났던 것입니다. 조진은 후회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한편, 제갈량은 군사를 철수시키면서 위연에게 어떤 계책을 주었을까요. 이제 위연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위연은 제갈량의 은밀한 계책을 받자 그날 밤에 영채를 거둬 한중으로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염탐꾼이 이를 알고 왕쌍에게 보고하자 왕쌍은 군마를 몰고 힘을 다해 추격해 왔습니다. 곧 따라잡을 거리에 이르자 앞에 위연의 깃발이 보였습니다. 왕쌍은 큰 소리로 위연을 부르며 쫓아갔습니다. 촉군은 돌아보지도 않고 달아났습니다. 이때, 위군의 영채에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왕쌍이 급히 말고삐를 당겨 군사들에게 후퇴를 명령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한 무리의 군마가 숲속에서 질풍처럼 달려오며 소리쳤습니다.

위연이 여기 있다!

왕쌍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미처 손을 쓸 사이도 없이 위연이 내리 친 칼을 맞고 말 밑으로 떨어져 죽었습니다. 위군은 매복이 있는 줄 알고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쳤습니다. 위연의 수하에는 오직 30기뿐이었습니다. 위연은 한중을 향해 천천히 퇴각했습니다. 제갈량은 큰 잔치를 베풀어 위연의 승리를 치하했습니다. 조진은 왕쌍이 피살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너무 상심한 나머지 병이 들어 수하들에게 장안으로 이르는 여러 길목을 지키게 하고 자신은 낙양으로 돌아갔습니다.

기습공격으로 왕쌍을 베는 위연.

기습공격으로 왕쌍을 베는 위연.

이러한 때, 동오의 손권은 조회를 열어 시국을 논의했습니다. 신하들은 제갈량이 두 차례 출병하여 위군을 무찔렀으니 우리도 군사를 일으켜 위를 쳐부수고 중원을 차지해야 한다고 권했습니다. 손권은 망설이며 결정을 하지 못했습니다. 장소가 아뢰었습니다.

요즘 듣자니 무창 동산에 봉황이 날아와 깃들고, 대강(大江)에 황룡이 자주 나타난다고 합니다. 주공의 덕은 당우(唐虞)와 짝할만하고, 영특하시기는 문무(文武)와 비견될 만합니다. 황제로 즉위하신 다음 군사를 일으키소서.

장소. 출처=예슝(葉雄) 화백

장소. 출처=예슝(葉雄) 화백

모든 신하가 호응했습니다. 손권은 좋은 날을 잡아 황제에 즉위하였습니다. 그리고 위를 칠 계획을 협의했습니다. 그런데 장소가 나서서 군사를 움직이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민심을 안정시키고 촉으로 사자를 보내 동맹을 맺고 천천히 도모하는 것이 좋다고 하였습니다. 손권은 그 말을 따라 즉시 서천으로 사자를 보냈습니다. 후주 유선은 오에서 온 사자를 접견하고 신하들과 상의했습니다. 신하들의 중론은 주제넘게 황제라고 하고 있으니 동맹을 거절해야 마땅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완이 승상인 제갈량에게 물어보도록 했습니다. 이에 후주는 한중으로 사자를 보냈습니다. 제갈량은 어떠한 답을 내놓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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