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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100) 조진은 강유의 계략에 빠져 패하고, 제갈량은 출사표를 올리고 기산으로 나아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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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는 동오의 주방에게 속아 대패하고 돌아와 울화와 근심을 이기지 못하고 앓아누웠습니다. 급기야 낙양에 도착하자 등창이 터져 죽고 말았습니다. 조예는 칙서를 내려 조휴를 후하게 장사지내 주라고 하였습니다. 이때 사마의가 군사를 이끌고 돌아왔습니다. 여러 장수가 조휴의 패전은 사마의와도 관계가 있는데 서둘러 돌아온 것을 따졌습니다.

내 짐작에 제갈량은 내가 진 줄을 알면 반드시 빈틈을 노리고 장안으로 쳐들어올 것이오. 만약 농서(隴西)가 위태로우면 누가 구하겠소? 그래서 나는 돌아온 것뿐이오.

한편, 동오에서는 촉에 국서를 보내 위의 조휴를 물리친 위세를 과시하였습니다. 후주는 기뻐하며 이 소식을 한중에 있는 제갈량에게 전했습니다. 제갈량도 한중에서 전력을 보충하고 힘을 길러 이제 출정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여러 장수를 모아 연회를 베풀고 위를 칠 계획을 협의하였습니다. 이때,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불며 마당에 있는 소나무의 중동을 꺾어놓았습니다. 제갈량이 즉시 점을 쳐보고는,

이 바람은 대장 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오.

상산의 호랑이 조운. 출처=예슝(葉雄) 화백

상산의 호랑이 조운. 출처=예슝(葉雄) 화백

여러 장수가 믿지 않고 한참 연회를 열고 있을 때였습니다. 진남장군 조운의 맏아들 조통과 둘째 아들 조괄이 찾아왔습니다. 제갈량은 술잔을 땅에 던지며 두 아들과 함께 울었습니다. 여러 장수도 함께 눈물을 뿌렸습니다.

조운이 죽다니, 나라는 한 기둥을 잃었고 나는 한쪽 팔을 잃었구나!

후주는 조서를 내려 조운을 대장군에 추증하고 시호를 순평후(順平侯)라고 지어 성도의 금병산 동쪽에 장사지내고 사당을 세운 후, 사 계절 제향(祭享)을 올리라고 하였습니다. 조통을 호분중랑장에, 조광을 아문장에 임명했습니다. 후세의 사람들이 시를 지어 조운의 죽음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상산에 범 같은 장수 있었으니 常山有虎將
지혜와 용기가 관우 장비와 짝하네. 智勇匹關張
한수에서 공훈이 있었고 漢水功勳在
당양에서 이름을 드높였네. 當陽姓字彰
두 번이나 어린 주인을 구했고 兩番扶幼主
한뜻으로 유비에게 보답하였네. 一念答先皇
뜨거운 충성심 청사에 남겼으니 靑史書忠烈
대대로 전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로세. 應流百世芳

제갈량은 후주에게 다시 출사표를 올렸습니다. 후주가 표를 펼쳐보니 그 내용은 대략 이러하였습니다.

‘신제께서 한나라와 역적은 양립할 수 없고 왕업은 한쪽 구석에서 안정시킬 수 없다고 걱정하시며 신에게 역적을 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신이 강한 역적을 치기에는 약하다는 것을 알고 계셨지만, 역적을 치지 않으면 역시 망할 터이니, 앉아서 망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역적을 치는 것이 나은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신은 이후 잠자리에 들어도 편히 잠들 수가 없었고, 음식을 먹어도 맛을 느낄 여유가 없었습니다. 북쪽을 정벌하려면 우선 남쪽부터 평정해야 했기에 노수를 건너 불모의 땅에 들어갔던 것입니다. 왕업을 구석진 촉도에 안정시킬 수 없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선제의 유지를 받들려는 것인데, 의논하는 사람들은 좋은 계책이 아니라고 합니다. 지금 역적들은 마침 서쪽에서 지쳤는데, 또 동쪽에서 전쟁을 하고 있으니, ‘피로할 때 공격하라’고 한 병법의 방법대로 지금이야말로 진격할 때입니다.

지금 백성들은 곤궁하고 군사들은 피로하지만 역적을 토벌하는 일을 그만둘 수는 없습니다. 그만둘 수 없는 일이라면 군사를 주둔시키는 일이나 군사를 출동시키는 일이 노력과 비용이 서로 엇비슷하니 일찌감치 도모하는 것이 낫습니다. 신은 몸을 굽히고 있는 힘을 다하다가 죽은 다음에나 그만두겠지만, 성공할지 실패할지 유리할지 불리할지는 신의 지혜로 예측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옵니다.’

제갈량은 표를 올리고 30만의 대군을 출동시켰습니다. 위연을 전국 선봉으로 삼아 진창길로 나아가게 했습니다. 위군도 조진을 대도독으로 삼고 왕쌍을 선봉으로 삼아 15만 대군을 출전시켰습니다. 진창길은 사마의의 추천을 받은 학소가 지키고 있었습니다. 촉군은 학소를 무찌를 수 없었습니다. 제갈량까지 나섰지만 많은 군사만 잃고 성은 함락할 수 없었습니다. 그 사이에 지원군인 왕쌍이 도착하여 촉군의 장수와 병사를 대파시키자 제갈량은 전략을 수정하여 기산으로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진창성을 공격하는 촉군. 출처=예슝(葉雄) 화백

진창성을 공격하는 촉군. 출처=예슝(葉雄) 화백

조진은 지난번 사마의에게 빼앗긴 공을 이번에는 차지할 욕심이었습니다. 이러한 때, 강유가 투항하겠다는 밀서를 보내왔습니다. 조진은 매우 기뻐했지만 비요는 속임수가 있을지 모른다고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조진은 그러한 비요를 타박했습니다. 이에 비요가 조진을 대신하여 전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결국, 위군은 강유의 계략에 말려들어 대패하였습니다. 강유가 조진을 잡으려고 한 계략에 비요가 대신 걸려들었던 것입니다.

조진을 죽이지 못한 것이 한스럽습니다.

애석하게도 큰 계략을 작게 썼구나!

진퇴양난에 빠지자 자결하는 비요. 출처=예슝(葉雄) 화백

진퇴양난에 빠지자 자결하는 비요. 출처=예슝(葉雄) 화백

모종강은 제갈량이 후출사표를 올린 것에 대하여 이렇게 평했습니다.

‘전출사표는 후주를 일깨우려는 것이었고, 후출사표는 중론의 시비를 분명하게 가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중론의 시비를 가리는 것 역시 후주를 일깨우려는 것이었다. 전출사표는 나라 안을 걱정하는 것이었고, 후출사표는 나라 밖을 걱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라 밖을 걱정하는 것 역시 나라 안을 걱정하는 것이었다. 어째서인가? 가정을 잃고 마속을 죽인 이후, 논자들은 ’촉에 만족해야지 위를 쳐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 그러나 제갈량은 ’만약 위를 치지 않으면 촉에 안거(安居)할 수 없다. 우리가 위를 쳐 없애지 않으면 역적들이 반드시 우리를 쳐 없앨 것이다. 이것은 양립할 수 없는 형편이 있기 때문이지 변방에서 편히 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다. 바로 변방에서 편히 살고 싶어도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나라의 역적이 양립할 수 없다면 같은 천지에서 해와 달을 함께 이고 살 수 없다. 이미 의로써 결정했다면 분발해야 마땅하다. 역적들 역시 한나라와 양립할 수 없다면 묘판의 풀 같고 조 속에 쭉정이 같으며 또한 형세로 헤아려 보아도 당연히 걱정되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제갈량의 지혜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만 알고, 그의 어리석음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은 모른다. 무슨 일이 꼭 이루어진다든가 꼭 실패한다는 것을 예상하고 하는 것, 이것이 지혜로운 사람이 하는 일이고, 무슨 일이 꼭 이루어진다든가 꼭 이롭다는 것을 예측하지 못하면서 역시 하는 것, 이것이 어리석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 일이 반드시 실패한다든가 반드시 해롭다는 것을 예측하지도 하지도 못하면서 실행하는 것, 이것이 어리석으면서 우둔한 사람이 하는 일이고, 그 일이 반드시 실패하고 반드시 해롭다는 것을 예측하면서도 끝내 실행하는 것, 이것이 지혜로우면서 어리석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제갈량은 초려에서 나오기 전에 이미 천하가 셋으로 나누어질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위를 쳐도 성공할 수 없고 출정을 하는 것이 이롭지 않다는 것을 익히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고 훤하게 예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예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한 것은 어째서인가? 대개 지혜로우면서도 어리석은 사람은 스스로 노신(老臣)의 책임을 다하며, 어리석으면서 우둔한 사람은 위로 어린 군주의 의심을 막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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