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의는 촉군이 한중으로 철수하자 다시 대군을 이끌고 서천을 공격하려고 했습니다. 조예는 기뻐서 즉시 군사를 일으키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상서 손자가 계책을 올렸습니다.
지난날 태조께서 장로를 토벌하실 때도 위태로운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면서 가까스로 평정하셨습니다. 그래서 여러 신하에게 ‘남정은 참으로 천옥(天獄)이었다’고 말씀하셨나이다. 야곡 길은 5백리에 걸친 석굴이니 힘을 쓸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이제 천하의 군사를 모두 일으켜 촉을 친다면 동오가 또 침범해 올 것이니, 그보다는 지금 있는 군사를 대장들에게 나누어 주어 요충지를 지키면서 힘을 기르게 하는 편이 낫습니다. 몇 해 지나지 않아 중국은 날로 강성해질 것이고, 오와 촉은 반드시 서로 싸우게 될 것입니다. 그때에 도모한다면 어찌 이길 수 있는 계책이 아니겠습니까?”
사마의도 손자의 말에 찬성하자 조예는 여러 장수를 배치하여 요충을 지키게 하고 삼군에게 크게 상을 내리고 낙양으로 돌아갔습니다.
제갈량은 한중으로 돌아와 군사를 점검했습니다. 조운과 등지가 철군하는 와중에도 위군을 무찔러 병사 한 명, 말 한 마리, 군수품 하나도 잃지 않았습니다. 제갈량은 조운을 치하하며 황금 50근과 비단 1만 필을 나누어 주도록 하였습니다. 그러자 조운이 사양하며 말했습니다.
삼군이 한 치의 공도 세우지 못했으니 그 죄는 우리 모두가 각각 나누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도리어 상을 받는다면 그것은 승상의 상벌이 공정하지 못한 것이 됩니다. 우선 국고에 보관해 두셨다가 오는 겨울에 여러 장수에게 주셔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선제께서 살아 계실 때 늘 자룡의 덕을 칭찬하시더니 오늘 보니 과연 그렇구려!
이러할 때, 마속과 왕평, 위연과 고상이 도착했습니다. 제갈량은 왕평을 막사로 불러 마속을 타일러 함께 가정을 지키지 못한 것을 꾸짖었습니다. 왕평은 마속이 화를 내며 말을 듣지 않은 사연과 가정전투의 상황을 소상하게 보고했습니다. 제갈량은 다시 마속을 불렀습니다. 마속은 몸을 스스로 결박하고 들어와 꿇어앉았습니다. 제갈량은 낯빛을 바꾸며 말했습니다.
너는 어려서부터 병서를 읽어 전략을 술술 외고 있지 않으냐? 나는 누차에 걸쳐 너에게 가정은 우리의 중요한 발판이라고 신신당부하고 경계하였다. 너는 전 가족의 목숨을 담보로 그 중책을 받았다. 네가 만일 왕평의 말을 들었다면 어찌 이런 화를 당했겠느냐? 지금 싸움에 지고 장수를 꺾이고, 영토를 잃고 성을 함락당한 것은 모두 너의 잘못 때문이다. 만약 군법을 밝고 바르게 쓰지 않는다면 어떻게 많은 어떻게 많은 사람을 복종시키겠느냐? 너는 이제 법을 어겼으니 나를 원망하지 말라! 네가 죽은 뒤 너의 가족에게는 내 매월 녹미(祿米)를 지급할 테니 너는 걱정할 필요 없다.
제갈량은 좌우에게 끌어내다 목 베어 죽이라고 명령했습니다. 장완이 제갈량에게 마속을 살려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제갈량이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습니다.
옛날에 손무가 천하를 굴복시키고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법을 엄격하게 시행했기 때문이오. 지금은 천하가 갈라져 다투고 있고 싸움은 막 시작되었는데, 만약 법을 무시한다면 어떻게 역적을 토벌할 수 있겠소? 죽이는 것이 마땅하오!
마침내 마속의 수급이 바쳐졌습니다. 제갈량은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 장완은 제갈량이 군법대로 처리하고 난 후에도 우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울음을 그친 제갈량이 말문을 열었습니다.
나는 마속을 위해 우는 것이 아니오. 나는 선제를 생각하고 있소. 백제성에서 병이 위독하실 때 선제께서는 나에게 당부하시기를, ‘마속은 말은 잘하지만 실상이 못 미치니 크게 써서는 아니 될 것일세’ 하셨는데, 인제 보니 그 말이 과연 맞았소. 그래서 나의 어리석음을 깊이 한탄하다 보니 현명했던 선주가 생각나 이렇게 우는 것뿐이오.
제갈량은 후주에게 스스로 자신의 직책을 삼등 강등시켜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모종강은 이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유비가 마속을 알아본 것도 전쟁을 쉽게 말해왔기 때문이다. 마속의 경우를 보면 군사를 쓰는 사람들이 거울이 될 만하고, 사람을 등용하는 사람들의 거울이 될 만하다. 무후가 출사표를 쓸 때는 후주를 생각하며 울었고, 무후가 죄를 벌할 때는 선주를 생각하며 울었다. 그가 처음 출사할 때는 첫째도 선제요 둘째도 선제였는데, 그가 패하여 돌아와서도 역시 첫째도 선제고 둘째도 선제다. 마속을 죽인 것이 선제를 만들기 위해 죽인 것일 뿐만 아니라, 바로 스스로 삼등을 강등한 것 역시 선제를 받들기 위한 일이었다. 식자라면 가정의 패전에 대한 자책에서 마음을 다해 힘쓰는 무후를 볼 수 있고, 방두의 패전에 대한 은폐에서 자신이 황제가 되고 싶어 한 환온을 볼 수 있다.’
제갈량은 한중에서 군사훈련을 독려하며 무술을 강의하였습니다. 사마의는 학소를 추천하여 촉군이 나올 수 있는 진창길을 지키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때, 조휴가 표를 올렸습니다. 그 내용은 동오의 파양태수 주방이 은밀하게 투항할 뜻을 알려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조예와 사마의가 기뻐할 때, 건위장군 가규가 말했습니다.
동오 사람은 거짓말을 잘하기 때문에 깊이 믿어서는 안 됩니다. 주방은 지략 있는 사람으로 기필코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단지 우리 군사를 유인해 들이려는 속임수입니다.
그 말 역시 옳습니다만, 기회 역시 잃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조예는 사마의와 가구가 조휴를 돕도록 하였습니다. 조휴는 대군을 이끌고 곧장 환성을 공격했습니다. 한편, 손권은 주방이 속임수를 써서 조휴를 유인하여 무찌르는 것에 대하여 신하들과 논의했습니다. 고옹이 육손을 추천했습니다. 손권은 육손에게 전권을 주어 위군을 무찌를 것을 명했습니다. 육손은 주환과 전종을 추천하여 좌, 우도독으로 삼았습니다.
한편, 조휴는 주방의 마중을 받고 주방이 속임수를 쓰는지 떠보았습니다. 그러자 주방은 크게 통곡하며 칼을 뽑아 자결하려고 하였습니다. 조휴가 이를 말렸습니다. 결국, 주방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조휴의 신임을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자 가규가 다시 조휴에게 주방의 말을 믿지 말 것을 요청했습니다. 조휴는 크게 노하여 오히려 가규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가규의 말을 무시한 조휴는 결국 주방의 속임수에 빠져 대패하고 겨우 목숨을 건져 돌아왔습니다. 사마의도 조휴가 패전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군사를 이끌고 물러났습니다. 모종강은 주방이 속임수를 써서 조휴를 물리친 것에 대하여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황개, 감녕, 감택 다음에 다시 주방이 있다. 어째서 남인들은 속임수를 잘 쓰는가? 이것은 남인들의 속임수가 아니라, 남인들의 충성심인지도 모르겠다. 적을 속이는데 쓰면 속임수라 하고, 주인에게 보답하는데 쓰면 충성이라 하니 “남인들은 속임수를 잘 쓴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남인들은 충성심이 많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남인이 재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송나라 때의 세상물정 모르는 학자들의 말일 뿐이다. 동오를 예로 들어 보자. 당시에 인재들을 어찌 다른 나라에서 구해왔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