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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98) 마속은 자만에 빠져 가정을 잃고, 제갈량은 모험을 걸어 빈 성을 지키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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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는 사마의가 장합을 추천하자 그를 선봉으로 삼아 촉으로 정벌군을 보냈습니다. 사마의는 20만의 정예병을 이끌고 촉군과 결전을 대비하여 영채를 세웠습니다. 선봉 장합을 불러 계책을 전했습니다. 제갈량은 조심성이 많아서 경솔하지 않고 만사 모험을 하지 않아 실수가 없다고 하며, 제갈량과 맞설 때는 조심하고 또 조심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아울러 자신의 전략을 말했습니다.

그는 반드시 야곡으로 나와 미성을 치려 할 것이고, 만약 미성을 치려 한다면 반드시 군사를 두 갈래로 나누어 한 무리는 기곡을 공격할 것이오. 그래서 나는 이미 조진에게 격문을 보내어 촉군이 쳐들어오더라도 나가 싸우지 말고 미성을 단단히 지키라고 했고, 손례와 신비에게는 기곡 어귀를 막고 있다가 촉군이 오면 기병을 출동시켜 쳐부수라고 했소.

도독께서는 지략이 귀신과 같사옵니다.

장군은 선봉이 되었으니 경솔히 나가서는 아니 될 것이오. 산 서쪽 길을 따라가면서 멀리까지 잘 정탐해 보고, 복병이 없으면 전진해도 좋다고 여러 장수에게 전하도록 하시오. 만일 태만히 하거나 소홀히 했다가는 반드시 제갈량의 계략에 말려들 것이오.

한편, 제갈량은 사마의가 이틀 길을 하루에 달려 맹달을 처치했다는 첩보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맹달이 주도면밀하지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라면서 사마의가 출동한 것에 대해 매우 걱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마의는 반드시 가정으로 와서 촉군의 중요한 길목을 끊으려 할 것이니 가정을 지키는 것이 급했습니다. 마속이 자원했습니다.

가정은 작지만 책임이 대단히 무거운 곳이다. 만약 가정을 잃는다면 우리 대군은 모두 끝장이다. 자네가 계책에 밝기는 하나만 이곳에는 성곽도 없고 험한 지역도 없으니 어쩌느냐? 지키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저는 어려서부터 병서를 곰삭게 읽어 병법을 깊이 알고 있습니다. 어찌 가정 하나도 지키지 못하겠습니까?

사마의는 예사 사람이 아니고 게다가 선봉 장합은 위의 명장이다. 아마도 자네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사마의와 장합은 고사하고 설령 조예가 직접 온다고 해도 두려울 것이 무엇입니까? 제 가족 전체의 목을 걸겠으니 만일 제가 실수를 하면 전 가족의 목을 치소서.

군중에서 농담이란 있을 수 없다!

산에 식수가 없어 물을 구하는 마속의 병사들. 출처=예슝(葉雄) 화백

산에 식수가 없어 물을 구하는 마속의 병사들.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량은 마속에게 2만5천 명의 정예병을 주고 다시 상장 왕평을 불러 중임을 맡겼습니다. 가볍게 처결하지 말고 조심하고 또 조심하여 처리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제갈량은 그래도 불안하였습니다. 고상을 불러 1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가정에서 조금 떨어진 열류성에 주둔하다가 가정이 위태로우면 돕도록 했습니다. 고상을 보내고도 편안하지 않았습니다. 위연을 불러 가정 뒤편에서 있다가 가정을 지원하고 양평관으로 들어오는 길목을 막도록 하였습니다. 제갈량은 위연을 보내놓고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하지만 편안하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조운과 등지를 불렀습니다.

이제 사마의가 군사를 이끌고 나왔으니 지난날과는 사정이 달라졌소. 두 분은 각각 한 무리의 군사를 이끌고 기곡으로 나가 쳐들어갈 것처럼 하시오. 그래서 위군을 만나게 되면 싸우기도 하고 싸우지 않기도 하면서 그들이 놀라 겁먹게 하시오. 나는 직접 대군을 이끌고 야곡을 거쳐 미성을 공격하겠소. 만약 미성을 함락하면 장안을 무찌를 수 있을 것이오.

마속은 왕평과 가정에 도착해서 지세를 살펴보고는 후미진 산골에 위군이 올 리 없음을 알고 제갈량의 계책을 비웃었습니다. 왕평이 길목에 영채를 치고 방책을 만들어 대비하자고 하였지만, 마속은 길 복판에 치는 것이 아니라 산 위에 군사를 둔치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왕평이 다시 말했습니다.

잘못 생각하고 계시오. 만일 길을 막고 군사를 둔친 다음 방책을 쌓는다면 설령 10만 명의 적군이 쳐들어온다 해도 방책을 넘어올 수 없지만, 만약 이 중요한 길목을 버리고 산마루에 군사를 둔쳤다가 갑자기 위군이 몰려들어 사방으로 에워싼다면 무슨 수로 보호하겠소?

마속은 왕평의 조언을 비웃으며 듣지 않았습니다. 왕평은 따로 군사 5천 명을 이끌고 10리 떨어진 기슭에 영채를 세웠습니다. 사마의는 사마소를 보내 정탐을 하게 하였습니다. 가정에 군사가 있음을 알고는 한탄을 하다가 마속이 산 위에 영채를 세운 것을 알고는 매우 기뻐했습니다. 다음날 새벽, 사마의는 장합을 선봉으로 세워 대군을 이끌고 마속을 공격했습니다. 마속이 이끄는 촉군은 위군의 기세에 겁을 먹고 감히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군사들이 산을 내려가 위군에 항복했습니다. 마속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위연이 추격하는 위군을 막았습니다. 위연과, 왕평, 고상은 가정을 다시 찾으려고 분투했지만 중과부적이었습니다. 열류성마저 조진에게 빼앗기고 허겁지겁 양평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왕평. 출처=예슝(葉雄) 화백

왕평.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량은 가정으로 여러 장수를 보냈지만 그래도 불안했습니다. 이때 왕평이 가정의 진지와 주변 지세를 그린 지도가 도착했습니다. 제갈량은 지도를 보다가 깜짝 놀라 책상을 내리치며 말했습니다.

마속, 이 무지한 놈이 나의 군사를 함정에 몰아넣었구나!

승상께서는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이 지도를 보니 중요한 길목은 놓아두고 산을 차지하고 영채를 쳐서 위군이 들이닥쳐 사방을 둘러싸면 물 긷는 길이 막혀 이틀이 되기도 전에 자중지란에 빠져들 것이다. 만약 가정을 잃는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느냐?

제갈량의 걱정대로 가정과 열류성을 모두 잃었다는 비보가 도착했습니다. 제갈량은 촉군을 안전하게 한중으로 철수시켜야만 했습니다. 관흥과 장포에게는 무공산에 매복하여 위군에게 의병을 써서 놀라 도망가도록 하게 했습니다. 장익에게는 검각을 보수하도록 했고, 대군은 은밀하게 철수 준비를 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마대와 강유에게는 후방을 막도록 했습니다. 제갈량의 군령을 받은 장수들이 군사를 이끌고 모두 떠났습니다. 바로 이때, 파발마가 달려왔습니다. 사마의가 15만 명의 대군을 이끌고 제갈량이 있는 서성을 향해 진군해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갈량은 난감했습니다. 제갈량 주위에는 대장도 없고 군사도 2천5백 명 정도뿐이었습니다. 관리들도 얼굴빛이 모두 흙빛이 되었습니다. 제갈량은 명령을 내렸습니다.

깃발을 전부 감추고 모든 군사는 각자 성위의 구역을 잘 지키도록 하라. 만일 멋대로 나다니거나 큰 소리로 떠드는 자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목을 치라. 모든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문마다 20명의 군사를 백성으로 변장시켜 물을 뿌리면서 길을 쓸게 하라. 만일 위군이 오더라도 멋대로 움직이면 아니 될 것이다. 나에게 생각해 둔 계책이 있다.

성문을 열고 공성계를 펼치는 제갈량. 출처=예슝(葉雄) 화백

성문을 열고 공성계를 펼치는 제갈량. 출처=예슝(葉雄) 화백

지시를 끝낸 제갈량은 학창의를 입고 윤건을 쓰더니 성 위의 적루에서 향을 피우고 거문고를 탔습니다. 사마의의 척후병이 이 광경을 보고 사마의에게 보고했습니다. 사마의가 직접 확인하고는 크게 의심이 들었습니다. 전군을 북쪽 산길로 후퇴시켰습니다. 아들 사마소가 의아해했습니다. 그러자 사마의가 말했습니다.

제갈량은 세심하고 신중하게 일을 처리해 왔을 뿐, 여태껏 한 번도 모험을 한 적이 없다. 지금 성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는 것을 보면 반드시 매복이 있을 것이다. 우리 군사가 만일 들어갔다가는 그의 계략에 말려들 것이다. 너희들이 그것을 어떻게 알겠느냐? 속히 물러나기나 해라!

사마의의 군사가 물러가자 제갈량이 손뼉을 치며 웃었습니다. 관리들은 자신들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해괴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모두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마의는 바로 위의 명장입니다. 지금 15만 정예병을 거느리고 왔다가 승상을 보고 어째서 즉시 물러갔습니까?

이 사람은 내가 여태껏 일을 세심하고 신중하게 해왔기 때문에 모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여기고, 이러한 광경을 보자 복병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여 물러간 것이다. 나는 모험을 하는 사람이 아닌데 상황이 어쩔 수 없었기 때문에 했을 뿐이다.

모든 사람이 놀라 탄복했습니다. 제갈량은 즉시 한중으로 철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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