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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97) 제갈량은 사마의 복직을 걱정하고, 맹달은 자만하다 사마의에게 죽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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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회는 제갈량에게 패한 것을 갚기 위해 조진에게 다시 계책을 말했습니다. 그 계책은 서강(西羌)의 왕인 철리길(徹里吉)로 하여금 군사를 일으켜서 촉군의 배후를 기습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위군과 서강군이 촉군의 앞뒤에서 협공하여 무찌르는 계책입니다. 조진은 부하에게 편지를 주고 밤을 도와 서강으로 달려가도록 하였습니다. 서강의 철리길은 조조 때부터 조공을 바쳐왔습니다. 그는 아단 승상과 월길 장수의 보좌를 받았습니다. 아단이 철리길에게 조진의 편지와 계책을 전했습니다. 철리길이 아단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우리와 위국은 평소 서로 거래를 터 왔습니다. 이제 조도독이 구원을 청하고 또 화친하자고 하니 승낙하시는 것이 마땅하옵니다.

철리길은 아단의 말을 따라 월길에게 강병 25만 명을 이끌고 조진을 돕도록 했습니다. 강병들는 모두 황과 쇠뇌, 칼, 창, 질려(蒺藜), 비추(飛鎚) 등의 무기를 익숙하게 다루는 병사들이었습니다. 게다가 철편(鐵片)으로 둘러친 전차도 있었습니다. 이를 일러 철차군(鐵車軍)이라고 불렀습니다. 아단과 월길은 군사를 이끌고 촉군이 있는 서평관(西平館)으로 쳐들어갔습니다. 보고를 받은 제갈량은 서강 출신인 마대에게 길을 안내하게 하고 장포와 관흥에게 5만 명의 정예병을 이끌고 대응토록 하였습니다.

강병들과 마주친 관흥은 산비탈에서 적군의 동태를 살펴보았습니다. 강병의 영채는 둥그렇게 구축되었는데 무기와 조밀하게 배치되어 성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쳐들어갈 곳이 없자 마대가 일전을 벌여 강병의 허실을 알아보도록 하였습니다.

신탐의 창에 맞아 죽는 맹달. 출처=예슝(葉雄) 화백

신탐의 창에 맞아 죽는 맹달. 출처=예슝(葉雄) 화백

다음날, 관흥, 장포, 마대는 세 길로 나누어 전진했습니다. 강병들이 이들을 무섭게 덮쳤습니다. 장포도 밀리고 관흥도 위태로웠습니다. 월길이 관흥을 추격하여 절벽까지 쫓아왔습니다. 월길이 철추로 관흥을 내리쳤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간신히 피했지만 타고 있던 말이 맞아 죽었습니다. 관흥을 절벽 아래 물속으로 처박혔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월길이 말을 탄 채 까닭 없이 절벽 밑으로 곤두박질치며 물속으로 떨어졌습니다. 관흥이 물속에서 일어나 보니, 한 대장이 계곡 위에서 강병을 몰아쳐 쫓고 있었습니다. 관흥이 칼을 들고 월길에게 달려들자 월길은 그대로 도망쳤습니다. 관흥은 월길의 말을 타고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장수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달려갔습니다. 관흥이 가까이 다가가자 장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대장은 녹색 전포에 황금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청룡도를 들고 적토마에 앉아 한손으로는 긴 수염을 쓰다듬고 있었는데, 관흥이 보기에 분명한 아버지 관우였습니다. 관흥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자 관공이 동남쪽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얘야! 이 길로 속히 가거라. 네가 영채로 돌아가도록 내개 보호해 주겠다.

관흥은 홀린 듯 동남쪽으로 말을 달렸습니다. 한밤중에 군사를 이끌고 오는 장포를 만났습니다. 장포도 관우의 도움으로 살아나서 관흥을 만나게 해주었던 것입니다. 겨우 영채로 돌아온 두 사람은 마대와 상의하여 승상 제갈량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제갈량이 강병의 영채를 둘러보고는 마대와 장익, 관흥과 장포에게 계책을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영채를 비우고 강유에게 공격도록 하였습니다.

한겨울이라 큰 눈이 내렸습니다. 강유와 월길이 만났습니다. 월길이 전차군을 이끌고 나오자 강유는 즉시 달아났습니다. 강병이 영채 앞까지 뒤쫓아 왔습니다. 강유는 또 영채 뒤로 달아났습니다. 월길이 살펴보니 촉군 영채는 텅 빈 채 거문고 소리와 북소리만 들렸습니다. 월길은 의심이 들어 진격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아단이 나섰습니다.

이것은 제갈량이 군사를 숨겨 놓은 것처럼 꾸며 놓은 속임수요. 공격해야 하오.

촉군이 산 뒤편에 나타났습니다.

설령 몇 안 되는 복병이 있다 한들 두려울 게 무엇이라더냐!

월길은 급하게 군마를 몰아치며 도망치는 촉군을 뒤쫓았습니다. 눈 덮인 산길은 들녘처럼 평탄해 보였습니다. 월길은 급하게 군마를 몰아쳐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땅이 꺼지는 듯한 소리가 나면서 강병들이 함정에 빠졌습니다. 비탈길이어서 철갑수레를 세울 수도 없었습니다. 서로가 뒤엉켜서 우왕좌왕할 때, 관흥과 장포, 장익과 강유, 마대가 강병을 공격했습니다. 월길을 도망치다가 관흥에게 죽었고, 아단은 마대에게 사로잡혔습니다. 제갈량은 아단의 결박을 풀어주고 술을 주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좋은 말로 다독였습니다.

우리 주인은 바로 대한(大漢)의 황제이시다. 지금 나에게 명하시어 역적을 토벌하고 있는데, 너는 어째서 도리어 역적을 돕고 있느냐? 이제 너를 놓아 돌려보내 줄 터이니 너의 주인에게 말하라. 우리나라는 바로 너희 나라와 이웃하고 있으니 영원한 우호를 맺기로 맹세하고 역적들의 말을 듣지 말도록 하라.

한편, 조진은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강병의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때, 촉군이 영채를 거두어 떠날 준비를 하자, 강병이 쳐들어와서 물러가려는 것으로 착각했습니다. 결국 촉군을 추격한 위군은 선봉 조준과 부선봉 조찬이 위연과 조운의 창칼에 죽고 위군은 위수의 영채까지 빼앗겼습니다. 조진은 조예에게 구원병을 요청하는 장계(狀啓)를 올렸습니다.

조비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된 조예. 출처=예슝(葉雄) 화백

조비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된 조예. 출처=예슝(葉雄) 화백

장계를 받은 조예는 신하들을 불러 모아 논의하였습니다. 화흠은 조예가 친정(親征)해야만 한다고 아뢰었습니다. 그러자 종요가 조예에게 계책을 아뢰었습니다.

전에 제갈량이 군사를 일으켜 국경을 침범하고 싶어 했으나 이 사람이 무서웠기 때문에 유언비어를 퍼뜨렸던 것인데 폐하께서 그를 의심하시고 버리셨습니다. 그래서 제갈량이 거침없이 쳐들어온 것입니다. 이제 만약 등용하시면 제갈량은 제풀에 물러갈 것입니다.

조예를 즉시 조서를 내려 사마의를 다시 불러들였습니다. 그의 관직인 표기대장군을 복직시키고 평서도독(平西都督)까지 겸하게 하였습니다.

한편, 제갈량은 맹달이 위의 내부에서 모반을 일으킬 테니 밖에서 공격해주기를 바란다는 기쁜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와 함께 조예가 사마의를 다시 복직시켰다는 걱정거리도 보고를 받았습니다. 제갈량은 사마의가 움직이면 맹달이 당해낼 수 없음을 알고 가벼이 움직이지 말고 만전을 기하라는 밀서를 보냈습니다. 그러자 맹달이 답신을 보내왔습니다.

사마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사마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이제 막 편지를 받았나이다. 어찌 감히 조금인들 게을리하겠습니까? 제가 생각건대 사마의에 관한 것은 무서워할 필요가 없는 듯합니다. 완성에서 낙양까지의 거리는 8백리고, 신성까지는 1200리입니다. 만약 내가 거사한다는 것을 사마의가 듣는다면 반드시 위주에게 표주(表奏)해야 할 터이니, 오가는데 족히 한 달은 걸립니다. 그때에는 저의 성은 이미 튼튼하고 여러 장수와 전군은 모두 깊고 험한 곳에 있을 터인데, 사마의가 즉시 쳐들어온다 해도 제가 무엇을 겁내겠습니까? 승상께서는 마음을 놓으시고 승전보나 기다리소서.’

병법에 이르기를, ‘방비가 없을 때 공격하고, 생각하지 못할 때 진군하라’고 했는데 어찌 한 달이라는 기간이 있겠느냐? 조예는 이미 사마의에게 적을 만나면 즉시 제거하도록 위임을 하였는데 무엇하러 조정에 아뢰고 명령을 기다리겠느냐? 만약 맹달이 모반한 줄 알면 열흘도 안 되어 쳐들어갈 것이 분명하니, 아! 맹달이 어찌 손이나 쓸 수 있겠느냐?

사마의는 맹달이 모반을 일으킨다는 첩보를 듣자, 바람처럼 진군하여 속전속결로 맹달의 허를 찔렀습니다. 결국, 맹달은 손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제갈량의 예측이 빗나가지 않았음을 깨달으며 죽었습니다. 맹달을 제압한 사마의는 조예에게 선봉으로 장합을 추천했습니다. 사마의는 장합과 함께 군사를 이끌고 제갈량의 촉군을 대항하러 출격하였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제갈량과 사마의의 대결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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